일 요시다 쇼인을 통해 중 사상가 이탁오 조명[책과 삶]

선명수 기자 2022. 5. 20.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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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탁오 평전
미조구치 유조 지음·임태홍 옮김
글항아리 | 344쪽 | 1만9800원

중국 명나라 말엽의 사상가 이탁오(李卓吾·1527∼1602)를 조명한 독특한 형식의 평전이다. 이탁오는 일체의 기성관념을 거부하고 당대 주류 학문이었던 성리학을 조롱한 이단아였다. 감옥에서 스스로 목을 그어 생을 마감했다.

국내에 이미 2~3종의 이탁오 평전이 출간돼 있지만, 일본의 중국사상사 학자인 미조구치 유조(溝口雄三)의 저작은 평전의 틀을 벗어나 이탁오를 조명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저자는 일본 에도시대 사상가 요시다 쇼인(吉田松陰·1830∼1859)을 이 평전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그는 정한론(征韓論)을 주창해 일본 메이지 시기 국수주의자들을 제국의 침략자들로 변모시킨 정치적 흐름의 출발점에 있는 인물이다. 저자는 일본 막부 말기의 이 광적인 행동파를 책의 두 번째 주인공이자 도구로 삼아 이탁오의 정신세계를 조망한다.

요시다 쇼인은 1858년 투옥 중 우연히 이탁오의 <분서>를 읽고 강하게 매료돼 자신과 이탁오를 동일시하기 시작한다. 요시다 쇼인이 투옥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하는 책은 이 문제적 인물이 처형되기까지 마지막 1년에 큰 영향을 준 원천으로 이탁오를 재조명한다.

비교사상사 학자로서 유럽과 동양을 같은 조망대에 올려 연구해온 저자가 비교사적 방법론을 평전에도 적용해 서로 다른 시공간을 살았던 두 인물의 삶을 정리하고 그들의 사상을 고찰했다. 저자는 두 인물이 ‘정통을 걸어간 이단’이란 점에서 일맥상통하지만 관념에 머물렀던 이탁오와 행동에 천착했던 요시다 쇼인의 차이에 대해서도 논한다. 둘의 차이가 중국과 일본의 철학적 전통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짚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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