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공장서 한미 기술동맹 선언
尹 "첨단기술 기반한 경제안보동맹 거듭나길"
바이든 "한국처럼 가치공유하는 나라와 협력"
◆ 한미정상회담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밀착 수행을 받으며 곳곳을 돌아본 두 정상은 이후 공동연설을 통해 "한미 관계가 첨단 기술과 공급망 협력에 기반한 경제안보 동맹으로 거듭나길 희망한다"(윤 대통령) "한국과 같이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는 가까운 파트너들과 협력해 공급망 탄력성을 강화할 것"(바이든 대통령)이라며 한목소리로 한미 양국 간 경제안보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는 우리 미래를 책임질 국가안보 자산"이라면서 "과감한 인센티브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는 '칩 액트'라 불리는 법안 통과를 통해 반도체 산업 활성화에 나설 것"이라고 화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23분께 전용 공군기 에어포스원 편으로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해 10㎞ 남짓 떨어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로 곧바로 이동했다. 기다리고 있던 윤 대통령과 만나 서로 어깨를 두드리고 악수를 한 후 곧바로 이 부회장과 직원들의 수행을 받으며 현재 가동 중인 1라인(P1)과 건설 중인 3라인(P3)을 돌아봤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평택캠퍼스 방문은 반도체가 갖는 경제안보적 의미는 물론 반도체를 통한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 대유행으로 적시에 공급망이 가동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됐다. 반도체 공급 부족은 자동차를 비롯한 소비재 공급 부족 사태를 야기했다"며 "우리의 경제와 국가안보를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에 의존하면 안 되는 점을 일깨워줬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중국을 향해 우회적 경고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박3일 방한 기간 중 경제안보 일정을 빼곡히 채워 넣었다. 과거 한미동맹이 '안보동맹' 위주였다면 이제는 반도체, 자동차 등 산업 협력을 주로 하는 '경제안보 동맹'으로 확장돼 나간다는 데 의미가 있다.
21일 한미정상회담 후 열리는 공식 환영만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재계 주요 인사들과 접촉한다.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등 5대 그룹 총수와 6대 경제단체 수장들이 모두 참석한다. 방한 마지막 날에도 바이든 대통령의 주요 일정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면담이다.
[박인혜 기자 / 한예경 기자 / 이승훈 기자]
삼성 평택공장부터 찾아간 바이든
이재용 밀착 수행
한미 정상, 방명록 쓰는 대신
얇은 실리콘판 웨이퍼에 서명
세계 첫 생산 앞둔 3나노 제품
TSMC보다 앞선 첨단공정 선봬
바이든 언급한 배터리 합작사
삼성SDI - 美스텔란티스 주목
방한 첫 일정으로 20일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찾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영접을 나온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방명록이 아닌 반도체 웨이퍼에 각자 서명을 했다.
이날 오후 양국 정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안내로 평택 반도체 공장을 둘러봤다. 이곳은 단일 반도체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인 축구장 400개를 합친 규모(289만㎡)다.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 생산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다. 2017년 1라인(P1)이 완공됐으며 2020년에 2라인(P2)이 준공됐다. 올해 하반기에 단일 라인 기준으로 세계 최대인 3라인(P3)이 완공된다. 규모가 큰 데다 유명 화가 몬드리안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외벽 그래픽 때문에 멀리서도 눈에 띈다. 2017년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이 헬기에서 평택 반도체 공장을 보고 규모에 놀란 것으로도 유명하다.
양국 정상과 수행원들은 먼저 P1에 들러 창밖으로 공장을 둘러보는 윈도 투어를 진행했다. 이어 공장 건설이 진행 중인 P3 내부로 진입했다. 이곳은 이미 클린룸 공사가 마무리된 상태라 양국 정상은 입구에서 옷에 묻은 불순물을 떨어내는 에어샤워를 한 뒤에 입장했다. 양국 정상은 전반적인 공장 내부 모습을 둘러본 뒤 미국 기업인 램리서치와 KLA텐코,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스 등이 공급하는 반도체 핵심장비에 대한 설명도 들었다.
공장 투어를 마친 뒤 양국 정상은 인근 사무동에 마련된 기념식장으로 함께 이동했다. 미국 국적의 삼성전자 임직원 30여 명이 앉아 있는 무대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환영사를 통해 양국 정상을 소개하자 환호가 터져나왔다. 한미 정상은 이곳에 모인 300여 명의 뜨거운 환영을 받으며 등장했다. 연설에 먼저 나선 윤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 마이크론사와의 기술제휴를 통해 세계 세 번째로 64K D램을 개발한 이래 미국 테일러시에 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며 한미 양국의 오래된 반도체 협력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이 반도체를 생산할 때 이용하는 핵심기술은 미국이 가지고 있다"며 "양국의 기술적 역량과 노하우를 통합해 반도체를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은 한미는 물론 세계 경제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이날 연설에서 삼성전자 테일러 프로젝트에 이어 삼성SDI와 세계 4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가 추진 중인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 프로젝트도 언급해 주목을 받았다.
이날 객석에는 이번에 바이든 대통령을 수행해서 온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도 있었다. 퀄컴은 삼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의 주요 고객 중 하나로 삼성의 5대 매출처에 해당된다. 지난해 말 미국 서부 지역 방문 때 이재용 부회장과 아몬 CEO가 면담을 했고, 이번에 한국에서도 파운드리 협력방안 등을 놓고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으로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한미 양국이 손을 잡는 모양새가 됐다.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이 최첨단 반도체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는 가운데, 이를 견제할 수단으로 한미 반도체 동맹이 맺어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에 이어 일본을 방문하는 다음주께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공식 출범을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참여국 합의에 기반한 협의체로 만들어지는 IPEF는 6개 분야를 두고 있지만 핵심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다.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에 포함되는 것이 한국으로서도 나쁜 선택지가 아니다. 한국은 반도체 장비의 45%를 미국 기업에 의존한다. 여기에 반도체 설계 기업의 대부분이 미국 업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 반도체 동맹 강화는 한국도 안전한 공급망 확보와 함께 미국의 반도체 핵심 원천기술에 보다 가깝게 접근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공고해진 한미 반도체 동맹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2016년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보복 때처럼 유사한 사태가 재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승훈 기자 / 정유정 기자 / 평택 = 김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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