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나노 선점한 삼성..반도체 고객·장비 확보, 대형 M&A도 탄력

윤경환 기자 2022. 5. 20.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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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방한..'세개의 화살' 쏜 삼성전자
이재용, 최신 공정·기술 직접 소개
상반기 중 1세대 제품 양산 돌입
M&A 재개로 TSMC 추격 기대도
韓기업 미국산 장비 확보 힘싣고
美도 동맹간 '프렌드쇼어링' 강화
[서울경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삼성전자(005930)의 경기 평택 사업장을 전격 방문하면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지평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등 최신 기술을 직접 소개한 만큼 차세대 반도체 개발·생산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더해 시스템반도체 등 삼성전자의 신수종 업종에 대한 미국 고객·장비를 확고히 확보하고 5년 이상 멈춘 인수합병(M&A) 작업이 탄력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윤 대통령은 이 부회장이 소개한 삼성전자의 세계 최초 3㎚ 공정 차세대 반도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 부회장이 이날 선보인 제품은 회사가 조만간 양산에 돌입하는 차세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 3㎚ 반도체 시제품이다. 이 제품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분야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보다 더 앞선 기술을 적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 총수가 직접 기술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하면서 실제 제품 개발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중 GAA 기술을 적용한 3㎚ 1세대 제품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앞서 강문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도 지난달 28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3㎚ 공정은 선단 공정 개발 체계 개선을 통해 단계별 개발 검증 강화로 수율 램프업(장비 설치 후 양산까지 생산 능력 증가) 기간을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안팎에서 쏟아졌던 고객사 이탈 우려도 한미 정상의 이번 방문으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히려 두 정상이 삼성전자 사업 현장에서 사실상 ‘한미 반도체 동맹’을 선언한 만큼 미국의 주요 기업과의 협력이 더 공고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한국의 반도체 산업 성장을 지원하고 우리는 미국 산업계의 반도체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실제로 미국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퀄컴의 크리스티아누 아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 나란히 현장을 찾아 재계의 눈길을 끌었다. 평택 공장은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초미세 파운드리 제품까지 생산하는 첨단 복합 라인으로 구성돼 있다. 한미 정상이 둘러본 3라인(P3)은 완공 당시 각각 세계 최대 규모였던 1라인(P1)과 2라인(P2)보다 더 큰 크기를 자랑한다. 평택 사업장은 삼성전자의 경기 기흥·화성 공장과 미국 오스틴·테일러 공장을 잇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연결고리 역할도 맡고 있다.

한미 정상과 이 부회장의 이번 만남은 우리 반도체 업체들의 미국산 장비 확보에도 힘을 실어 줄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의 45% 이상을 미국에서 들여오고 있다. 미국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는 만큼 바이든 대통령 방문을 계기로 사업 안정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이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전체 경제의 버팀목 역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의 반도체 수출은 1280억 달러로 총 수출액의 20%를 차지했다. 반도체 설비투자는 55조 4000억 원으로 제조업의 55.3%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2017년 초 전장 기업 하만 인수 이후 명맥이 끊긴 대형 M&A를 재개할 수 있다는 기대도 보였다. 이 부회장이 2019년 4월 화성 공장에서 선포한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M&A가 필수라는 분석이다. 대만의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 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TSMC의 시장점유율(매출 기준)이 지난해 53%에서 3%포인트 더 오른 56%에 달할 것으로 짚었다.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지난해 18%에서 16%로 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두 정상의 평택 공장 방문은 미국 입장에서도 ‘프렌드쇼어링’을 앞당기는 지렛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프렌드쇼어링은 포괄적 동맹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끼리 공급망을 구축하는 글로벌 모델을 뜻한다.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해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강한 전략이다. 자동차·정보통신기술(ICT) 등 산업 측면에서도 삼성전자의 협조는 최근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을 타개할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미국 정부는 우리 반도체 업계에 신뢰와 힘을 주고 삼성전자는 미국 기업들에 공급망에 도움이 될 첨단 공정을 제시했다”며 “삼성전자의 기술과 미국 기업들의 수요가 시기상 서로 잘 맞았다”고 반겼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강해령 기자 h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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