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방한, 한국 기업들 어떤 '선물' 준비할까..재계에선 '이재용 사면' 군불때기

이재덕 기자 2022. 5. 2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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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오후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국내 대기업들이 미국 현지 공장 신설 등 ‘대미 투자’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대통령이 방한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을 견학하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공식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재계는 한·미 양국 사이에 새로운 투자 협력 관계가 조성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보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지목된 그룹 총수들의 ‘사면론’까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 남부에 전기차 생산 공장을 짓는다. 조지아주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서배너 항구 인근 브라이언 카운티 공장 부지에서 중대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직까지 현대차의 공식 발표는 없지만, 미국 언론들은 브라이언 카운티 공장 부지에 현대차 공장이 들어선다는 점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현지 언론인 ‘애틀랜타 저널-컨스티튜션(AJC)’은 “조지아주 역사상 가장 큰 경제 개발 프로젝트 중 하나”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SK, LG 등도 ‘방한 선물’로 기존에 내놓은 대미 투자 계획을 더욱 구체화하거나 규모를 키워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이들 그룹과 삼성, 현대차 등 국내 4개 그룹은 한·미 정상회담이 있었던 지난해 5월 미국 상무부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미국에 총 44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SK하이닉스는 1조원 이상을 들여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인공지능(AI) 등 신성장 분야 혁신을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 센터를 세운다고 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내 2곳에 배터리 공장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재계에서는 바이든 방한에 맞춰 이들 기업들이 대미 투자 계획을 좀 더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롯데도 지난 13일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시에 위치한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공장 인수를 의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삼성전자의 평택 공장을 직접 방문한 만큼, 삼성전자 역시 대미 투자 계획을 추가로 발표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하기로 한 파운드리 공장의 양산 시기를 앞당기는 방식으로 바이든 대통령에게 ‘방한 선물’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미국 기업들을 위해 삼성전자가 평택 공장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확대하고, 대신 미국은 삼성전자에 반도체 장비를 내어주는 ‘스와프’ 형태의 협력도 가능성 중 하나로 거론된다. 다만 재계 관계자는 “고객사 수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생산라인을 무작정 늘리는 건 어려울 것”이라며 “미국 장비를 스와프하는 방식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 방한 기간 동안 대미 투자 관련 발표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부당합병 및 회계부정 혐의’를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공판 참석을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이던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가석방됐다. 연합뉴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그룹 총수들에 대한 사면론도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다시 불기 시작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오너십이 없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이라고 해도 투자 금액이 크다 보면 결정 과정에서 지체가 생길 수 있다”며 “경영 활동을 자유롭게 해주는 차원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동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불법과 편법으로 부의 세습, 경영권 세습을 이룬 재벌 총수에게 면죄부를 주어서는 안된다”며 “삼성의 경영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취업이 제한된 이 부회장의 일이 아니라, 삼성의 최고경영자(CEO)들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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