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우리나라에서는 필요없지만..미국 서부 등산 필수품, '곰통'

한겨레 2022. 5. 2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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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 알고 쓰는 등산장비 이야기]알고 쓰는 등산 장비 이야기
등산 최고 여행지 미국 서부 지역
'평생 한번\' 버킷리스트 휘트니산
다양한 하이킹 코스 요세미티 계곡
국내와 다른 등산 장비 미리 확인
히든레이크 뒤편으로 장쾌하게 펼쳐진 캐스케이드산맥. 이현상 제공

지난 기사(4월30일치 ‘엔데믹 시대, 나라밖 등산여행 떠나볼까’)에 이어 미국 서부를 중심으로 등산 여행지와 필요한 장비를 소개한다. 장쾌하게 뻗은 산맥이 매력적인 미 서부는 아무래도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은 지역이기도 하고, 등산이 가능한 다른 국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뛰어나다.

등산과 하이킹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은 너무 많지만, 모든 곳을 소개하기란 불가능하고 몇 가지 선정 기준을 정했다. 첫번째는 대도시에서의 접근성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경치를 가졌다고 해도 제한된 일정의 여행 기간 동안 다녀올 수 없다면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두번째는 아웃도어 활동은 항상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긴 하지만, 비교적 안전한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랜 훈련과 경험이 있어야만 갈 수 있는 곳은 제외했다. 마지막 세번째는 만족감이다. 애써 다녀왔는데 별다른 감흥이 없다면 그 역시 여행가들에게는 시간 낭비다.

산중 캠핑 시 음식을 보관할 때 야생동물의 습격을 막기 위한 ‘곰통’. 위키미디어 코먼스

4월까지도 설산 등반 장비 필요해

국외 산이라고 특별히 다른 장비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몇 가지 챙겨야 할 장비가 있다. 한국과는 달리 통신이 불가능한 지역이 많으므로 스마트폰 지도 앱을 이용하여 방문 지역 오프라인 지도를 저장해 가야 한다. 휴대용 정수기를 구비해두는 것도 유용하다. 호수나 계곡 물이 풍부한 지역일지라도 동물 배설물 등으로 바로 식수로 쓰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아래 소개할 요세미티나 워싱턴주의 캐스케이드산맥 지역에서는 간혹 곰을 만나기도 한다. 이 지역의 곰은 초식성이며, 공격적이지는 않지만 단독으로 산행한다면 곰 퇴치 스프레이를 마련해두는 편이 안전하다. 만약 요세미티 지역에서 당일 산행이 아닌 1박 이상 야영이 포함된 백패킹을 한다면 음식물을 보관하는 곰통(Bear Canister)은 필수다. 곰통은 튼튼한 잠금장치가 있는 플라스틱·금속 보관 용기다. 후각이 예민한 곰이나 야생동물이 냄새로 유인돼 사람을 공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도구다. 곰통이 없으면 입산을 허용하지 않는 곳도 있다.

준비를 마친 뒤 먼저 떠나볼 곳은 미국 서부 마운트 휘트니 트레일이다.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반나절 이내로 접근이 가능한 곳으로, 휘트니산을 오르는 코스다. 휘트니산은 해발 4421m로 미국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알래스카를 포함하면 디날리산이 제일 높다). 그래서 미국인들도 평생 한 번 올라가 보고 싶어 하는 버킷 리스트에 넣어두기도 하는 산이다.

휘트니산은 캘리포니아주의 인요 카운티에 있는데 로스앤젤레스 국제공항 기점으로 약 350㎞ 정도 거리에 있다. 도심을 벗어나면 사막을 가로질러 쭉 뻗은 국도를 따라 4시간 전후면 등산로 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등산로 입구인 휘트니포털에는 야영장이 있다. 휘트니산을 오르지 않더라도 이곳에서 하룻밤 야영을 하는 것도 근사한 추억이 될 것이다. 등산로 입구이지만 이미 해발 2552m로 거의 백두산 높이와 비슷하다.

휘트니산을 오르는 마운트 휘트니 트레일은 왕복 약 35㎞이며, 출발지점에서의 고도차가 약 2000m로서 당일로 올라갔다가 내려오기는 어렵다. 정상 아래 호숫가에 야영지가 있다. 다만 5월부터 10월까지는 하루 입장 인원이 제한되어 있으므로 사전에 입장 허가를 받아야 한다.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사전 신청 없이 들어갈 수 있으나 눈이 쌓여 있을 수 있으므로 그에 맞는 준비를 해야 한다. 설산에서 사용하는 크램폰(아이젠)과 피켈은 꼭 필요하다.

설산을 오를 때 필요한 아이젠. 게티이미지뱅크

대자연의 웅장함, 터널 폭포

요세미티 계곡은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약 500㎞,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약 300㎞ 정도 떨어져 있다. 요세미티는 한국 관광객들에게도 꽤 인기 있는 곳이다. 단체 관광객 깃발도 흔히 볼 수 있다. 아마도 대부분의 관광객은 요세미티 계곡 동쪽 끝 둥그런 바위산인 ‘하프돔’을 멀리서 바라보거나 요세미티 폭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돌아올 것이다. 이것은 마치 설악산에서 비선대까지 걷거나, 권금성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서는 설악산을 다녀왔다고 얘기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요세미티 계곡에는 짧게는 3㎞, 길게는 20㎞ 길이의 다양한 당일 하이킹 코스가 거미줄처럼 이어져 있다. 요세미티 방문자 센터에서 지도와 하이킹 코스 정보를 얻어서 자신의 일정과 형편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자.

이도 저도 귀찮다면 아름드리 소나무숲 사이로 쏟아지는 별빛을 보며 하루쯤 야영을 하는 것도 ‘인생 캠핑’이 될 것이다. 요세미티빌리지 이외에도 인근에는 화이트울프 캠핑장, 요세미티크리크 캠핑장 등 여러 야영장이 있다. 요세미티빌리지 안에 있는 캠핑장들은 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높아서 빈자리를 얻기 힘드니 여행 준비 초반에 미리 예약해두도록 하자. 캠핑장 정보 역시 방문자 센터에서 얻을 수 있다.

이제 조금 북쪽으로 올라가 보자. 오리건의 주도인 포틀랜드이다. 포틀랜드는 인구 60만명 정도의 비교적 작은 도시이고, 젊은 여행객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다. 매거진 <킨포크>가 발행된 곳이고, 푸드트럭이 유명하다. 리버럴한 도시 분위기와 대체로 진보적인 정치 성향 등 도시의 규모는 작지만 소위 힙한 느낌을 준다. 포틀랜드를 여행할 계획이라면 이글크리크와 터널폭포 트레일을 꼭 가볼 것을 추천한다. 포틀랜드 공항 기점으로 불과 60㎞ 정도 떨어져 있는데 차로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이글크리크는 오를수록 점점 협곡으로 변하는데 마치 우리나라 내설악의 분위기와 비슷하다. 특히 웅장한 폭포 사이로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수 있는 터널이 있는데 대자연의 장관을 연출하는 곳이다. 계곡이 끝나는 지점까지 왕복 20㎞이지만 험한 산을 오르는 게 아니므로 오전에 출발하면 어렵지 않게 당일로 다녀올 수 있는 곳이다. 사전 예약이 필요 없으며, 입구에서 자율 신고서만 작성하면 들어갈 수 있다.

시애틀도 한국인 방문객들이 많은 곳이다. 시애틀의 대표적인 등산 코스는 캐스케이드패스 트레일이다. 등산 기점인 마블마운트까지는 시애틀 공항 기점으로 220㎞ 정도로, 3시간 남짓이면 도착한다. 산행 기점(트레일헤드)에서 캐스케이드패스까지는 약 6㎞ 정도로 천천히 걸어도 3시간이면 오를 수 있다. 울창한 숲 지대를 지나 능선에 오르면 빙하를 품고 있는 웅장한 캐스케이드산맥이 병풍처럼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좀 더 여유가 있다면 사할리암을 거쳐 사할리 빙하지대까지 올라가는 것도 멋진 경험이다. 캐스케이드패스에서 약 4㎞ 정도 더 올라가면 사할리산 바로 밑에 펼쳐진 빙하지대를 만날 수 있다. 사할리 빙하까지 당일 하이킹으로 다녀오려면 왕복 약 30㎞이므로 새벽 일찍 떠나야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사할리 빙하지대에서 야영하는 것이다. 사할리 빙하지대에는 제한된 인원만 야영을 허락해주고 있는데, 사전에 마블마운트의 국립공원 관리소에 들러서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요세미티 뒤편에서 바라본 하프돔(사진 오른쪽 봉우리). 이현상 제공

장쾌하게 펼쳐진 캐스케이드산맥

캐스케이드패스 트레일을 다녀오는 길에 시간이 허락된다면 마블마운트 동네로 내려오는 길에 있는 히든레이크 트레일도 추천할 만한 곳이다. 트레일 입구는 마치 동네 뒷산처럼 느껴지지만 트레일 중간부터는 캐스케이드산맥의 웅장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왕복 13㎞ 정도로 성인 보통 걸음으로 5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다. 정상 부근에는 이름 그대로 감추어진 호수, ‘히든레이크’가 있는데 호수 뒤편으로는 험준한 캐스케이드산맥이 끝없이 펼쳐진다. 숨 가쁘게 오르지 않더라도, 아름다운 비경에 취해 이곳에서 30분은 멍하니 앉아 있게 될 것이다.

이현상 (그레이웨일디자인 대표, 〈인사이드 아웃도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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