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까'페] 광동제약, 올해도 연구개발비 '인색'..상위 8개사 중 '꼴찌'

이광호 기자 2022. 5. 2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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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사업엔 다양한 영역이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역시 '약을 개발하고 만들어서 파는' 사업입니다. 과거 복제약 위주로 약을 개발했던 국내 산업계도 요즘은 많은 자금을 투입해 신약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와중에 홀로 다른 행보를 보이는 제약회사가 있습니다. 광동제약입니다. 

광동제약은 매출 기준 국내에서 10위권 내에 들어가는 대형 제약사입니다. 1분기에도 3122억원의 매출을 올려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 기업 중 7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코로나19 특수로 최근 몇 년간 실적이 급성장한 진단키트 업체를 뺀 기록입니다. 

하지만 연구개발비를 들여다 보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광동제약은 1분기 연구개발비로 34억원을 지출해, 매출의 1.9%만 썼습니다. 매출 1위인 셀트리온은 1분기에만 광동제약의 30배에 가까운 947억원을 연구개발비로 쏟았습니다. 

1분기 매출 2위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신약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공장을 만들어 다른 제약사가 개발한 약을 대신 생산합니다. 그 생산과 관련된 연구개발비만 해도 223억원, 매출의 4.4%에 달했습니다. 

3위 녹십자는 361억원으로 8.7%, 4위 유한양행은 377억원으로 9.2%를 연구개발비용으로 썼고, 종근당 10.8%, 한미약품 11.6%, 그리고 광동제약보다 매출액이 적었던 대웅제약도 매출의 17.5%를 연구개발에 쏟았습니다. 

5년간 임상 4건 중 독자 신약 없어
광동제약이 연구개발비 지출에 인색한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닙니다. 지난 5년간 광동제약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을 보면, 2017년 1%, 2018년 1.1%, 2019년과 2020년엔 나란히 1.3%, 그리고 지난해 1.5%를 기록했습니다. 몇 년간 1%대 초반의 비중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신약 개발에서도 뒤처졌습니다. 지난 1999년부터 시작된 국내 신약이 34개 출시될 동안 광동제약은 한 개의 신약도 내놓지 못했습니다. 연구 중인 신약도 마땅치 않습니다. 최근 5년 안에 광동제약의 이름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새로 등록된 임상시험은 단 4건입니다. 그마저도 3건은 복제약 실험이고, 지난 2020년 5월 승인받은 여성 성욕저하장애치료제는 미국의 '팔라틴 테크놀로지스'로부터 국내 판권을 사들여 벌인 가교 임상입니다. 그마저도 2년이 지난 지금까지 환자 모집을 마치지 못했습니다. 

광동제약이 꾸준히 관심을 갖는 치료 시장이 하나 있긴 합니다. 비만입니다. 가장 최근 투자는 지난달 마이크로니들 업체에 20억원을 전략적 투자한 것입니다. 패치형 비만치료제를 만든다는 계획이지만, 광동제약의 덩치에 비해선 아쉬운 행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체 개발 중인 신약 후보물질 'KD101'도 있는데, 이 연구를 시작한 건 지난 2011년입니다. 2013년 연구실을 나와 임상에 돌입했는데, 이 역시 2020년 2a상을 마친 뒤 소식이 없습니다. 

생수·음료수 '절반 이상'…사업보고서도 변해
그러면 광동제약은 어떻게 업계 10위 안에 드는 대형 회사가 됐을까요. 광동제약은 약 대신 음료수를 팔았습니다. 광동제약의 단독 재무제표 기준 1분기 매출액은 1773억원입니다. 이 중 3분의 1인 616억원이 삼다수 하나에서 나왔습니다. 비타500의 매출이 204억원으로 뒤를 이었고 옥수수수염차가 95억원, 헛개차가 8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음료수 매출을 모두 합치면 1분기 매출의 56.2%에 달합니다. 

그 사이 광동제약의 사업보고서도 묘하게 변했습니다. 광동제약의 2020년 12월 사업보고서 내 'II. 사업의 내용'의 서두에는 '제약산업'에 대한 설명이 명시돼 있습니다. "제약산업은 전체 제조업 중에서 연구개발비 비중이 높은 산업으로서 일반제조업의 연구개발비 비중이 매출액의 3~4%인 반면 제약산업은 10%이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자사 연구개발비 비중과 크게 다른 내용을 서두에 다루기도 했습니다. 

[광동제약의 2020년 사업보고서(왼쪽)와 2021년 사업보고서. 제약산업의 설명이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1년 12월 사업보고서는 달라졌습니다. "당사의 영업부문은 약국영업부문(OTC/DTC), 병원영업부문(ETC), 유통영업부문, 생수영업부문으로 구분하고 있다"면서, 제약산업에 대한 긴 설명을 모두 없앴습니다. 사업 내용 설명의 마지막 부분에는 "휴먼헬스케어브랜드 기업을 목표로 제약과 식품사업 중심의 사업영역에서 고객들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혀, 제약 중심 기업의 이미지를 상당히 덜어냈습니다. 

업계도 정부도 "신약 개발"
광동제약만 음료수를 만드는 건 아닙니다. 음료수나 건강보조식품 하나쯤 만들지 않는 곳이 오히려 드뭅니다. 하지만 제약사들이 음료수를 만드는 목적은 결국 회사의 이미지 홍보에 가깝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발생하긴 하지만 판매를 위해 쓰는 광고비 등과 비교하면 큰 이익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광동제약은 다른 움직임을 보인 셈입니다. 음료수 제품이 회사의 이미지를 넓히는 데 활용된 게 아니라, 제약회사라는 회사 이미지를 활용해 음료수를 판 것에 가깝습니다. 

제약바이오 업계도 몇 년 전부터 신약 개발에 힘을 쏟고 있고, 정부 역시 무분별한 복제약 출시에 각종 규제를 추가하면서 신약 개발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제약산업의 연구개발이 점점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돼야 하는 파도가 몰아치고 있습니다. 유독 반대 행보를 보이는 광동제약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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