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최초 아시안 슈퍼히어로가 전하는 '미국 이민자'의 성장기[김도연의 샌프란시스코책갈피]

비영리단체 ‘심플스텝스’ 대표 2022. 5. 2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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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우리는 꿈꾸는 사람들이었다>

시무 리우

5월은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 유산의 달(Asian Pacific American Heritage Month)이다. 한 달 동안 아시아 대륙 전역과 태평양 섬에서 미국 땅으로 이주한 미국인들의 역사를 기념하고 그들의 기여를 인정·축하하는 행사와 출판물이 많이 나오고 있다. 시의적절하게 마블 최초의 아시아 슈퍼히어로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주인공으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시무 리우가 책을 펴냈다. 회고록 <우리는 꿈꾸는 사람들이었다>(We Were Dreamers)는 어려서 중국에서 캐나다로 이민을 오고 미국에서 스타가 된 저자의 여정을 아시아계 미국인 이민자에 대한 이야기로 담아냈다.

유학생 신분으로 미국과 캐나다로 먼저 떠난 부모가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안 저자는 네 살 때까지 중국에서 조부모의 보살핌을 받았다. 캐나다로 온 이후에는 학창 시절 동안 부모의 꿈과 기대치에 충실한 모범적인 아이로 성장했다. 학교 성적은 항상 A학점이었고 전국 수학 경시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 흔히 얘기하는 “모델 소수민족(model minority)”의 틀에서 자란 저자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부터 고정관념에 휘둘리지 않고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비록 대학에서는 부모에게 자랑스럽고 싶은 마음에 따라 전공을 선택했지만, 학업에 집중하지 못했다. 더 이상 소위 ‘호랑이 부모(tiger parents)’가 원하는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직을 갖는 엘리트 과정을 밟아가고 싶지 않은 저자는 부모와 정서적으로 교류하기 점점 더 어려워졌고 가치관이 부딪히는 일이 잦아졌다.

시무 리우는 대학을 졸업하고 유수의 회계 법인 딜로이트에 입사하지만 채 1년도 되지 않아 정리해고당했다. 22세의 젊은 청년이 첫 직장을 잃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지 못한 채 인생이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그는 자신의 마음이 향하는 쇼 비즈니스의 세계로 첫발을 디뎠다. 특히 아시아계 배우의 비율이 턱없이 낮았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그는 수없이 거절당하고 수년 동안 무명 시절을 겪으면서도 연기에 대한 열정이 더 커지는 것을 알았다.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라면 다섯 살 아이의 생일 파티를 위해 스파이더맨 역할도,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판매 및 거래를 위한 광고 웹사이트)에 올라오는 50달러, 100달러짜리 단역도 마다하지 않았다. 정식 연기 수업을 받은 적도 없고, 아무런 필모그래피도 없는 자신의 현재 상황에 낙담하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 나아갈 동기부여로 삼았다.

이 책은 부모와의 상상의 대화, 부모와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저자의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내 독자와 그 가족들이 더욱 건강하고 서로 존중하는 관계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도 담았다. 회고록을 통해 부모와의 관계를 회복할 기회를 여는 계기도 되었다. 경영대학을 졸업한 실패한 회계사, 크레이그리스트 배우, 그리고 최초의 아시아 슈퍼히어로 샹치에 이르기까지 시무 리우의 여정은 성공 스토리라기보다는 성숙한 회고록이다. 저자가 자라온 환경과 가족의 불완전한 모습, 아시아계 이민자로서의 복잡한 정체성, 부모의 기대와 자신의 꿈 사이의 갈등, 자신의 결점과 장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유쾌하고 솔직하게 펼쳐진다. 모든 아시아계 미국인이 겪는 두 가지 문화 사이에서의 성장 과정이기도 한 저자의 이야기를 마블 최초의 아시안 슈퍼히어로가 전해주어 더 의미가 깊다.

비영리단체 ‘심플스텝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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