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을 두려워 말라..뇌 속의 잔디처럼 꽉찬 기억을 정리하는 과정[책과 삶]
[경향신문]
우리는 왜 잊어야 할까
스콧 A. 스몰 지음·하윤숙 옮김 | 북트리거 | 284쪽 | 1만7500원
‘9시간 이상 자면 기억력이 떨어진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기억력이 떨어진다’…. 인터넷에서 ‘기억력’을 쳐보니 우수수 쏟아지는 기사 제목들이다. 이런 연구 결과들이 얼마큼 사실에 부합하는지 알 수 없지만,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은 있다. 기억력에 대한 강박과 망각에 대한 두려움이다.
하기야 더 나은 기억력을 갖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암기력이 곧 최고의 경쟁력인 한국 사회에서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망각은 인간의 기억 체계가 지닌 결함일 뿐이고, 과학을 통해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이 책은 ‘기억의 과학’에 가려져 있던 ‘망각의 과학’을 조명한다. 노화를 전문으로 다루는 신경의학 교수인 저자는 그를 찾아오는 이들 대부분이 알츠하이머 같은 병적 망각이 아니라 정상적 망각조차 두려워한다고 말한다. 뇌에 허락된 단 하나의 선물이 ‘망각’인 것을 모르고 말이다.
우리 뇌에는 기억 조각마다 가지돌기가시가 잔디처럼 자라난다. 피질 부위에 가지돌기가시가 꽉 차 버리면 새로운 기억을 형성할 공간이 없어지고, 바깥 세계를 지각하는 일에조차 영향을 받게 된다. 이처럼 과도하게 자란 가지돌기가시를 정리하는 과정이 바로 망각이다.
아이러니하지만 우리는 생각하기 위해서라도 망각해야 한다. “푸네스는 모든 숲의 모든 나무마다 매달린 모든 잎을 기억했다. 하지만 나는 그가 생각하는 일에서는 그리 훌륭한 능력의 소유자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해본다. 생각한다는 것은 차이점을 잊는 것이다. 일반화하고 추상화하는 것이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단편소설 <기억의 천재 푸네스>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저자는 최첨단 뇌과학 연구 결과에 지금껏 만나 온 여러 환자의 사례를 녹여내며 기억과 균형을 이룬 망각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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