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재사용 로켓, 환경에 얼마나 영향 줄까

조승한 기자 2022. 5. 2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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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의 로켓 '팰컨9'가 고도30km에 올랐을 때 나오는 배기가스를 유체역학 모델링으로 나타냈다. 니코시아대 제공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는 지난 2021년 한 해에만 총 31회의 ‘팰컨9’ 로켓을 우주로 쏘아올렸다. 민간기업이지만 중국과 러시아 다음으로 세계 3번째로 많은 로켓을 쏘아올린 것으로 기록됐다. 유럽의 연구진이 한번에 수십개의 위성을 실어나르며 우주산업의 르네상스를 이끄는 스페이스X의 로켓이 얼마나 많은 배기가스를 방출하고 있는지 처음으로 공개했다.

디미트리스 드리카키스 키프로스 니코시아대 교수 연구팀은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 ‘팰컨9’이 고도 67km까지 올라가는 동안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만드는 질소산화물(NOx)이 다량 방출한다는 조사결과를 국제학술지 ‘유체물리학’에 17일 발표했다.

우주로 날아가는 로켓은 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오염 물질을 방출한다. 지구 중력을 이기기 위해 엄청난 연료를 연소하는 만큼 배출하는 양도 많다. 팰컨9은 한 번 발사될 때 연료로 케로신(등유) 112t을 쓴다. 케로신 1kg를 태우면 이산화탄소 3kg 정도가 배출되니 한 번 발사에 적어도 336t의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는 셈이다. 이는 보잉 747 비행기 395대가 대서양을 건널 때 내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같다.

연구팀은 로켓 발사가 대기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하기 위해 2016년 5월 태국의 통신위성 ‘타이콤8’을 싣고 날아오른 팰컨9의 원격 전송 데이터를 분석했다. 당시 스페이스X는 팰컨9에 달린 카메라로 로켓의 연소 장면을 발사 내내 생중계했다. 영상에 잡힌 연소 불꽃의 길이와 너비를 토대로 대기에 배기가스를 얼마나 배출하는지 평가할 수 있었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팰컨9 로켓은 발사 이후 고도가 올라갈수록 대기가 감당 못할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 밀도가 높은 고도 10km까지 대기권에서는 로켓이 1km상승할 때 로켓 주변 1㎦(입방세제곱킬로미터)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7%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밀도가 그보다 낮은 중간권에서는 고도가 1km씩 상승할 때 주변 1㎦ 이산화탄소 농도가 26배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지구를 탈출하기 위해 로켓의 속도가 더 빨라지는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양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다. 팰컨9은 고도 60km에서 1km를 0.5초 만에 통과하는데 이 고도에선 0.5초마다 주변 1㎦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평상시보다 26배 더 늘어난다. 

이렇게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중간권의 영하 100도 온도에서 액체로 변한 뒤 기류를 타고 점차 주변으로 퍼져나가며 희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연구팀은  얼마나 빨리 퍼져나가는지는 알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대표적인 미세먼지를 만드는 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의 배출량도 추적했다. 대기권에서는 질소 산화물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로켓 배기가스인 질소산화물은 1200도에 이르는 엔진 불꽃에 가열돼 대기중으로 방출된다. 이렇게 뜨거워진 질소 산화물은 반응성이 커서 구름과 섞여 쉽게 산성비를 형성한다. 지상에서는 미세먼지와 결합하면서 오존을 만들기도 한다. 다만 로켓이 더 높은 고도로 상승하면 화염 온도가 떨어져 질소 산화물의 영향은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연간 전세계 로켓 발사 횟수가 아직은 연간 100회 정도로 적어 아직은 대기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도 있다. 우주전문매체 스페이스플라이트나우에 따르면 2020년 로켓 발사 횟수는 114회로 하루 항공기 운항횟수는 10만회보다 훨씬 적다. 하지만 연구팀은 인류의 영향이 덜한 지역에 오염을 유발하고 최근 수년새 로켓 발사 횟수도 급격히 늘어나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드리카키스 교수는 “향후 로켓 발사가 늘어날수록 지구 기후에 상당한 영향을 누적시킬 수 있다”며 “로켓과 엔진 설계에서 이러한 영향을 고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로켓 발사가 환경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일부 로켓 기업들은 처음부터 친환경 로켓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스타트업 스카이로라는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연로인 ‘에코신’을 개발했다. 자체 연소시험 결과 황과 온실가스를 45%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스코틀랜드 기업 오벡스는 바이오디젤 부산물인 바이오프로판을 연료로 쓰는 로켓 ‘프라임’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영국 액서터대와 공동연구 결과 비슷한 크기의 화석연료 로켓보다 탄소배출량을 86% 줄일 것이란 분석 결과를 내놨다. 미국 스타트업 블루시프트도 올해 3월 소형 고체 바이오 연료를 이용한 로켓 ‘스타터스트’의 엔진 연소시험에 처음 성공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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