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은 원자잿값에 '버린 배터리도 다시 본다'..재활용도 속도

경계영 2022. 5. 20.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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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로볼트, 유럽 최대 재활용 공장 건설
'LG와 맞손' 리-사이클도 북미 세 번째 공장
원자재가 급등에 ESG 경영 맞물려 재활용 관심↑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사용 후 배터리(이차전지)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등 광물을 뽑아 재활용(recycle)하는 공장이 유럽·북미·중국 등 주요 전기차 시장을 중심으로 속속 들어서고 있다. 배터리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등으로 공급망 혼란까지 겹치며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배터리 재활용이 소위 ‘돈 되는’ 사업으로 주목을 받고 있어서다.

20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하이드로볼트(Hydrovolt)는 최근 노르웨이 남부 프레드릭스타드(Fredrikstad)에 첫 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완공했다. 하이드로볼트는 스웨덴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Northvolt)와 노르웨이 알루미늄 업체 노르스크하이드로(Norsk Hydro)의 합작법인이다.

하이드로볼트의 노르웨이 공장은 연간 전기차용 배터리 2만5000개에 해당하는 배터리 팩 1만2000톤(t)을 재활용할 수 있다. 이는 유럽 내 최대 규모이자 노르웨이 내 폐배터리 전체를 재활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이드로볼트가 노르웨이에 지은 배터리 재활용 공장 모습. (사진=하이드로볼트)
노스볼트가 배터리 재활용 합작공장을 세운 이유는 폐배터리에서 추출한 니켈, 망간, 코발트 등 재활용 재료를 안정적으로 조달받기 위해서다. 노스볼트는 2030년까지 배터리 내 재활용 재료 사용률을 50%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알루미늄은 또 다른 합작 참여사인 노르스크하이드로로 전달된다.

하이드로볼트는 배터리 팩을 2025년까지 7만t을, 2030년까지 30만t을 각각 재활용하겠다는 목표로 유럽 내 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북미 최대 배터리 재활용 업체인 리-사이클(Li-Cycle)도 캐나다 온타리오주 킹스턴과 미국 뉴욕주 로체스터에 이어 애리조나주 길버트에서 지난 17일(현지시간) 세 번째 공장 가동에 돌입했다. 특히 이번 공장부터 배터리 팩을 자동으로 분해·처리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리-사이클은 오는 3분기 알리바마주 공장까지 가동하면 처리할 수 있는 배터리 양이 연간 3만t으로 확대되고 2023년까지 이를 6만5000t으로 더욱 늘리겠다는 목표다. 생산된 재활용 재료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LG화학(051910), 제너럴모터스(GM) 등이 공급받아 활용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096770)은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점찍고 집중 육성에 나섰다. 지난 2월부터 데모플랜트를 가동하기 시작했으며 전기차 폐배터리 배출이 본격화하는 2025년 초부터 설비를 상업 가동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SDI(006400)도 배터리 생산라인에서 나오는 스크랩을 공정을 거쳐 다시 사용하는 등 재활용에 관심 두고 있다.

북미 배터리 재활용 업체 리-사이클의 미국 애리조나주 공장 개소식을 열고 있다. (사진=리-사이클)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 재활용에 관심이 커지는 배경엔 급등한 원자재 가격이 있다.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은 니켈 가격은 19일 기준 t당 2만6125달러로 지난 3월 초 4만2995달러에 비해 떨어졌지만 전년 평균 대비 41.3% 상승한 상태다. 코발트와 망간 가격 역시 t당 각각 7만4660달러, 1735달러로 전년 평균치보다 각각 45.5%, 7.9% 올랐다. 탄산리튬 가격은 무려 277%나 올랐고 전기차용 배터리에 주로 쓰이는 수산화리튬 가격은 지난해 10월 이후 가격이 아예 공개되지 않고 있다.

재활용 재료 사용은 세계적으로 관심이 커진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도 관련이 깊다. 광물을 캘 때보다 재활용 재료를 활용할 때 배출하는 탄소 양을 줄일 수 있어서다. 미국 에너지성(DOE) 산하 연구기관 아르곤 국립 연구소는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재활용 기술로 수산화리튬을 추출하면 리튬광산 생산 대비 74%, 리튬호수 생산 대비 41% 각각 온실가스 발생량을 줄인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삼정KPMG는 지난달 세계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가 2040년 573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며 원재료 가격 상승과 치열한 확보 경쟁, ESG 경영까지 맞물려 배터리 순환경제가 중요해질 것으로 봤다.

경계영 (ky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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