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구원왕이 2군에서 홈런 1위를..히든카드의 1군행 빨라진 이유
[마이데일리 = 잠실 윤욱재 기자] 다사다난한 야구 인생이다. 미국 마이너리그와 일본프로야구, 그리고 독립리그에서 주로 타자로 뛰었던 하재훈(32)은 2019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SK(현 SSG)에 2라운드로 지명되면서 KBO 리그에 입성했고 투수로 본격 전향하면서 야구 인생의 새 출발을 알렸다.
150km가 넘나드는 빠른 공을 앞세워 일약 마무리투수로 거듭난 하재훈은 61경기에 등판, 5승 3패 36세이브 평균자책점 1.98로 활약하며 구원왕을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2020년 1승 1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7.62에 그치더니 지난 해에도 1승 2홀드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하는데 만족하면서 평범한 투수로 전락한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대변신'을 감행했다. 다시 타자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하재훈은 타자로 전향할 당시 "타자 전향은 부상이 가장 큰 이유다. 2019년 이후 심적으로 많이 힘든 기간이었다"라고 부상에 따른 스트레스가 극심했음을 밝히기도 했다.
타자로 돌아온 하재훈은 올해 퓨처스리그에서 뛰면서 타율이 .211에 머물렀지만 홈런 4개를 터뜨리며 홈런 공동 1위에 오를 만큼 힘 있는 타격을 보여줬다. 그리고 마침내 19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타자로 처음 1군 무대를 밟는데 성공했다.
김원형 SSG 감독은 "하재훈이 아직 퓨처스리그에서 타율은 좋지 않지만 최근 올라온 보고서를 보니 변화구 대처 능력이나 타구 질이 좋아졌다고 하더라"면서 "본인도 열심히 했다는 이야기를 계속 들었고 이번에 1군으로 올라와서 경기할 기회라 판단했다"라고 하재훈을 1군으로 콜업한 이유를 밝혔다.
김원형 감독은 한유섬에게 휴식을 부여하면서 하재훈을 7번타자 좌익수로 선발 기용했다. 하재훈은 경기 전 전광판에 새겨진 자신의 이름을 보더니 "타순이 더 올라가면 좋겠다. 지금이 더 설렌다. 컨디션은 80% 이상 올라왔다"라고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SSG의 2회초 공격이었다. 1사 1,3루 찬스에 하재훈이 첫 타석을 맞았다. 최승용의 118km 커브를 때린 하재훈의 타구는 좌전 적시타로 이어졌고 3루주자 케빈 크론이 득점하면서 KBO 리그 데뷔 첫 안타와 타점을 동시에 신고하는 기쁨을 누렸다. 4타수 1안타 1타점. 나쁘지 않은 출발이었다.
경기 후 하재훈은 "'공 보고 공 치기'하는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갔다. 긴장보다 기대가 컸다"라면서 "타석에서 보는 펜스가 거리감이 달랐다. 투수를 할 때는 잠실구장이 작아보였는데 타자를 하니까 투수도 내 눈 앞에 있는 것 같고 구장도 커보이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왕 1군에 올라온 만큼 좋은 결과로 살아남겠다는 각오다. "퓨처스에서는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대로 야구를 했다면 지금은 일단 결과도 내야 하고 잘 해야 하기 때문에 포커스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하재훈의 말. 김원형 감독도 "(하)재훈이가 타자 전향 후 첫 경기에 나섰는데 안타와 타점을 올려 야수 데뷔전부터 좋은 출발을 보였다"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타자 하재훈'이 진짜 시작을 알리고 있다.
[하재훈. 사진 = 마이데일리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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