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도정치의 꿈, 다시 내걸리다.. '조선 궁중현판 83점' 한자리에

장재선 기자 2022. 5. 2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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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왕도정치의 꿈을 정말 높게 우러른 나라였구나." 국립고궁박물관의 전시 '조선의 이상을 걸다, 궁중 현판' 전을 보고 나면 그런 생각이 절로 든다.

19일 개막해 3개월간 열리는 이번 전시는 수장고에 있던 조선시대의 궁중 현판 83점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글씨를 잘 쓰는 것으로 유명한 선조, 숙종이 현판에서도 그 솜씨를 발휘했음을 이번 전시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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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윤 고궁박물관 학예사가 영조 어필 현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선의 이상… 궁중 현판’展

3개월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선조·숙종·영조 등의 작품과

한석봉의 ‘의열사기’도 선봬

글·사진=장재선 선임기자

“조선은 왕도정치의 꿈을 정말 높게 우러른 나라였구나.” 국립고궁박물관의 전시 ‘조선의 이상을 걸다, 궁중 현판’ 전을 보고 나면 그런 생각이 절로 든다. 19일 개막해 3개월간 열리는 이번 전시는 수장고에 있던 조선시대의 궁중 현판 83점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고궁박물관이 소장한 81점에 국립중앙박물관의 2점을 더했다. 그동안 이런저런 전시에 궁중 현판이 등장했으나, 이렇게 많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문 위에 걸어 건물의 성격을 알리는 편액(扁額)뿐 아니라 다양한 형식과 내용의 현판을 만날 수 있다. 왕이 신하에게 내린 지침, 관청의 업무 분장과 규칙, 국가 행사 등을 새긴 것들이 있어 흥미롭다. 왕의 시를 새긴 것도 있어 전제군주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도구로 현판을 활용했음을 알 수 있다. 영조가 선왕을 기리는 망묘루 제사에 참석하지 못한 심정을 기록한 것도 있는데, 여닫이 형식이 온전하게 남아 있는 궁중 현판이다.

글씨를 잘 쓰는 것으로 유명한 선조, 숙종이 현판에서도 그 솜씨를 발휘했음을 이번 전시로 알 수 있다. 재위 기간이 길었던 영조 글씨가 특히 많은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글씨의 힘이 약해졌음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를 준비한 고궁박물관의 임지윤 학예사는 “형태, 색상에 따라 현판의 등급이 있었다”며 “테두리가 있고 검은색이며 옻칠을 한 게 상급이었다”고 했다. 궁중 현판은 당대의 최고 장인이 참여해 만들었기 때문에 미감이 빼어나지만 조각, 무늬 장식 등을 간결하고 절제 있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백성이 우러러보도록 위엄을 갖되 검소한 궁궐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나온 유물 중 가장 오래된 것은 명필로 유명한 석봉 한호의 ‘의열사기(義烈祠記·1582)’다. 글씨가 워낙 작아 희미하지만, 조선이 충(忠)의 가치를 얼마나 중하게 여겼는지는 뚜렷이 알 수 있다.

가장 큰 현판은 경운궁(현 덕수궁) 정문에 걸려 있던 ‘대안문(大安門·124×374㎝)’이다. 크게 편안하기를 바랐던 조선시대 사람들의 소망을 알 수 있다. 이 편액은 1906년 ‘대한문(大韓門)’으로 이름을 바꿔 단다. ‘경운궁 중건도감의궤’에 따르면, 한양이 창대해진다는 뜻으로 이름을 고쳤다고 한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잡지 ‘별건곤’은 대안문의 ‘안(安)’ 자가 계집녀(女)에 갓 쓴 글자여서 바꿨다는 소문을 전했다. 일본 밀정으로 알려진 여성 배정자가 모자를 쓴 채 대궐을 드나들며 망국을 조장한 탓에 대안문의 이름을 대한문으로 고쳤다는 것이다.

이번에 ‘대안문’과 함께 그 이전에 경운궁 정문에 걸려 있던 현판 ‘인화문(仁化門)’도 볼 수 있다. 안경숙 학예관은 “인화뿐만 아니라 ‘홍화(弘化)’ ‘경복(景福)’ 등에서 보듯 어질고 큰 정치로 백성을 이롭게 하겠다는 왕도정치 이상을 담았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현판 제작 당시의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관련 의궤와 화첩 등도 선보인다. 오늘날 어떻게 계승되고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국가무형문화재인 김각한 각자장(刻字匠)과 전승교육사인 최문정 단청장 등이 현판을 제작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전시는 8월 15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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