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투로 출발한 로맨스 영화, 조정이 빚어낸 스릴러

김계연 2022. 5. 20.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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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소재로 삼은 영화 두 편이 차례로 관객을 찾는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기 종목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일반적인 스포츠 영화의 성공담이 아니다.

'올리 마키의 가장 행복한 날'은 핀란드 권투영웅 올리 마키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다.

'더 노비스'는 조정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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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소재 '올리 마키의 가장 행복한 날'·'더 노비스' 잇단 개봉
'올리 마키의 가장 행복한 날' [디오시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스포츠를 소재로 삼은 영화 두 편이 차례로 관객을 찾는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기 종목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일반적인 스포츠 영화의 성공담이 아니다. 권투는 로맨스를, 조정은 스릴러를 빚는다. 주인공들은 서로 상반된 태도로 관객에게 성공이란 무엇인지 묻는다.

'올리 마키의 가장 행복한 날'은 핀란드 권투영웅 올리 마키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다. 평범한 제빵사로 일하던 올리는 유럽선수권대회 프로와 아마추어 부문에서 모두 우승한 유일한 권투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올리 마키의 가장 행복한 날' [디오시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는 1962년 당시 페더급 챔피언이던 데이비드 무어와 경기를 앞두고 시작한다. 올리(자코 라티 분)는 세계챔피언을 홈으로 불러들여 벌인 이 경기로 스타덤에 올랐다. 그러나 영화 속 그는 내내 얼이 빠진 듯하다.

기자회견에 취재진이 몰렸지만 딴 데 정신이 팔려 대답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먼발치에서 연인 라이야(우나 아이롤라)가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 전까지 3㎏을 더 감량해야 하지만 몸무게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속이 탄 트레이너(에로 밀로노프)는 경기가 열리는 8월 17일이 가장 행복한 날이었다고 말할 수 있도록 경기에만 집중하라고 다독인다. 하지만 올리 마키는 빵이 맛있다며 딴소리만 한다.

'올리 마키의 가장 행복한 날' [디오시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올리는 예상대로 완패했다. 그러나 그는 1962년 8월 17일을 아직도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날로 기억한다. 연인과 결혼을 약속하며 반지를 맞춘 날이기 때문이다.

올리는 처음부터 챔피언십이나 대중의 관심, 언론의 헤드라인 따위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성공한 스포츠 스타에게도 훈련과 시합이 인생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고 영화는 말한다.

유호 쿠오스마넨 감독은 "권투가 다른 장면보다 상징적이거나 더 위대한 장면으로 보이길 원치 않았다"며 "스포츠에서 경쟁은 필수적이지만, 그것이 일상이 된다면 삶의 아름다움을 파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960년대 실화를 16㎜ 흑백필름으로 찍어 기록영화 느낌을 준다. 영화는 2016년 칸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받았다.

'더 노비스' [영화사 진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더 노비스'는 조정 영화다. 들뜬 분위기의 캠퍼스 스토리처럼 출발하는 영화는 점점 인물의 내면을 파고들면서 심리 스릴러의 모양새를 한다.

대학 조정부에 신입으로 들어간 알렉스(이사벨 퍼만)의 표정은 친구를 사귀려고, 장학금을 받으려고 조정부에 가입했다는 다른 멤버들과 사뭇 다르다. 알렉스는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온종일 조정에만 시간을 쏟는다. 시험기간에도 연습에만 몰두하는 알렉스를 코치도 걱정하기 시작한다.

'더 노비스' [영화사 진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는 알렉스의 목적이 뭔지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는다. 알렉스는 연습하지 않을 때도 노 젓는 리듬을 입으로 반복하고, 급기야 자기 몸마저 해친다. 관객은 그를 조정으로 이끈 건 최고를 향한 욕망, 나아가 광기였음을 깨닫게 된다. 조정이 아니라 테니스나 물리학이었어도 그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알렉스의 집착은 인간관계마저 망가뜨린다. 그야말로 자기파괴적 광기다. 영화는 자기 자신과 싸운다거나 한계에 도전한다며 스스로를 설득하고 모든 걸 쏟아붓는 태도가 광기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묻는다.

'더 노비스' [영화사 진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조정만큼 단순하고 반복적인 동작으로 이뤄진 종목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드럼 영화 '위플래시' 등에서 사운드 에디터를 맡았던 로런 해더웨이 감독은 다채로운 음악과 감각적인 촬영으로 난제를 해결한다. 영화는 록밴드 라디오헤드 등과 함께 일했다는 토드 마틴 촬영감독의 경력에 걸맞게 때때로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킨다.

로런 해더웨이 감독은 자전적 이야기로 각본을 썼다. 그 역시 대학 신입생 때 이유도 모른 채 조정부에 들어갔고 4년 동안 조정에 모든 시간을 쏟았다고 한다.

▲ 올리 마키의 가장 행복한 날 = 6월 2일 개봉. 93분. 12세 관람가.

▲ 더 노비스 = 5월 25일 개봉. 97분. 15세 관람가.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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