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역사를 바꾼 것은 천재들이 아닌 '집단적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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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 피카소, 모차르트. 위대한 지성과 번뜩이는 천재들.
지금의 인류를 있게 한 건 '커다란 뇌'가 아니라 뇌와 뇌, 사람과 사람, 지식과 지식을 연결한 '집단적 뇌'라는 것.
저자는 이것이야말로 '집단적 뇌', 즉 '집단적 창조성'의 발현을 잘 보여주는 발명품이라고 말한다.
책은 이를 '창조적 사고의 세계화'라 명명하는데, 물리적 장소나 거리가 걸림돌이 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뇌가 연결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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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사고의 놀라운 역사 | 슈테판 클라인 지음, 유영미 옮김 | 어크로스
아인슈타인, 피카소, 모차르트…. 위대한 지성과 번뜩이는 천재들. 이들이 역사를 바꿔왔다. 책은 이런 통념을 뒤집는다. 독일의 과학저술가인 저자는 뇌과학, 인류학, 고고학 등 다양한 학술 연구의 최신 성과들을 통해 창조성이 몇 사람에게만 주어진 특별함이 아니라고 말한다. 지금의 인류를 있게 한 건 ‘커다란 뇌’가 아니라 뇌와 뇌, 사람과 사람, 지식과 지식을 연결한 ‘집단적 뇌’라는 것. 책은 330만 년 전 석기 유적지부터 15세기 구텐베르크 인쇄소를 거쳐, 알파고로 이어지는 창조의 궤적을 좇으며 뇌가 어떻게 진화하고 작동했는지 살핀다.
책에 따르면 창조적 사고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이다. 저자는 이것이야말로 ‘집단적 뇌’, 즉 ‘집단적 창조성’의 발현을 잘 보여주는 발명품이라고 말한다. 도시마다 인쇄소가 생기면서 정보가 정확히 복제되며 폭발적으로 확산했다. 책은 이를 ‘창조적 사고의 세계화’라 명명하는데, 물리적 장소나 거리가 걸림돌이 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 뇌가 연결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도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에 빚지고 있다. 항해를 떠날 때 그의 손에는 천문학자 레기오몬타누스가 펴낸 ‘천체 위치추산표’가 들려 있었고, 이 수단에 힘입어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인간이 발휘하는 창조성 대부분은 이런 ‘탐구적 창조성’에 힘입은 것이다. 영국의 수학자 제이콥 브로노프스키도 “인류가 지구의 지배자가 되는 과정은 단순히 지능의 승리가 아니라 상상력의 승리”라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AI)의 등장은 탐구적 창조성의 위기일까. 지금의 AI는 규칙을 입력하면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게임 전략까지 개발해 낸다. 기계가 인간보다 빠르게 해결책을 모색하는 세상에서 인간 지성은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저자는 인류 발전의 근원인 ‘창조적 사고’와 ‘집단적 뇌’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창조적 사고를 가능하게 했던 인류의 교류와 협력, 무엇이든 호기심을 갖고 바라보는 어린아이와 같은 삶의 자세가 창조성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대목에서 “어린아이와 같아야 천국에 간다”고 한 성경 구절이 떠오르는 건, 지나친 비약일까. 284쪽, 1만68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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