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부족한 컨테이너, 내년엔 넘칠 수도.. 해운사 "투자 고민"

권오은 기자 2022. 5. 2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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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불거진 ‘컨테이너 박스(컨테이너)’ 부족 문제가 2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전 세계 해운사들이 컨테이너를 새로 주문하거나, 빨리 반환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2023년부터 공급망이 회복하면 오히려 컨테이너가 남아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와 투자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2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011200)은 지난해 20피트 컨테이너(TEU) 약 13만2000개를 인도받았다. 투자 규모는 4064억원으로 2020년 컨테이너 투자액 555억원의 7배가 넘는다. HMM은 올해 1분기말 기준 컨테이너선 71척(선복량 80만9390TEU)을 운영하고 있는데, 2020년 말보다 6척(10만7000TEU) 늘었다. 컨테이너를 추가로 확보하는 과정에서 컨테이너 가격이 급등해 투자 규모도 커졌다.

그래픽=이은현

컨테이너 가격은 코로나 사태 전 TEU당 1800~2000달러 수준에서 지난해 6월 4000달러까지 치솟았다. 현재는 3000~3500달러 수준이다. 이른바 ‘해운대란’ 이후 컨테이너가 제대로 순환하지 못한 영향이 컸다. 아시아에서 유럽·북미로 향하는 헤드홀(Head-Haul) 물량에 비해 유럽·북미에서 아시아로 돌아오는 백홀(Back-Haul) 물량이 적은 구조에 더해 항만의 물류 처리 속도가 떨어지면서 빈 컨테이너가 제대로 회수되지 못했다.

또 헤드홀과 백홀의 운임 격차가 7배가량 벌어지면서 해운사 입장에선 유럽·북미에서 빈 컨테이너를 싣기보다 빨리 돌아와 새로 컨테이너를 싣고 출항하는 것이 유리했다. 결국 아시아 쪽에선 컨테이너가 부족하고, 반대편에선 컨테이너가 쌓여 곤란한 상황이 반복됐다.

전 세계 컨테이너의 95% 이상을 생산하는 중국 업체는 수요가 늘자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새 컨테이너선을 인수하는 때가 아니면 단기간에 컨테이너 수를 크게 늘릴 필요가 없다”며 “해운사들도 무리해서 컨테이너를 발주하기보다 상황을 지켜보는 방향으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해운사들은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프랑스 CMA CGM은 이달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LA)항 등에 컨테이너 조기 반환 인센티브를 도입했다. 컨테이너를 반출한 뒤 지정된 위치에 4일 이내 돌려주는 화주에게 개당 300달러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덴마크 머스크(Maersk Line) 등 주요 선사 모두 컨테이너에 부착하는 센서를 늘리고 있다. 화주에게 화물의 위치 정보와 상태를 제공해줄 수있을 뿐더러, 컨테이너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독일 하팍로이드(Hapag-Lloyd)는 앞으로 모든 신규 제작 컨테이너에 센서를 붙이겠다고 발표했다.

지금은 컨테이너가 부족하지만 공급망이 정상화되면 컨테이너가 남아돌 전망이다. 덴마크 해운분석업체 씨인텔리전스는 최근 하팍로이드의 운송량과 보유 컨테이너(300만TEU) 정보를 분석한 결과, 컨테이너 수가 코로나 사태 전보다 17%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를 전 세계 컨테이너 수 5000만TEU에 적용하면 약 850만TEU의 컨테이너를 초과 보유한 상태다. 올해 컨테이너 450만TEU가 추가 공급될 예정이어서 2023년엔 전 세계에 1300만TEU가량의 컨테이너가 남아돌 수 있다는 게 씨인텔리전스의 설명이다.

공급망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컨테이너 선사의 정시성(Schedule Reliability)은 올해 1월 30.9%로 역대 최저치를 찍은 뒤 1분기 말 35.9%로 회복했다. 해운사 입장에서는 당장의 컨테이너 부족 문제와 앞으로의 초과 보유 가능성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해운사들은 역대급 실적 행진으로 현금 보유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투자 계획을 놓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HMM의 경우 올해 1분기말 현금·현금성 자산이 2조9037억원으로 1개 분기 만에 1조2000억원 가까이 늘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중국의 봉쇄조치처럼 대외 변수가 너무 많아 해운사들이 합리적 예측에 기반한 계획을 세우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투자 규모를 상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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