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브랜드 스토리] 초경량에 값싸고 고품질, 그런게 있습니다

글 손수원 기자 사진 식스 문 디자인 제공 2022. 5. 20.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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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 문 디자인]
하이킹 마니아 론 모크가 2002년 창업..PCT·아팔래치아 트레일 걸으며 직접 테스트
‘식스 문 디자인’은 장거리 쓰루 트레일을 여러 번 완주한 ‘론 모크’가 창업했다. 그는 하이커와 백패커에게 저렴하면서 가볍고 품질 좋은 장비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판초우의이자 타프인 ‘게이트우드 케이프’와 ‘미니멀리스트’ 배낭.
2007년 제주올레가 열리면서 우리나라에도 ‘장거리 트레일’이라는 개념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후 지리산둘레길, 해파랑길, 백두대간 트레일 등 전국에 걸쳐 장거리 걷기길이 생겼다. 사람들은 등산 외에도 ‘걷기’라는 운동에 매료되었고, 트레일을 완주하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이렇게 국내 트레일뿐만 아니라 해외의 트레일로 눈을 돌렸고, 높아진 눈높이에 따라 경량 백패킹 장비도 주목을 받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클라이밋, 제로그램, 고싸머기어, HMG 등 하이커와 백패커를 위한 초경량 장비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직 우리나라에선 생소하지만 미국에선 ‘갓성비(God성비. 가성비가 매우 좋다는 의미)템’으로 불리는 초경량 하이킹 장비 브랜드가 있다. 바로 ‘식스 문 디자인Six Moon Designs(이하 SMD)’이다.
SMD의 베스트셀러인 ‘루나 솔로’텐트. ⓒ라다비스트.
하이커가 직접 텐트와 배낭을 만들다
SMD은 하이커이자 백패커, 그리고 자칭 ‘방랑자’인 ‘론 모크Ron Moak’가 만든 브랜드다. 론은 고등학생 때 처음으로 애팔래치아 트레일Appalachian Trail(AT)을 걸었다. 이후 1977년에는 아내 린다와 함께 남쪽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완주하는 AT 쓰루 하이킹을 했다. 그들은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남쪽으로 하이킹한 최초의 부부였다.
20년 후 론은 아들 브랜든과 함께 애팔래치아 트레일 800마일(약 1,290km)을 걸었고, 2000년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Trail(PCT) 쓰루 하이킹Thru hiking(수천 km의 장거리 트레일을 1년 이내에 연속해서 완주하는 종주 하이킹)을 했다. 이처럼 장거리 하이킹 경험을 통해 론은 가벼운 무게를 가진 장비에 매료되었다.
장거리 하이킹의 필수품인 우산도 SMD가 만들면 150~250g대에 불과한 초경량 장비로 태어난다.
론은 대학생 때부터 직접 장비를 만들어 썼다. 손수 바느질해서 침낭과 비비색, 방수포 등을 만들었는데, 경량화에 관심이 많던 그의 장비는 다른 기성품보다 40%가량 가벼웠다. 시간이 흘러 론은 다른 백패커들도 저렴하면서도 가벼운 장비를 원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2000년 초반 초경량 장비를 제작하는 회사는 겨우 몇 곳에 지나지 않는 초기 단계였다. 론은 직접 장비 회사를 차리기로 마음먹었다.
20여 년간 컴퓨터 프로그래머로서 살아왔던 론은 새로운 시작을 위해 수개월간 창업을 준비하고 신제품을 개발했다. 그리곤 ‘컨티넨탈 디바이드 트레일Continental Divide Trail(CDT)’을 직접 걸으며 필드 테스트를 했다.
이런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제품이 반드시 성공할 거란 확신을 가지고 2002년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식스 문 디자인’의 문을 열었다. ‘식스 문’이란 이름은 그가 쓰루 하이킹을 할 때마다 달의 주기가 6번 바뀌었다는, 즉 180여 일 동안 걸었다는 것에 착안해 지은 것이다.
SMD의 로고 안에는 6개의 초승달이 그려져 있다.
저렴하면서도 가벼운 고품질의 장비 추구
SMD의 첫 번째 제품은 2002년 5월에 출시한 935g의 싱글월 텐트인 ‘유로파Europa Tent’였다. 이 초경량 배낭은 곧 백패킹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기 시작했고, 론은 곧이어 또 다른 히트작을 출시했다. 2006년 출시한 ‘게이트우드 케이프Gatewood Cape’는 311g에 불과한 판초우의이자 타프였다. 또한 프레임이 없는 ‘스타라이트 팩Starlite Pack’은 714g의 무게를 자랑하는 배낭이었다.
론은 매년 수백km를 하이킹하며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신제품을 직접 필드 테스트했다. 론은 “우리의 제품 디자인은 다양한 경험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나는 배낭여행에서 실패하기를 희망한다고 정직하게 말할 수 있다. 오랜 경험에서 나는 실패가 혁신을 낳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나의 여행이 늘 즐겁기를 희망하지만, 실패로 인해 과거를 되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는 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론 모크 ‘Hiking in Finland’ 인터뷰 中-
SMD의 현재를 이끌어 나가는 브랜든 모크(가운데)와 팀원들.
SMD를 창업할 때부터 론의 곁에는 늘 아들 브랜든이 있었다. 브랜든은 여섯 살 때 제퍼슨산 기슭에 있는 제퍼슨공원으로 첫 배낭여행을 떠난 이후, 아버지와 함께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걸었고, SMD가 세워진 후에는 텐트와 배낭 개발에 큰 힘을 실어주었다. 2007년 정식으로 SMD에 입사한 후 현재는 운영 담당 부사장을 맡고 있다.
이외에도 영업 및 마케팅 담당 부사장인 휘트니 라우파는 하이킹과 낚시, 스키를 즐기는 아웃도어 마니아이고, 고객 경험 관리자인 그레이엄 호지 또한 하이킹과 암벽등반, 서핑을 즐기는 등 대부분 직원이 아웃도어 활동에 열정을 가지고 직접 활동하는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다.
SMD의 철학은 ‘가볍고 고품질이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저렴하게 장비를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200달러짜리 텐트를 살 수 있는데 굳이 600달러짜리 텐트를 사서 여행경비 400달러를 추가로 벌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오랜 하이킹 마니아인 창업주 론 모크(왼쪽)와 아들 브랜든 모크.
휘트니 라우파는 “SMD은 월마트에서 살 수 있는 텐트보다 약간 높은 가격부터 시작한다. 이것은 ‘특권의 스포츠’로 여겨지는 장거리 하이킹에 대한 사회경제적 장벽을 낮추는 SMD의 미션”이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 자연을 탐험한다면 더 나은 세상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SMD 제품의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다고 해서 품질까지 저렴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SMD은 ‘계속 성공하기’를 목표로 새로 출시되는 제품마다 완벽을 추구한다. 첫 제품인 유로파 텐트가 인기를 끈 이유는 가볍고 저렴하며 설치하기 쉽고 다양한 오지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견고하게 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후로도 SMD의 모든 제품은 이러한 철학을 유지하며 초경량 백패킹과 하이킹을 추구하는 아웃도어 마니아 사이에서 ‘가성비’ 좋은 아이템으로 인지도를 쌓고 있다.
SMD의 대표 배낭인 미니멀리스트(오른쪽)와 퓨전. 단단한 프레임을 없애 가벼우면서도 많은 짐을 넣을 수 있다.
트레킹을 위한 초경량 우산 개발
SMD 제품 중 대표제품을 꼽으라면 단연 ‘루나 솔로Luna Solo’ 텐트를 꼽는다. 2004년 처음 출시한 이 텐트는 740g의 가벼운 무게에 트레킹 폴을 세워 설치한다. 고품질의 100% 실리콘 코팅 폴리에스테르 소재를 사용하고 통풍과 방수, 공간 등에서 빼어난 기능을 제공하면서도 250달러(약 30만 원)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인 덕분에 초경량 하이킹 마니아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 ‘2019 백패커 매거진 에디터스 초이스 어워드’를 수상하면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배낭 중에서는 ‘미니멀리스트Minimalist Ultralight Backpack’가 대표적이다. 프레임이 없는 992g의 초경량 배낭이며, 마라톤이나 트레일 러닝 백팩에 사용되는 조끼식 하네스를 적용할 수 있어 몸에 밀착되는 느낌을 준다. 하네스의 종류와 힙벨트의 크기를 선택할 수 있다.
2020년 단순한 디자인은 더욱 단순화시키고 기능성은 더한 미니멀리스트 두 번째 버전을 출시했다. 전 버전과 마찬가지로 하네스와 힙벨트를 선택할 수 있고, 배낭 소재 또한 선택할 수 있다.
SMD는 현재 텐트와 타프, 배낭 외에 초경량 우산 등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아웃도어 장비 업체에서 우산을 내놓은 것이 특이한데, 장거리 트레일을 걷는 이들에게 우산은 비와 햇볕을 막아 주고 타프의 폴을 대신하기도 하는 필수 장비이다.
SMD는 “초경량 우산은 트레일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장비 중 하나”라며 경험을 살려 150~250g에 불과한 무게를 가진 가벼운 우산을 개발했다. 그들이 하이킹과 백패킹에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나라에서 ‘식스 문 디자인’ 제품은 백패킹 전문 아웃도어 매장인 ‘마이기어’가 곧 정식 수입해 판매할 예정이다.

본 기사는 월간산 2022년 5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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