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방일지' 추격전 끝 전철이 데려다준 손석구·이민기 운명은?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2. 5. 2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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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가을빛이 따가운 산포 들판. 때 아닌 추격전이 벌어진다. 죽기살기로 도망가는 이는 염창희(이민기 분)고 그냥은 안놓친다 쫓는 이는 구씨(손석구)다.

15일 방영된 JTBC토일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12화는 주요 등장인물들의 전환점을 그려냈다. 염창희와 구씨가 추격전 끝에 올라탄 전철은 두 사람을 엉뚱한 동네에 내려놓았다. 이번에도 구씨는 잘못 내린 듯 하고 창희는 내릴 곳에 내린 모양새다.

최근 창희는 다시 짜증이 늘기 시작했다. 한동안 무념무상했던 옆자리 선배의 잔소리가 다시 신경을 건들인다. 친구들은 구씨가 건넨 외제차의 약발이 떨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래선지 일도 안풀린다. 모든 일이 안될려고 기를 쓴다. 동기 회식에서 대시하는 여자 동기를 예의 몇억대 차로 데려다주기로 했는데 주차장을 가로막은 차주가 나타나지 않는다. 여자 동기는 회식 내내 오징어도 안먹었다. 과일만 먹었다. 무난히 키스까지는 진도를 뺄 수 있는 타이밍였다.

하릴없이 여자 동기를 택시 태워 보내자마자 차주가 등장한다. 화풀이를 해보지만 본인이 전화번호중 ‘0’을 ‘8’로 잘못 읽은 탓이었다.

다음날 옆자리 선배의 히스테리는 극을 달리고 발작하려는 창희를 인지한 상사가 드라이브를 빌미로 창희를 가라앉힌다. 그러나 드라이브는 웬걸. 나와보니 뒷 범퍼가 우그러지고 긁혀있다. 오 마이 갓! 견적만 2~3천만 원에 달하는 대형사고다.

전전긍긍한채 제사상에 올릴 북어를 사려다 차 끌고 온 모습을 아버지 염제호(천호진 분)에게 들키기까지 한다. 제사 후 식사자리서 염제호의 추궁에 결국 차주가 구씨임을 밝히고 때마침 들어선 구씨는 서먹한 밥상머리 분위기에 어색해한다.

이실직고가 답임을 알고 구씨를 기다리던 창희, ‘아무래도 저 형 손에 맞아 죽을 각’이란 생각이 문득 들자 신고 온 슬리퍼를 벗고 구씨 운동화를 몰래 꺼내 신는다. 그리고 현장. 조마조마 차를 살피는 구씨를 지켜보는 창희 눈에 구씨가 슬슬 운동화를 고쳐 신는 모습이 보인다. ‘튀자!’ 그렇게 시작된 추격전이다.

별 생각이 다 드는 도망길이다. ‘이쯤에서 그냥 빌고 맞을까’ ‘때릴 힘도 없을만큼 지치게 만들까?’ ‘뭔 일이 이렇게 꼬이냐’ 싶은 차에 문득 작가 지망생였던 현아(전혜진 분)의 말이 떠오른다.

“주인공이 잘되려고 무지 애쓰는데 결과가 안 돼. 재미없어서 그만뒀어. 현실이랑 똑같은 걸 뭐하러 써!” 맞다. 현실은 무지 애쓰건 말건 안되게 돼 있다. 그리고 이어 떠오르는 현아의 말. “그 사람이 너 보고 싶대. 내가 맨날 창희, 창희 했으니까.”

겨우 구씨를 피해 전철에 올라탈 수 있었다. 일요일 아침의 격한 운동으로 숨을 몰아쉬며 창희는 ‘기왕에 서울 가는 전철 탄 김에 나 보고 싶다는 현아의 남자 병문안이나 가자’ 작심한다.

병원서 만난 현아의 남자는 “딱 그렇게 생겼네”라며 어쩐지 호의를 보인다.

한편 염창희가 오해한 게 그 전철엔 구씨도 올라타 있었다. 하지만 창희로선 천만다행이게도 구씨 머릿속에 더이상 염창희는 없었다.

창희를 쫓으며 구씨의 속내도 시끄러웠다. “너란 인간은..너란 인간은..” 저주하는 죽은 옛 여자의 목소리도 들리고 “시끄러! 나란 인간은 나만 알면 돼!”하는 정 없는 제 목소리도 들린다. 자신을 두고 “거칠고 투명해”라며 “미쳤구나”하는 데도 다시 “투명해!” 강조하는 염미정의 목소리도 들린다.

백사장(최민철 분)을 만났을 때 이미 산포생활의 위기는 감지했다. 급기야 신회장까지 나타나 복귀를 재촉하더니 자기가 돌봐오던 선배까지 나타나 복귀를 호소했다. 그 선배는 염미정의 존재마저 눈치챘다.

자신이 살아왔던 세계와 미정 포함 산포사람들이 사는 세계는 틀리다. 저쪽 세계에 소속된 자신이 이쪽 세계에 편입될 수 있을까? 이쪽 세계가 붕괴되는 건 아닐까?

특히 미정은 위험하다. 나만 알면 된다고 생각해 온 내 자신을 말갛게 들여다 보는 기분이라 쫄린다. 그런 미정이 자신을 보며 “난 사랑스런 거를 보면 막 주물러 터뜨려 먹고 싶어. 꿀꺽.”할 때 “인제 아무 말이나 다 하는구나”고 넘어갔지만 더 이상 나아가선 안되겠다는 위기의식도 들었다.

서울에 닿았고 선배를 만났고 백사장의 마약유통 사실을 전했다. 구씨 아닌 구자경의 복귀선언이었다. 자신이 복귀할 때 백사장은 정리되어 있을 것이다.

빈 밭을 떠나지 않고 영역 삼은 들개 3마리는 위험하다. 미정에게도, 산포 사람들에게도 구씨는 파라솔을 들고 와 그늘막을 쳐준다. 초가을 뙤약볕에 지친 들개들은 그늘의 시원함에 익숙해질 것이고 포획도 쉬워질 것이다. 산포에 대한, 미정에 대한 마지막 배려다.

이별을 통보받고 “어떻게 살았는 지 상관없다고 했잖아!”라 반발하는 미정에게 “어떻게 살았는 지는 상관 없다 해도 어떻게 사는 것도 상관 없겠냐? 난 내 인생 괜찮아.”라고 답해줬다. 사실 자신을 씽크대 일에 정착시키려는 듯 “목재 값은 선금으로 받아라.” “인테리어 업자 낀 건은 될수록 하지마라.” 등 염제호의 살가운 조언에 구씨는 불편함을 느꼈었다. 자신이 편한 일은 아무래도 저쪽 세계 일인 것이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 빈 밭에 파라솔은 나뒹굴고 들개들은 포획틀에 잡히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서울로 올라왔을 때 백사장은 경찰 추격을 피해 도주하다 죽어있었다. 우습다. 사람은 그렇게 쉽게 죽기도 한다. 비식비식 헛웃음만 나온다. 그런 그의 머릿속에 “그래도 애는 얻을 거야. 한 살짜리 당신을 얻고 싶어”라는 미정의 목소리가 울릴 듯도 싶다.

지하철이 데려다준 창희의 운명은 아무래도 동네친구 현아였던 모양이다. 구씨의 운명은 호스트바 마담부터 클럽 대표가 된 구자경인 모양이고. 이들의 삶이 다음엔 어느 노선에 올라 어느 역에서 내리게 될 지 궁금해진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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