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팀vs김팀' 함박웃음 11점 대결? IBK기업은행의 '행복배구'

권수연 2022. 5. 20. 07: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9일, 용인 연수원에서 IBK기업은행 김하경(좌), 김호철 감독, 이진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MHN스포츠 용인, 권수연 기자) "아이쿠, 지금 몇시야?"

지난 19일 찾아간 용인 소재 IBK기업은행 연수원은 선선한 공기 속에 하얗게 우뚝 서있었다. 

정각 오후 3시가 되자 어디에선가 선수들이 한두명씩 어슬렁어슬렁 나타나기 시작했다. 숙소에서 갓 올라온듯 느긋한 표정들이 눈을 사로잡았다. 오로지 배구연습만을 위해 만들어진 거대한 코트 위에 농구골대처럼 생긴 독특한 연습장비가 네트 곁으로 세팅됐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선수들은 세터 김하경, 이진, 레프트 육서영이다. 본지 기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깜짝 놀라며 "지금 몇시야?"를 느닷없이 물어본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이 선수들에게로 다가갔다.

훈련시간이다. 오후 3시부터 5시 반까지는 선수단의 볼 훈련이 이뤄지는 시간이었다.  타이밍이 좋아 선수들의 볼 훈련을 제 시간에 볼 수 있게 되었다.  

오전 훈련 프로그램을 마친 선수들은 점심식사를 한 뒤 짧게 낮잠을 자고 오후 훈련에 나선다. 김하경은 "보통 1시부터 2시 반까지 낮잠을 자고 오후 훈련에 들어간다, 대개는 그전에 일찍 일어나서 훈련 준비를 마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19일, 용인 연수원에서 IBK기업은행 이진(좌) 김호철 감독, 김하경이 하이파이브를 하고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19일, 용인 연수원에서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가운데)이 훈련하는 이진을 놀리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19일, 용인 연수원에서 훈련하고 있는 IBK기업은행 김하경ⓒ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19일, 용인 연수원에서 IBK기업은행 이진이 바닥에 누워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먼저 나온 선수들끼리 볼 감각 훈련에 돌입했다. 매니저들이 곁에서 공을 던져주면 정확히 토스 혹은 리시브를 해서 골대(?) 안에 넣는 것이다. 

초반은 몸풀기 정도로 가벼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선수가 훈련에 나서면 지켜보던 김 감독이 곁에서 우스운 표정이나 소리 등을 내며 방해하는 장난스러운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다. 훈련이 잘 풀리지 않자 철부지 막내처럼 벌러덩 드러눕는 이진의 모습이 한 몫을 보탰다. 

어느덧 코트에 선수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김수지와 표승주가 자리를 잡고 철푸덕 앉아 긴 다리를 뻗고 스트레칭을 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윽고 김희진을 제외한 선수들이 코트에 모였다. 양유경과 구혜인의 웃음섞인 가위바위보로 각각 6명씩 팀이 나뉘었다. 팀 내 최고참인 김수지 팀과 표승주 팀이 갈렸다. 이어 간단한 게임이 시작됐다.

룰은 간단하다. 두 개의 공을 한꺼번에 던지고 리시브로 공을 주고받아 먼저 라인 밖으로 공을 보내거나, 공을 떨어뜨리면 점수를 뺏긴다. 점수는 11점제다.

19일, 용인 연수원에서 IBK기업은행 선수들이 훈련을 위해 코트에 모였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19일, 용인 연수원에서 IBK기업은행 선수들이 훈련을 위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19일, 용인 연수원에서 훈련하고 있는 IBK기업은행 선수단ⓒ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19일, 용인 연수원에서 훈련하고 있는 IBK기업은행 표승주ⓒ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네트를 마주보고 선 선수들의 얼굴은 싱글벙글 일색이었다. 5-5 상황까지 분위기가 좋았다.

그러나 역시 프로는 프로였다. 금세 승부욕에 불탄 선수들은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우고 단순한 훈련인데도 몸을 던져가며 리시브에 집중했다. 

털털하게 장난치며 선수들을 놀리던 김 감독도 슬금슬금 '호랑이 감독'의 얼굴로 돌아와 곧장 "야! (김)하경이 뭐하냐!"하며 돌직구를 날리기 시작했다. 역시 세터 눈에는 세터부터 보이는 모양이다. 그러나 가볍게 남은 웃음기는 지우지 않았다.

점차 공 때리는 소리가 거세지고 선수들의 얼굴이 상기됐다. 하지만 상대방이 공을 떨어뜨릴때는 여지없이 함박웃음과 함께 천진난만한 함성이 들려왔다.

막상막하의 승부 끝, 먼저 11점을 채운 김수지 팀이 1세트에서 웃었다. 

19일, 용인 연수원에서 훈련하고 있는 IBK기업은행 구혜인(좌)-김수지ⓒ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19일, 용인 연수원에서 훈련하고 있는 IBK기업은행 신연경ⓒ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19일, 용인 연수원에서 훈련 중 환하게 웃고있는 IBK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좌)ⓒ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게임은 가벼울지언정 배구공을 따라가는 마음만큼은 진심이었던 선수들이 물을 마시러 코트에서 뿔뿔이 나왔다. 

구단 관계자가 "볼 훈련이 매일매일 있는 것은 아니고 때마다 훈련 프로그램이 조금씩 다르다"며 "보통 오전에는 웨이트를 하고, 오후에는 요일마다 달라지는데 내일(금요일)은 오전 프로그램을 마친 뒤 등산훈련이 있다"고 곁에서 귀띔했다. 

연습게임 한 세트가 끝났을 뿐인데도 사뭇 진지한 얼굴로 네트옆에 선 김호철 감독을 다시 바라봤다. 아까전 네트 너머에서 김하경을 놀리던 장난스러운 얼굴과 대조됐다. 그럼에도 선수들이 서슴없이 다가와 농담을 하기도 하고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이 보였다. 

"다른 선수들이 '나도 IBK기업은행에서 배구를 해보고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 그런 팀을 만들고싶다"고 말하던 김 감독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Copyright © MHN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