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칼럼] 함께 하는 여정

이두식 세종상공회의소 회장 2022. 5. 2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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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식 세종상공회의소 회장

예전의 난 세상 모든 문제엔 답이 있고 그 답을 찾아가는 것이 인생이라 생각했다. 생계를 위해 직업을 가졌고, 내가 하는 일이 나 자신의 일부인 것처럼 살아왔다. 세월이 흐를수록 고민이 점차 많아진다. 삶에 대한 질문이 보다 더 본질적으로 변해 간다. 이를테면 '인생은 무엇인가,'올바른 삶은 어떤 삶일까'등과 같은 질문이다. 이 물음에 대한 결론에는 평생 닿을 수 없겠지만'인생은 배움의 여정이라는 걸 알기에 조급해하지 않으려 한다.

인생이라는 여정은 어찌 보면 탐험가와 비슷하단 생각이 든다. 탐험가들이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해 늘 새로운 것을 개척하고 나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일반적인 여정엔 목적지가 있지만 인생이라는 여정엔 목적지가 없다. 다만, 안전하고 익숙한 길만을 걷는다면 색다른 무언가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인생은 험난하면서도 그 속에서 무언가를 성취하는 일을 반복 경험하며 가치를 채워가는 일이 아닌가 싶다.

나의 여정에는 중요한 게 하나 있다. 내가 겪은 소중한 것들을 내 주변의 이들과 함께 향유하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전부터'타인을 위해 당신이 가장 잘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라고 강조했다. 누군가한테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고 함께 성취할 수 있다면 그 보다 더 좋은 결실은 없다고 믿고 있다.

마침 지난달 세종상의가 주관한 세종경제포럼에서 비슷한 맥락의 강연이 있었다.'당신은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한 적이 있는가?'란 강연의 제목은 나를 비롯한 참석자들에게 저마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끔 했다. 앞만 보고 달리던 우리네 인생에서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경험이 얼마나 있을까 자조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20여 년간 몸담았던 이소영 이사는 포럼 강연자로 나서 여러 위기를 극복하고 최고의 혁신기업으로 유지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성장 비결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MS는 미래는 서로가 연결된 디지털 시대임을 인정하고 함께 하는 성장을 답이라고 여겼다. 서로의 성장을 응원하고 협력하는 문화가 우리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한때 경쟁사들의 난립과 개발자들의 한계로 성장이 답보된 경험이 있다. 사티아 나델리 회장은 부임 직후 우선적으로 조직 평가 기준을'성과'에서 '영향력'으로 바꿨다. 함께 하는 성장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였다. 이후 내가 속한 그룹이, 또 나의 조직이 더 나은 성과를 위해 소속원들이 자연스럽게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만들도록 장려했다. 이것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오랜 부진을 이겨내는 시발점이었다.

이처럼 함께 사는 삶을 잘 꾸려가기 위해선 역설적으로 독립적 개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서의 힘은 출중한 능력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이를테면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불완전하지만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으며, 모르는 것은 인정하고, 타인의 요구를 받아들일 줄 아는 포용력 등 삶의 태도가 힘의 본질에 가깝다.

이때의 태도에는 나에 대한 성찰을 위해 질문하고 또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완벽에 가까워진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성장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끊임없어야 한다. 내가 제공한 서비스와 내가 만든 제품이 고객에게 더 실용적이고 행복감을 줄 수 있을 때 기업이 성장하는 계기가 되듯이 말이다.

복잡 다변한 시대다. 우리네 인생의 여백에 나와 타인을 돌볼 줄 아는 공간을 만들자. 같이 일하는 사람이기에 앞서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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