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크 존 다시 좁아졌나..프로야구 투고타저 현상 원점으로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스트라이크 존 확대에 따른 올 시즌 프로야구의 극단적인 투고타저 현상이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공개한 각 팀 투·타 성적 지표와 경기 시간 등을 분석하면, 5월 이후 리그 평균자책점과 타율은 4월과 비교할 때 큰 폭으로 치솟았다.
4월 평균자책점은 3.41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으나 5월 이후 리그 평균자책점은 19일 기준 4.10으로 올라갔다.
반면 5월 리그 타율(0.260)은 4월(0.243)과 비교해 2푼 가까이 상승했다.
5월 이후 투·타 타격지표는 2021시즌 지표와도 큰 차이 없다.
2021년 리그 평균자책점은 4.44였고, 리그 평균 타율은 0.260이었다.
투고타저 현상이 무뎌진 탓에 경기 시간도 늘고 있다.
올해 4월까지 한 경기 평균 시간은 3시간 10분이었으나 5월 이후엔 3시간 17분으로 7분이 늘었다. 지난해 경기 평균 시간(3시간 15분)보다 더 오래 걸린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놨다.
장성호 KBSN 해설위원은 타자들이 넓어진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장 위원은 "타자들이 한 달 동안 스트라이크 존 변화에 애를 먹다가 최근 적응하는 분위기"라며 "특히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효과적인 스윙을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장 위원은 아울러 "시즌 초반엔 스트라이크로 판정됐던 낮은 코스의 공들이 최근 볼이 되는 경향이 짙다"며 "투수들이 높은 코스의 공을 주로 던지다가 안타를 허용하는 상황도 많이 목격된다"고 밝혔다.
실명을 밝히지 않은 한 해설위원은 스트라이크 존이 다시 좁아졌다고 강조했다.
이 해설위원은 "심판들은 4월엔 고개를 갸우뚱할만한 공까지 모조리 스트라이크로 잡았지만, 지금은 느슨하게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리는 것 같다"며 "4월엔 스트라이크 판정을 놓고 항의하는 타자들이 많았으나 5월 이후엔 그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심판진은 시즌 초반 KBO의 지침에 따라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봐야 한다는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며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좁아진 느낌이 든다"고 전했다.
반면 투고타저 현상이 무뎌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재홍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스트라이크 존 확대는 제구력이 좋은 1, 2선발급 투수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만, 3선발 이하급 투수들에겐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며 "3선발 이하급 투수들과 일반 불펜 투수들이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스트라이크 존이 다시 좁아졌다는 의견에 반대 의견을 낸 현장 관계자도 있다.
수도권 구단의 한 관계자는 "스트라이크 존이 다시 좁아졌다면 볼넷 기록이 크게 변화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4월 한 달간 리그 한 경기 평균 볼넷은 6.40개였고, 5월 이후 한 경기 평균 볼넷은 7개로 엄청나게 폭등한 것은 아니다. 지난 시즌 리그 한 경기 평균 볼넷은 8.18개였다.
각 팀 주축 투수들의 부상이 투고타저 현상에 균열을 내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있다.
4월까지 팀 평균자책점 1, 2위를 달리던 SSG 랜더스와 롯데 자이언츠는 주축 불펜 투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면서 마운드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SSG는 마무리 투수 김택형이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불펜에 균열이 생기면서 하락세를 타고 있다.
SSG는 4월 팀 평균자책점 2.61(1위)을 기록했지만, 5월 이후엔 4.48(8위)로 저조하다.
롯데도 불펜을 이끌던 마무리 투수 김원중, 최준용이 부상에 시달리면서 4월까지 3.00을 기록하던 팀 평균자책점이 5월 이후 4.37로 올랐다.
다른 팀들도 투수들의 부상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화 이글스는 외국인 투수 닉 킹험과 라이언 카펜터가 4월 하순 부상으로 이탈했고, NC 다이노스는 웨스 파슨스와 불펜의 핵 이용찬이 부상으로 엔트리 말소됐다.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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