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못골시장 상인들 손 일일이 맞잡아..'정치인의 옷' 입은 김동연

정도원 2022. 5. 20. 06: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손이 거친데.." 주저하는 상인 향해
"괜찮다" 먼저 다가서 덥썩 손 잡아
칼국수집 손님들에게 인사 건네는
모습에서 '관료의 옷' 벗은 것 느껴져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19일 오전 경기 수원 못골종합시장을 찾아 떡가게 주인의 손을 맞잡고 있다. ⓒ김동연 선거대책위원회

뻣뻣한 관료의 모습은 없었다. 명함을 착실히 건네며 뭔가가 잔뜩 묻은 시장상인의 손을 "괜찮다"고 덥썩 맞잡는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의 모습에서는 '준비된 정치인'의 느낌이 완연했다.


김동연 후보는 공식선거운동기간 첫날인 19일 오전 출정식에 앞서 수원 못골종합시장을 돌며 상인과 시민들을 상대로 인사를 건넸다. 이날 0시 사당역에서의 도민 인사는 상징적인 퍼포먼스라고 보면, 실제 첫 행보는 못골시장에서 시작한 셈이다.


이날 김동연 후보는 일국의 경제부총리까지 지낸 고급관료 출신답게 연한 하늘색 넥타이의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시장 어귀에 나타났지만, 신발은 경기선대위 출범식 때 박지현·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이 신겨준 파란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전형적인 후보자 차림인 정장에 운동화로 정치인의 옷을 입은 것이다.


시장을 도는 모습에서 관료 출신보다는 선출직에 도전하는 정치인의 모습이 보다 뚜렷하게 떠올랐다. 어묵집 주인이 "내가 손이 너무나 거칠어서…"라며 악수를 주저하자, 김동연 후보는 "괜찮다"며 주저치 않고 먼저 다가서서 손을 꽉 맞잡았다. 두부집에서도 "아이고, 장갑을 껴서…"라는 말이 나오자, 역시 "괜찮다"며 장갑 낀 손을 맞잡았다.


일전 상인회 간담회 때 왔다가 대기줄이 너무 길어 맛보지 못했던 칼국수집은 동선에서 살짝 벗어나 있었지만, 스스로 "지난 번에 줄이 쫙 서있어서 못 먹었다. 가볼까"라고 떠올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식당 안까지 들어선 김동연 후보는 이른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손님들을 향해 일일이 "맛있게 드시네요" "식사 기다리시는구나"라고 인사를 건넸다.


단순히 훑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시장상인 한 명 한 명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모습은 뻥튀기집 앞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났다. 뻥튀기집을 바라보며 "이거 보니까 먹고 싶어가지고… 어렸을 때 향수가 떠오른다"던 김 후보는 '1분 내에 '뻥' 한다'는 말을 듣자 부리나케 안으로 들어갔다. "이거 '뻥' 하는 거 보고 가겠다"던 김 후보는 실제로 '뻥' 하는 모습을 지켜본 뒤, 주인 내외에게 "많이 파시라"는 덕담도 건넸다.

"테레비보다 실물이 잘생겼다" 말에
"카메라 있을 때 그런 얘기 해주셔야"
유권자와 거리 자연스레 좁힌 농담
"당선되면 첫걸음으로 오겠다" 약속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가 19일 오전 경기 수원 못골종합시장을 찾아 뻥튀기집에서 '뻥' 하는 소리와 함께 뻥튀기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김동연 선거대책위원회

유권자들과의 마음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농담도 능수능란하게 구사했다. "인상이 너무 좋으시다. 실물로 보니까 아주 잘생기셨다"는 한 시장 상인의 말에 김동연 후보는 박장대소를 하더니 "아이고, 그런 얘기는 카메라(ENG) 있을 때 해주셔야 하는데"라고 받아넘겼다.


어물전에서 큰목소리로 싱싱한 생선을 알리기에 여념이 없던 청년 앞에서는 "내가 유세할 때 이런 목소리여야 하는데"라며 덕담을 건네, 청년으로부터 "파이팅하세요"라는 화답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날 김동연 후보가 못골시장에 나타나자 시장통에는 함께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김 후보는 "내가 찍어드리겠다"며, 능숙하게 셀카로 시민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이었다. '충남상회' 주인과 사진을 찍고서는 "우리 장모가 예산 출신"이라며 인연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못골시장을 나서는 김동연 후보를 향해 시민들은 "당선되면 꼭 다시 오시라"고 말했다. 김 후보도 이날 출정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도지사에 당선되면 가장 먼저 찾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김동연 후보는 이날 지동교 광장에서 열린 출정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어머니도 시장통에서 행상을 했다. 도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전통시장을 찾아 호흡을 같이 하고 싶었다"며 "여러 정책을 만들어 경제 활성화를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기 위해 오늘 전통시장 방문을 첫 일정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도지사가 된다면 여러 군데 가고 싶은 곳이 있지만, 첫걸음으로는 오늘 왔던 전통시장을 다시 오겠다"며 "초심을 잃지 않고 이곳에 와서 다시 신고 드리고 제반 약속을 지키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공언했다.


김동연 후보의 경기도지사 도전을 둘러싼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날 못골시장에는 김 후보를 상징하는 '똑부(똑똑한 부엉이)' 캐릭터를 가지고나와 함께 기념촬영을 요청하는 시민도 있었다. 김 후보 본인조차 "이거 '똑부'를 들고나오신 것이냐"며 놀랄 정도였다.


이날 시장에서 김 후보와 만나 인사를 나눈 한모(여·60대·수원)씨는 "나름대로 고생하신 분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 않느냐"며 "열심히 도와드려야겠다"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김모(여·70대·수원)씨도 "윤석열이를 뽑아놨더니 무슨 청와대를 옮긴다고…쓰던 것 깨끗이 해서 계속 썼으면 좋지 않았겠느냐"며, 김 후보 지지 의향을 내비쳤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