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신동빈 회장과 롯데케미칼 '뱃머리를 돌리다'

김성은 기자 2022. 5. 20.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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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롯데월드타워 앞 잔디광장에 대형 배 한 척이 등장해 행인들의 눈길과 발목을 붙잡았다.

이날 신동빈 롯데케미칼 회장은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군 총괄대표 부회장 등 그룹 내 주요 경영진들과 함께 이 배에 올라 곳곳을 관심있게 둘러봤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롯데케미칼이 '2030 비전 & 성장전략' 발표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날이기도 해서다.

롯데케미칼이란 이름으로 지난 2012년 출범한 이래 이같은 발표의 자리는 이날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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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성은 기자


19일 오후 롯데월드타워 앞 잔디광장에 대형 배 한 척이 등장해 행인들의 눈길과 발목을 붙잡았다. 전혀 있음직하지 않은 곳에 정박한 이 배의 외관이 독특하다. 검정색 외관에는 'ECOMARINE 100% RECYCLABLE'이라고 적혀있었다. 말그대로 재활용 소재를 이용한 배 모형 전시다.

이날 신동빈 롯데케미칼 회장은 김교현 롯데그룹 화학군 총괄대표 부회장 등 그룹 내 주요 경영진들과 함께 이 배에 올라 곳곳을 관심있게 둘러봤다.

이 배는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을 재활용해 표면에 적용시킨 것이다. 롯데케미칼 내 사내벤처팀이 만든 성과물로 재활용 소재를 써서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기능 측면에서도 우수하다는 설명이다. 플라스틱의 유연함을 활용하면 오히려 철 소재보다도 충격에 강한 측면이 있을 뿐만 아니라 페인트를 칠해야 하는 수고로움도 덜 수 있다.

롯데케미칼은 이 전시를 이날부터 오는 27일까지 일반에 알린다. 선도적 기술로 풍요롭고 푸른 세상을 향해 나아간다는 목표를 담은 기업 비전 '에프리 스텝 포 그린'도 함께 알린다.

이날 신 회장이 전시물을 관심있게 둘러본 것도, 롯데케미칼이 대대적으로 전시를 알린 것도 의미심장하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롯데케미칼이 '2030 비전 & 성장전략' 발표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날이기도 해서다. 롯데케미칼이란 이름으로 지난 2012년 출범한 이래 이같은 발표의 자리는 이날이 처음이다. 창업주 고 신격호 회장의 좌우명 '거화취실'(화려함보다 내실을 중시한단 뜻)로 요약되는 그룹 특유의 문화도 있었겠으나 화학산업이 전통적으로 변화의 속도가 더딘 사이클 산업이란 특성도 반영됐을 터다.

이례적 간담회 개최 만큼 이날 롯데케미칼의 내용도 '대변혁'을 예고했다. 수소, 배터리, 재활용/바이오 플라스틱 사업에 2030년까지 총 11조원을 투자한다. 지난해 롯데케미칼의 매출액은 18조1200억원, 영업이익은 1조5000억원임을 감안하면 대대적 투자다.

아울러 기존 범용화학을 포함 회사 총 매출을 50조원까지 늘리는데 고부가·그린 소재 비중을 60%, 범용화학 제품 비중을 40%로 한다. 완벽한 체질 개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이 그동안의 성장방식을 과감히 다른 방향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김 부회장이 이날 간담회에서 "과거 성공방식은 더이상 우리의 오늘과 내일을 담보하지 못한다, 코로나19 장기화 영향과 지정학적 갈등, 영향력 커진 ESG 경영트렌드는 기존 패러다임으로 (산업 현실을) 설명치 못하는 상황으로 변화시켰다"고 말한 것처럼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깊은 고민도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그룹에서도 유통과 함께 양대축으로 여겨지는 주요 계열사다. 신 회장이 경영수업을 받아 남다른 관심을 가진 곳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특히 롯데가 2000년 이후 현대석유화학, KP케미칼, 타이탄 등을 잇따라 인수한 것은 성장이 정체된 내수 시장 돌파구 전략으로 풀이됐었다. 당시 그와 같은 선택의 중심엔 신 회장도 있었다.

2012년 롯데케미칼로 새출발했던 국내 굴지 화학기업은 10년 만에 다시 한 번 스스로 새 시험대이자 도약대를 마련한다. 이같은 결정에는 '사이클에 의존치 말고 신사업을 발굴하라'는 신 회장의 거듭된 독려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신 회장이 이날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거대 배 모형에 직접 오른 것도 신사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으로 읽혔다. 탄소중립시대 성공적 여정을 위해 뱃머리를 돌린 롯데케미칼의 2030년이 기대된다.

/사진=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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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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