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②]"아버지께 죄송할 따름입니다"..못난 아들은 고개를 숙였다

고봉준 기자 2022. 5. 2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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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 송우현(왼쪽)은 아버지 송진우의 큰 그늘 그리고 따뜻한 관심 속에서 성장했다. ⓒ송우현 제공

[스포티비뉴스=파주, 고봉준 기자] 송우현(26)은 촉망받던 유망주였다. 북일고 시절부터 파워 하나만큼은 일품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2015년 프로로 데뷔한 뒤 경찰청 야구단에서 병역의 의무를 마치며 한층 더 성장했다.

이어 2020년 키움으로 돌아온 송우현은 지난해 스프링캠프를 통해 경쟁력을 보였고, 개막 엔트리로 합류하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활약은 오랜 기다림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3일 개막전에서 곧장 존재감을 드러냈다. 삼성 라이온즈와 홈경기에서 9번 우익수로 나와 3타수 2안타 2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6-1 승리의 숨은 주역이 됐다.

송우현의 등장은 일찌감치 예고된 것은 아니었다. 쟁쟁한 외야진을 뚫고 개막전 선발 우익수로 낙점된 이유는 하나. 홍원기 감독의 안목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키움에서 오랜 기간 코치를 지낸 홍 감독은 지난해 시범경기에서 부진한 박준태 대신 시범경기 7게임에서 타율 0.471(17타수 8안타)로 활약한 송우현에게 기회를 주기로 했다. 한 해 농사를 시작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위험 부담이 컸지만, 어린 선수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사령탑의 예상은 적중했다. 송우현은 페넌트레이스 전반기 69경기에서 타율 0.296 3홈런 42타점 34득점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남겼다. 확고한 주전은 아니어도, 1.5군급이라고 불리기에는 충분한 성적이었다.

“그때는 야구가 정말 재밌었다. 뜻하는 대로 야구가 됐기 때문이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느껴보는 기분이랄까. 제 기사도 많이 나오고….”

그렇게 인상적인 전반기를 마친 8월. 도쿄올림픽 브레이크를 맞아 훈련과 휴식을 병행하던 송우현은 일생일대의 잘못을 저질렀다. 8월 8일 저녁 음주운전을 저질렀고, 곧바로 경찰에게 적발된 뒤 사법처리됐다.

순간의 실수는 크나큰 파장을 몰고 왔다. 촉망받던 유망주는 사회적 손가락질을 받은 뒤 곧장 방출됐다.

▲ 키움 시절의 송우현. ⓒ곽혜미 기자

당시 송우현이 야구팬들로부터 비난을 받은 이유는 크게 3가지였다. 첫째는 당연히 음주운전. 이유를 떠나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둘째는 송우현이 당시 키움에서 막 떠오르던 신예였다는 점이다. 이제 막 가능성을 인정받고 많은 기회를 가지려던 찰나, 스스로 이 찬스를 발로 걷어찼다는 점에서 야구팬들의 실망은 컸다.

마지막 이유는 바로 성장 환경이다. 송우현은 어릴 적부터 야구계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아버지이자 한국야구의 전설인 송진우(56) 전 스코어본 하이에나 전 감독 덕분이었다.

1989년부터 2009년까지 빙그레 이글스와 한화 이글스에서만 뛰며 KBO리그 최다승인 210승을 기록한 송 전 감독의 차남인 송우현은 유년 시절부터 야구인 2세로 이름을 알렸다. 프로로 와서도 마찬가지. 아버지의 존재감은 때로 그늘로 작용하기는 했지만, 성장 과정에선 분명 작지 않은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그런데 송우현이 음주운전 물의를 일으키고 구단에서 방출되면서 관심은 손가락질로 바뀌게 됐다.

“그날 아버지께서 경찰서로 오셨다. 아들로서 아버지를 뵐 면목이 없더라. 그저 ‘죄송하다’는 말밖에는 드릴 이야기가 없었다. 아버지께선 ‘오늘 일을 빨리 구단으로 알리고, 관계자들에게 거짓 없이 모든 것을 말하라’고 하셨다.”

▲ 한화 코치 시절의 송진우. ⓒ스포티비뉴스DB

송우현과 인터뷰를 마친 뒤 송 전 감독과도 연락이 닿았다. 송 전 감독은 “일단은 아들을 따끔하게 혼냈다. 성인이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고, 또 술을 먹는 것은 자유라고 하더라도 네가 지금 한창 훈련해야 하는 시점에서 그렇게 오래도록 술자리를 할 처지냐고 말이다”고 그날 밤을 떠올렸다.

그러나 일은 이미 벌어진 터. 송우현은 퇴출이라는 징계를 받았고, 현재 고양 위너스에서 마지막 남은 희망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송 전 감독은 “물론 아버지로서 어찌 안타까운 마음이 없겠느냐. (송)우현이 역시 그날 일을 크게 반성하고 있다”면서도 “아직은 나이가 어린 친구라 어떻게든 야구를 더 할 수 있도록 기회는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일본 독립리그로 보낼까 하다가 코로나19로 상황이 여의치 않아 다른 길을 찾았고, 지인의 배려로 고양 위너스에서 뛰게 됐다. 앞으로 재기의 기회가 주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선 아들이 새로운 사람이 됐으면 하는 바람뿐이다”고 말했다.

▲ 지난해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돼 키움에서 방출된 뒤 독립리그에서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송우현이 18일 경기도 파주시 상지석동 에이스볼파크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파주, 고봉준 기자

송우현 역시 송 전 감독의 걱정과 한숨을 모를 리 없었다. 무엇보다 한국야구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을 남긴 아버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사실을 가장 안타까워했다.

“야구를 모르시는 분이라도 아버지의 이름은 알 만큼 대단하신 분인데 내가 아들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저질렀다. 야구팬들께도 죄송하지만, 아버지께도 그저 죄송할 따름이다. 그 사건 이후 아버지께서 ‘그나마 아들이 야구하는 장면을 보는 재미로 살았는데 이제 그 보람마저 사라졌다’고 말씀하신 것을 듣고 정말 마음이 아팠다.”

이처럼 주위의 모든 이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했던 송우현은 이후 반성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면서 혹시 모를 재기의 꿈을 안고 몸과 마음을 추슬렀다.

먼저 지난해 방출 직후 작은 수술을 받았다. 고질적으로 아팠던 왼쪽 손목을 고치고 난 뒤 11월경 전남 화순으로 내려가 재활과 운동을 병행했고, 3월부터 고양 위너스로 합류해 독립리그 경기를 소화하고 있다.

▲ 지난해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돼 키움에서 방출된 뒤 독립리그에서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송우현이 18일 경기도 파주시 상지석동 에이스볼파크에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파주, 고봉준 기자

“양승호 단장님과 유영준 감독님 그리고 코치님들과 동료 선수들의 배려로 이곳에서 잘 훈련하고 있다. 처음에는 낯선 점도 많았지만, 금세 적응했고 요새는 1~3번 타자 겸 우익수로 나가며 실전 경험을 쌓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유 감독은 “(송)우현이가 마음을 굳게 먹고 뛰고 있다. 어떻게든 해보려는 자세가 돋보이는 선수다. 또, 방망이를 돌리는 파워 하나는 좋아서 현장 평가도 좋다”고 귀띔했다.

그날의 잘못 이후 약 9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간 후회와 자책, 반성의 나날을 보낸 송우현에게 인터뷰 말미,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가끔 동료들이 야구하는 장면을 TV로 보면 부러울 때도 있다. 그러나 내가 지금 여기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그치곤 한다. 많은 야구팬들 앞에서 다시 야구를 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와 상관없이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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