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깻잎 먹을 때마다 이주노동자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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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네는 배추농사를 지었다.
이주노동자들이 일시적으로 일손을 돕는 게 아니라 농촌과 농업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깻잎 투쟁기> 는 이주노동자가 농사 중추가 된 현실, 농업인과 관계 당국이 그들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그 사이의 거리를 이야기한다. 깻잎>
인권활동가이자 연구자인 지은이는 직접 깻잎 밭에서 일하면서 이주노동자와 농장주를 만나고, 새벽 인력사무소를 찾아가 이주노동자 후신인 미등록 이주민(불법 체류자) 세계를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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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불, 폭력, 공짜노동, 숙식비..
이주노동자에 기대는 농촌과 농업
값싼 노동력 아닌, 함께 살아가기
깻잎 투쟁기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한 1500일
우춘희 지음 l 교양인 l 1만6000원
김씨네는 배추농사를 지었다. 부부가 함께 일하고 농번기에는 일손을 빌렸다. 늦봄, 겨울 두차례 수확을 했다. 한여름엔 땅을 묵히고 부부도 쉬었다. 60대 중후반 들어 힘에 부쳤다. 놉 아주머니들도 ‘7080’이 되어 더는 못하겠다고 손사래 쳤다. 이주노동자를 쓰렸더니 두어달 돈 안 주는 농가를 꺼렸다.
결국 배추를 접고 깻잎 농사로 바꿨다. 12개월 꽉 찬 돈벌이를 원하는 이주노동자 맞춤이다. 4~9월, 8~4월 이모작인데, 파종, 곁순치기, 수확 등 1년 내내 쉬지 않고 돌아간다. 면적에 비해 수입이 짭짤하다. 돈 회전도 빨라 매달 월급을 주는 데 지장이 없다.
옆 마을 나씨는 고추 농사에서, 박씨는 사과에서 깻잎으로 바꿨다. 뇌졸중 후유증, 기후변화, 채산성 등 바꾼 동기는 다르지만 이주노동자들을 쓰는 건 똑같다. 전국 농촌이 비슷하다. 이들 없이 유지되지 않는다. 이주노동자들이 일시적으로 일손을 돕는 게 아니라 농촌과 농업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깻잎 투쟁기>는 이주노동자가 농사 중추가 된 현실, 농업인과 관계 당국이 그들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그 사이의 거리를 이야기한다. 인권활동가이자 연구자인 지은이는 직접 깻잎 밭에서 일하면서 이주노동자와 농장주를 만나고, 새벽 인력사무소를 찾아가 이주노동자 후신인 미등록 이주민(불법 체류자) 세계를 들여다보았다. 기자 뺨치는 현장 취재다. 까놓자면 우리나라는 그들을 사람대접하지 않는다. 이 년, 저 년 부르고 임금 떼먹고, 심지어 성폭행까지 난리도 아니다.(물론 다 그렇지는 않다.)
“언니, 보지 마세요.”
7월 어느 날. 간식 뒤 깻잎 따기를 시작하려는데 옆에 있던 쿤티에가 포댓자루를 들고 일어서며 캄보디아어로 말했다. 왜 그러나 싶어 쳐다보니 밭 한가운데서 포댓자루로 앞을 가리고 쪼그린 채 소변을 보았다. 화장실은 더러운데다 가깝지 않아 최소 10분이 걸린다. 10장짜리 깻잎 묶음 25개를 만들 시간이다.
하루 할당량이 100개 묶음들이 15박스, 즉 1만5000장이다. 오전 6시 반~오후 5시 반 기계처럼 따야 가능한 양이라고 한다. 간단히 빵과 두유로 점심을 때우고, 화장실 가는 일 외에 쉴 수가 없다. 미달이면 한 상자에 4000원씩 떼인다. 최저시급 하루 8시간으로 계산한 월급에서. 말이 8시간이지 ‘근로 11시간, 휴게 3시간’이란 표준근로계약서는 농장주식으로 해석해 이주노동자들은 2~3시간 공짜노동을 한다. 컨테이너나 조금 손본 폐가에서 함께 숙식하고 ‘기숙사비’를 문다. 일부 농장주한테 괜찮은 부수입이다.
“쟤네 나라 최저 월급이 20만~25만원이야. 여기서 일고여덟 배 벌잖아. 한국인과 똑같이 최저임금 적용하면 안 되지.”
일부 농장주 의견인데 최근 재계에서 주장하는 ‘최저임금 차등적용’과 똑같은 맥락이다. 내국인이 하지 않는 힘든 일을 시키면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덜 주려는 게 말이 되나. 제대로 혜택도 못 받으며 내국인보다 더 내는 의료보험료는 안 깎아주면서.
철과 무관하게 즐겨 먹는 깻잎김치에 ‘마눌님’ 손길 외에 이런 비밀이 숨어 있을 줄이야.
임종업 <뉴스토마토>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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