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제대로 재미있는 책방

한겨레 2022. 5. 20.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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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사장님' 하고 부르면 지금도 어색하다.

어쩌다 책방 주인이 되었을까? 오래 독서모임 강사로 일하다가 불현듯 차라리 책방을 차리자, 한 것이다.

정체성이 모호한가 싶어 요즘은 "책방은 '부캐'이고, 독서모임이 '본캐'입니다" 한다.

유명 저자만 강사 되라는 법 있나? 책방의 보물인 독서모임 회원을 강사로 '내 얘기하기' 같은 프로그램도 실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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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책방은요]우리 책방은요│서촌 그 책방

누군가 ‘사장님’ 하고 부르면 지금도 어색하다. 어쩌다 책방 주인이 되었을까? 오래 독서모임 강사로 일하다가 불현듯 차라리 책방을 차리자, 한 것이다. 특별히 서촌을 선택한 이유? 그냥 말이 씨가 됐다. 한글 저자의 책으로 책방을 꾸미니까, 이왕이면 한옥이기를, 그러다 서촌의 좁은 골목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2017년 7월1일 개업했다. 올해로 6년째 책방 운영과 독서모임을 병행 중이다. 첫 방문객들은 여전히 의아해한다. 손글씨 감상문과 포스트잇을 붙인 책, 헌책 같은데 진열된 책도 많지 않으니 “여기 책 살 수도 있나요?” 종종 묻는다. 정체성이 모호한가 싶어 요즘은 “책방은 ‘부캐’이고, 독서모임이 ‘본캐’입니다” 한다. 미끼를 물고 연달아 터지는 질문, “독서모임은 어떻게 하나요?”

사실 ‘재미있게 논다’ 하고 싶다. 생각할수록 일의 발단은 그놈의 재미 타령 때문이니까. 독서의 맛을 알려면 재미있는 책이 필수이고, 제대로 감동 받으면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해지는 법. 같은 책 읽은 사람을 모아주면 신나서 떠들지 않을까? 매번 웃기만 하랴? 책의 맥락에 동승해 캐내는 슬픔이나 아픔은 또 다른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테고. 정화 또한 다른 종류의 재미이니.

책을 통해 나를 찾아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자존감 뿜뿜’인데, 그 맛을 모르니 책과 담쌓고 사는 것 아닐까 싶었다. 그렇다면 재미 좀 아는 내가 제대로 노는 법을 전수하지 뭐. 덕분에 매력적인 한글 책 읽는 독자가 많아지면, 저자는 글 쓸 힘을 얻을 테고, 출판사는 한글책 기획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을까. 덤으로 한국출판문화진흥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꿍꿍이도 있었다.

순조로웠던 항해는 팬데믹으로 휘청거렸다. 한때 12반이나 됐던 독서모임이 축소되자 겁이 났다. 참 신기한 일은 시국이 장기화되면서 수요가 서서히 늘어났다는 것. 고만고만한 모임을 정리하니, 오히려 제대로 된 대화가 절실해졌고, 독서모임만 한 곳이 없더라는 것이다. 위기에 반짝 힘을 발휘한 나의 ‘제대로’, 그리고 단골과 회원들의 ‘재미 인정’ 입소문 덕분 아닐까 싶다.

책방 그림으로 만든 멋진 책갈피 등 책방의 활력소가 된 기념품들 대부분 서촌 주민들의 작품이다. 도장은 서촌의 건축가가,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근사한 가방은 김원모 디자이너가 제작해주었다. 주민의 책 주문도 응원의 표현이리라. 한국작가회의와는 3년째 지원사업을 진행 중이고, 종로문화재단, 종로구청과 도서관, 서울시의 후원 덕분에 어려운 시기를 넘겼다.

아직 해보고 싶은 게 많다. 3월에 경험한 목정원 저자와의 대화, 그 즐거움을 어찌 잊으랴. 늘 꿈꾸던 질문으로 시작하는 ‘독자주도형’ 저자와의 대화를 정착시키고 싶다. 유명 저자만 강사 되라는 법 있나? 책방의 보물인 독서모임 회원을 강사로 ‘내 얘기하기’ 같은 프로그램도 실행하고 싶다. 이 이야기를 담아서 <서촌 그 책방> 책자도 만들어야지. 궁극적으로는 책방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독립적이고 자존감 높은 삶을 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책을 중심에 두고. 다양한 연령대가 섞여 ‘재미나게 이야기를 나누며’….

글 서촌그책방 주인 하영남, 사진 구교진(독서모임회원)

서촌 그 책방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5가길 30-1
www.instagram.com/seochon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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