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용을 만들 수 있다고? 그런데, 그래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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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유전체학, 유전자 편집 기술, 생체공학, 줄기세포 기술 등 나날이 발전하는 생명공학 기술에 따라 인간은 언젠가 상상의 영역에만 존재하던 생물, 이를테면 용 같은 것을 직접 만들어낼 수도 있을까? 생물학자와 그의 딸이 함께 쓴 <크리스퍼 드래곤 레시피> 는 말 그대로 '용 만들기' 프로젝트에 대한 책이다. 크리스퍼>
상상의 동물인 용을 만드는 것 역시 먼 미래의 일이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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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퍼 드래곤 레시피
폴 뇌플러·줄리 뇌플러 지음, 정지현 옮김 l 책세상 l 1만7800원
첨단 유전체학, 유전자 편집 기술, 생체공학, 줄기세포 기술 등 나날이 발전하는 생명공학 기술에 따라 인간은 언젠가 상상의 영역에만 존재하던 생물, 이를테면 용 같은 것을 직접 만들어낼 수도 있을까? 생물학자와 그의 딸이 함께 쓴 <크리스퍼 드래곤 레시피>는 말 그대로 ‘용 만들기’ 프로젝트에 대한 책이다. 무슨 정신 나간 소린가 싶겠지만, 이미 우린 “온라인에서 ‘크리스퍼 키트’를 주문해 자가제작(DIY)으로 유전자를 편집한 유기체(미생물)를 만들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박테리아가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참고해 디엔에이(DNA)를 편집하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의 성과다. 상상의 동물인 용을 만드는 것 역시 먼 미래의 일이 아닐 수 있다.
전형적인 유럽식 용, 그러니까 하늘을 날며 불을 뿜는 거대한 도마뱀 같은 존재를 만들고 싶다고 가정해보자. 우리는 크리스퍼, 줄기세포, 생식 조종 같은 첨단 기술들을 동원할 수 있다. 덩치가 커야 한다는 측면에선 코모도 도마뱀을, 하늘을 날 수 있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날도마뱀을 용 만들기의 ‘시작 동물’로 검토해볼 수 있다. 특정 유전자를 편집한다면, 비행 가능하도록 사지의 패턴을 설계한다거나 피부의 비늘을 깃털로 바꾼다거나 비막을 달아주는 것 등이 가능하다. 불을 뿜게 하려면, 소화 과정에서 가스를 만들어내어 이를 연료로 쓰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위험을 감지하면 엉덩이에서 끓는 점에 가까운 뜨거운 화학물질을 발사하는 폭탄먼지벌레 등을 참고할 수도 있다.
다만 고려하고 선택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똑똑해도, 안 똑똑해도 문제이므로 용은 ‘적당한’ 지능을 갖춰야 한다. 단지 적합한 뇌를 주는 것 말고, ‘적절한’ 환경을 제공해주는 게 더 문제일 수 있다. 예컨대 용에겐 뭘 먹이고 어떻게 키워야 하나? 긴급 상황에서 통제하려면, ‘온-오프’ 스위치 같은 걸 달아줘야 할까? 용을 만드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만들어질 여러 ‘잡종 동물’들은 어떻게 할까?
이쯤 되면 알겠지만, 책은 성숙한 생명윤리를 토대로 삼지 않는 첨단 생명과학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담고 있다. 지은이는 덥석 용을 만들고 볼 게 아니라, 그 전에 ‘그것이 옳은가’ 따져 묻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생명윤리의 핵심이라 말한다. 인류에게 위험하진 않은지, 용에게도 좋은 일인지, 전체 세상에 이로운지, 실험 대상이 될 동물들을 해치지 않는지, 연구 윤리를 어떻게 담보할지 등 따져 물어야 할 일들은 차고 넘친다. 시종일관 발랄한 상상력이 돋보이지만, 현실에 대한 경고 또한 제법 무겁고 진중하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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