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20세기 가장 전복적이었던 선전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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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1905년 배경의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독립언론인 김희성(변요한 분)이 팔에 토시를 끼고 롤러로 밀어 호외를 찍던 게 등사기(謄寫機)다.
밀랍 입힌 용지에 침이 달린 철필로 글을 새겨 그물 눈 등사판에 붙인 뒤 잉크 묻은 롤러로 밀어 등사판 아래 백지에 글을 찍는 기계.
손톱깎이를 발명한 합스부르크제국의 발명가 데이비드 게스테트너(David Gestetner, 1854~1939)는 1891년 자동 롤러를 장착한 전동 등사기를 개발해 특허를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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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1905년 배경의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에서 독립언론인 김희성(변요한 분)이 팔에 토시를 끼고 롤러로 밀어 호외를 찍던 게 등사기(謄寫機)다. 밀랍 입힌 용지에 침이 달린 철필로 글을 새겨 그물 눈 등사판에 붙인 뒤 잉크 묻은 롤러로 밀어 등사판 아래 백지에 글을 찍는 기계. 철필에 밀랍이 긁힌 자리에만 잉크가 스미는 원리다. 등사기도 저 유명한 토머스 에디슨의 발명품으로, 그는 '친필 인쇄기(autographic printing)'란 이름으로 1876년 8월 8일 미국 특허를 획득했다.
앨버트 블레이크 딕(1854~1934)이 그 특허를 사들여 1887년 '에디슨 등사기'라는 이름으로 처음 상품화했다. 가로 27.3×세로 33×높이 11.4cm 나무 틀에 등사판과 잉크, 롤러, 밀랍종이, 철필을 담은 제품 첫 출시가는 12달러. 1887년 이후 2022년까지의 인플레율, 즉 달러 가치 하락률(약 97%)을 감안하면, 최근 기준으론 약 363달러쯤 된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용이한 휴대성, 사용 편의성 덕에 등사기는 빠르게 전 세계로 확산됐고, 전신 등 첨단 발명품들의 한계를 보완하며 지난 세기 언론 정보 통신 혁명을 가장 밑바닥에서 지탱했다.
경성 재벌 '김희성'이 1인매체를 창간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덕이었고, 보안과 경제적 이유로 복사기나 인쇄소를 이용할 수 없었던 1970, 80년대 한국 재야·노동·학생 운동권을 비롯, 20세기 전 세계 반정부·혁명 단체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세상에 알릴 수 있었던 것도 그 덕이었다.
손톱깎이를 발명한 합스부르크제국의 발명가 데이비드 게스테트너(David Gestetner, 1854~1939)는 1891년 자동 롤러를 장착한 전동 등사기를 개발해 특허를 획득했다. '게스테트너 스텐실 복사기'라 불린 그의 제품은 인류 최초의 사무기기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한편, 한국어 위키피디아 5월 20일 항목에 소개된 '1891년- 토머스 에디슨이 최초의 등사기를 대중에 공개하다'는 '최초의 영사기(kinetoscope)'의 오기인 듯하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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