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정맥류 남자라고 안심하면 안돼요 [Weekend 헬스]

강중모 입력 2022. 5. 2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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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만 되면 묵직한 종아리.. 밤잠 설치는 '쥐 경련'까지
환자 비율 여성이 68%로 높지만
최근 5년간 남성 발병률도 30% 증가

#1. 일식집 주방에서 30년간 일해 온 59세 남성 이씨. 다리 혈관이 튀어나온 것은 물론 다리가 무겁고 붓는 증상이 몇 년간 지속됐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지내왔다. 그러다 최근 2년 전부터 정강이 피부색이 조금씩 짙어 졌고 결국 피부 궤양을 진단받았다. 이 씨는 "일할 때 다리가 무겁고 붓는 증상이 계속되었지만 서서 일하다 보니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일도 바쁘고, 정맥류가 당장 생명에 지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이렇게 상태가 악화될 줄 몰랐다"고 말했다.

#2. 타이어 제조 공장에서 일하는 45세 남성 김 씨 역시 오래전부터 다리 혈관이 튀어나왔지만 특별한 증상은 없어 방치해왔다. 그러다 어느 날 혈관이 튀어나온 종아리 쪽 피부가 가렵고 진물이 나기 시작해 피부과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궤양으로 악화됐다.

이처럼 최근 여성뿐 아니라 중년 남성들 사이에서 하지정맥류 증상이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방치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고 증상을 악화시키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하지정맥류, 나이 들면서 발병률 증가해

흔히 하지정맥류라고 하면 중년 여성에서 많이 걸리는 '여성 질환'으로 인식하고 있다. 국내 하지정맥류 환자 중 여성 비율이 68%로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여성만 걸리는 질환은 아니다. 남녀를 불문하고 하지정맥류는 나이가 듦에 따라 유병률도 점점 높아지는데 그 이유는 하지정맥류가 '혈관 질환'이기 때문이다.

다른 혈관 질환과 마찬가지로 연령이 증가하면 정맥 탄력이 감소하고 판막의 기능도 약해지게 된다. 하지정맥류는 판막 기능의 이상으로 발끝까지 도달했던 혈액이 심장으로 가지 못해 다리에 고이고, 결국 혈관이 점차 늘어나면서 발생한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하지정맥류 환자 중 남성은 2016년 5만1000명에서 2020년 6만8000명으로 최근 5년간 31% 가량 증가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50~69세 중년 남성 환자 수는 약 3만3000명으로 전체 남성 환자(6만8000명)의 5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여성도 마찬가지로 전체 환자(14만7000명) 중 50~69세 중년이 51%(7만6000명)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흉부외과 전문의 대전삼성흉부외과 박승준 원장은 "정맥류가 여성에서 발병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남성이라고 질환으로부터 안전한 것은 아니다. 남성의 경우, 여성보다 혈관 돌출 등 외관으로 드러나는 증상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편이고, 다리 저림, 붓기 등 초기 증상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에 병원을 방문해 치료받는 절대적인 비중 자체가 적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남성 환자들이 병원에 내원할 당시에는 이미 증상이 중증 이상으로 진행된 경우가 더 흔하다"고 설명했다.

■한번 나빠지면 회복 어려워… 초기 치료가 관건

하지정맥류는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하는 '진행성 혈관 질환'이기 때문에 초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기에는 다리 부종, 피로감, 무거움 등 가벼운 증상이 대부분이지만, 증상이 진행될수록 혈관 돌출뿐만 아니라 피부 색소 침착, 궤양 등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에는 하지정맥류 치료를 위해 문제 정맥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수술(발거술)이 주로 이뤄졌으나, 최근에는 통증은 물론 빠른 회복이 가능한 치료법이 증가하며 환자 부담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고열을 이용해 혈관을 폐쇄하는 레이저와 고주파, 의료용 접합제를 이용해 혈관을 폐쇄하는 최소침습적 비열 치료법이 있다.

발거술은 문제 혈관을 근본적으로 제거할 수 있고 비용이 저렴하나, 절개에 따른 부담이 있다. 이에 비해 레이저와 고주파로 혈관을 폐쇄하는 방법은 국소 절개만 시행해 마취나 멍, 흉터 등의 부담이 적고 회복 기간이 보다 짧다. 의료용 접합제를 사용한 치료법은 열을 사용하지 않아 레이저, 고주파를 통한 치료법에 비해 주변 정상 조직의 손상 가능성을 낮추고 통증과 멍을 줄인 방법이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회복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데, 대표적인 비열 치료 중 하나인 '베나실'로 시술한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 따르면, 시술 후 일상 생활로 복귀하는 데 걸린 기간이 발거술(4.3일), 레이저(3.6일), 고주파(2.9일), 베나실(0.2일) 등으로 나타났다.[10] 치료법에 따라 회복기간, 통증, 비용 등이 달라지므로, 이를 감안해 자신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전문의와 상담해 선택할 수 있다.

박승준 원장은 "하지정맥류는 남녀불문 모두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질환으로, 연령대가 높아질 수록 혈관 노화로 혈액 순환에도 문제가 발생하기 쉽기에 작은 증상에도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통증이나 회복 기간 등 환자 부담이 적은 치료법도 잘 마련돼 있으니 중장년 이상의 연령대라면 가벼운 증상이라고 방치하지 말고 보다 적극적인 치료를 받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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