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청준의 유산, 봄이면 꽃으로 피어나다 [Weekend 레저]

조용철 2022. 5. 2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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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고장, 전남 장흥
'선학동 나그네' 배경 된 마을주변
5월 유채꽃, 10월에는 메밀꽃 물결
'달 긷는 집' 한승원 '녹두장군' 송기숙 등
문학사 볼수 있는 천관문학관도 가볼만
보성까지 이르는 제암산 철쭉군락지는
이계절 지나칠 수 없는 '천상의 화원'
전남 장흥군 선학동 마을에 노란색 유채꽃이 활짝 피었다. 선학동은 이청준 소설 '선학동 나그네' 배경으로 등장하는데 봄에는 유채꽃이, 가을에는 메밀꽃이 장관을 이룬다. 사진=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장흥(전남)=조용철 기자】 등단한 작가만 100여명이 넘는 장흥은 문학의 고장이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문학관광기행특구로 지정될 만큼 문학인의 흔적이 새겨져 있다. 장흥을 대표하는 문인 중에 이청준 소설가를 꼽는다. 이청준 소설가는 영화 '서편제' '밀양' '천년학'의 원작소설을 썼다. 가사문학의 발원지이자 이청준 소설가, 한승원 소설가 등 수많은 현대문학작가를 배출한 고장인 장흥은 천관산문학공원을 비롯해 천관문학관, 기양사, 장천재, 탐진강의 정자들, 선학동마을, 남포마을, 송기숙 문학현장, 이청준 문학자리, 이청준의 눈길, 한승원의 달 긷는 집, 한승원 문학 산책로, 회진, 덕도, 신덕리 등 곳곳에서 장흥 문학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장흥군과 보성군에 걸쳐 있는 제암산은 철쭉군락지로 유명해 5월 초중순이면 연분홍 물결로 넘실거린다. 능선 따라 이어진 철쭉꽃 물결은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다.

■이청준 소설 속 길따라 걷는 선학동 마을

이청준문학길은 회령포에서 회진면 진목리까지 이어진다. 평탄하고 한적한 도로가 여행객들과 함께 한다. 길은 점점 바다와 가까워지면서 노력도와 다도해의 바다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영화 천년학의 세트장. 사진=조용철 기자

푸른 바다 풍경에 취해 걷다보면 어느덧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 촬영지로 유명한 선학동마을에 다다른다. '천년학' 원작은 이청준 단편 '선학동 나그네'로 소리꾼 유봉 밑에서 자란 동호화 송화의 아름다우면서도 아픈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선학동원 소설의 실제무대로 원래 명칭은 산저마을이었지만 영화가 개봉한 이후 선학동으로 바뀌었다.

선학동마을은 유채마을로 유명하다. 마을 주변에 유채가 많기 때문이다. 영화로 유명세를 탄 이후 마을 주민들이 유채와 메밀을 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봄이면 노란 유채 물결이 넘실댄다. 가을이면 하얀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끝없이 꽃들이 피어있는 장관은 천상의 화원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아름답다. 선학동마을 유채꽃밭은 쉬엄쉬엄 산책하기 좋은 길이다. 중간에 쉴 수 있는 정자도 있어 꽃밭의 운치를 더한다. 메밀꽃이 활짝 핀 10월께에 선학동마을에선 메밀꽃축제가 열린다.

나지막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선학동마을은 소설 속에선 관음봉이라고 불린 공기산이다. 마을로 들어서기 전에 길가에 낡은 집 한 채가 보인다. 주막으로 나왔던 '천년학' 세트장이다. 여기에서 동호와 송화가 엇갈리는 장면이 이어질 수 없는 인연임을 나타낸다. 영화는 학 두 마리가 날아가는 장면으로 끝난다. 천년학 세트장에서 논과 주택 뒤로 공기산의 풍경을 바라보니 영화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이청준문학길은 선학동마을 입구에 있는 영락교회 뒤쪽으로 난 길을 따라 숲길을 오르는가 싶은 지점에서 오른쪽 능선을 따라 이청준 생가가 있는 진목마을 입구로 이어진다. 전형적인 시골 농가 풍경을 간직하고 있는 진목마을 골목길을 따라 걷다보면 이청준 생가에 다다른다. 생가 안에는 작품 일부와 신문에 기고한 칼럼, 영화 '천년학'의 주연배우와 임권택 감독, 이청준 소설가의 사진이 걸려 있다.

천관문학관을 둘러보는 여행객. 사진=조용철 기자

장흥 문학을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천관문학관을 찾았다. 천관산 기슭에 위치한 천관문학관에는 소설 '녹두장군'의 송기숙, 아동문학가 김녹촌, 차기 노벨문학상 후보로까지 거론되는 이승우까지 장흥 출신 작가들의 전시물이 전시실 벽면을 가득 채운다. 이청준과 한승원 두 소설가의 자료들도 전시되어 있는데, 두 작가의 삶과 작품세계를 비교하며 관람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천관문학관은 다양한 전통 문화체험 공간으로 사전 예약만 하면 관광객, 방문객 누구나 이용 할 수 있다. 또한 작가들이 편안한 집필활동을 위한 집필공간도 마련돼 있다. 인근에 조성된 천관산문학공원에는 이 지역 출신의 문학가인 한승원·이청준·송기숙을 비롯해 전상국·구상·안병욱·문병란·박범신·이성복 등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시인·소설가·수필가·아동문학가의 글을 자연석에 새겨 넣은 54개의 문학비가 세워져 있다.

■능선따라 펼쳐진 철쭉의 향연, 제암산

장흥군과 보성군에 걸쳐 있는 제암산은 남도 명산 가운데 하나라고 불릴 정도로 산세가 빼어나다. 제암산은 임금 제(帝)자 모양의 3층 형태로 높이 30m 정도 되는 바위가 우뚝 솟아 있다. 수 십 명이 한자리에 앉을 수 있는 이 정상의 바위를 향해 주변의 바위와 봉우리들이 공손히 절을 하고 있는 모습이어서 임금바위(제암)라고 부르며 이산을 제암산이라고 한다.

5월초면 30년 수령 철쭉이 100만㎡에 걸쳐 군락을 이루는 제암산 철쭉평원. 사진=조용철 기자

호남정맥의 한 줄기를 이룬 제암산은 평소에도 여행객들이 많이 찾지만 봄이면 전국에서 모여든 상춘객으로 북적인다. 4월 하순부터 5월 초중순까지 피어오르는 화려한 진분홍빛 자생 철쭉을 보기 위해서다. 사자산 하단부에서 시작되는 철쭉은 사자산 등성이와 곰재, 제암산 정상을 지나 장동면 큰 산에 이르기 까지 만발한다. 그중에서 사자산~간재3거리~곰재~곰재를 잇는 능선이 제암산의 가장 유명한 철쭉군락지이다. 진분홍빛 철쭉 길 20만㎡의 너른 땅에 소나무 몇 그루를 빼고는 잡목 하나 없는 철쭉 밭은 말 그대로 '천상의 화원'이다.

제암산 산행 코스는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장동면 감나무재에서 출발해 작은산~큰산~제암산 정상~곰재~사자산으로 이어지는 장거리 종주코스는 제암산 철쭉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작은산부터 시루봉까지는 철쭉군락으로, 곰재 일원이 잘 다듬어 놓은 철쭉밭이라면 이곳은 자연미 넘치는 철쭉 밭이다. 제암산 정상은 다가설수록 더욱 높고 힘차게 솟구치고 주변에는 기묘한 형상의 바위가 심심찮게 나타난다. 정상은 제암단이라 하여 예부터 기우제를 지내던 곳으로 보성과 장흥뿐만 아니라 고흥, 강진, 영암, 멀리 광주 무등산까지도 바라볼 수 있는 호남정맥의 전망대라고 할 수 있다. 곰재를 지나면서 철쭉능선이 시작된다. 철쭉 군락지는 양쪽 사면에 넓고 길게 형성돼 있다. 간재에서 계속 능선길을 따르면 사자산 정상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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