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년간 학생 20% 줄었는데 교부금 2.5배 늘어 흥청망청 물쓰듯

조선일보 2022. 5. 20.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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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4월 14일 서울시교육청 브리핑룸에서 서울교육의 디지털 전환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올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은 지난해보다 35% 늘어난 81조2976억원이었다. 교육청들이 1년 만에 교부금이 35% 늘어나는 ‘돈벼락’을 또 맞았다. 이 기현상은 정부가 걷는 내국세의 20.79%를 교육교부금으로 자동 배정하는 조항 때문이다. 이 조항에 따라 학생수는 2013년 657만명에서 올해 532만명으로 125만명(20%) 줄었는데, 학생 1인당 교부금은 625만원에서 1528만원으로 10년 새 2.5배 뛰었다.

잘못된 제도 때문에 생긴 돈벼락이 유용하게 쓰일 리 없다. 교육청들은 쏟아지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 흥청망청 물 쓰듯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올 3월부터 매년 600억원씩 들여 중학교 신입생들에게 태블릿 PC 1대씩을 주고 있고, 코로나 대응을 핑계로 학생들에게 10만~30만원씩 현금을 뿌린 교육청도 수두룩하다. 울산·제주교육청처럼 2~3차례나 지급한 곳도 있었다.

공기관이 들어오는 돈을 주체하지 못해 쩔쩔 매는데도 수년째 잘못된 제도를 방치하는 나라가 세계 어디에 있나. KDI(한국개발연구원)는 얼마 전 토론회에서 ‘내국세의 20.79%’ 대신 ‘경상성장률+총인구 중 학생 비율 증감’으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국가 재정 능력과 교육 수요 변화를 균형 있게 반영하자는 것이다. 유초중등 교육은 돈이 넘쳐 고민이지만 대학 교육은 10년 넘는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극심한 재정난에 신음하고 있다. 1인당 소득 대비 초중등 교육 투자는 OECD 국가 중 1위지만, 대학 교육 투자는 하위권에 머무는 기형적인 현상이 나타나 있다.

교육교부금을 대학 지원에도 쓸 수 있게 하는 것만으로도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다 추경을 편성할 때마다 교부금을 자동으로 추가 배정하는 방식도 바꿀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들을 개선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은 국회와 재정 당국, 교육계의 심각한 직무 유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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