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회식의 진화

이수영 2022. 5. 20.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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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제한이 풀리면서 주택가 음식점마다 손님들로 가득하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젊은 층이 회식을 꺼리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집술'을 하거나 삼삼오오 친한 동료들끼리 마셨던 부서원들은 모처럼의 회식이 당황스럽다.

소위 '회식 포비아(phobia)'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거리 제한이 지속되면서 음주 문화가 변한 데다 술 자체를 마시지 않은 직장인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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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제한이 풀리면서 주택가 음식점마다 손님들로 가득하다. 호탕한 웃음소리가 홀을 채우고, 왁자지껄한 수다가 거리로 새어 나온다. 이산가족 재회라도 한 것처럼 다들 흥분한 표정이다. 2년여 동안 참아왔던 만남의 자리는, 골목을 들뜨게 만든다. 친구와 가족 외식, 동창회, 동호회 등 모임이 늘어나면서 억눌렸던 소비 욕구가 분출되고 있다. 상가도 활기를 되찾으면서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오는 모습이다. 오랜만에 보는 풍경은 오히려 낯설기까지 하다.

그런데, 직장 내 회식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고 한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젊은 층이 회식을 꺼리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집술’을 하거나 삼삼오오 친한 동료들끼리 마셨던 부서원들은 모처럼의 회식이 당황스럽다. 일부 직장인들은 공포를 느낀다고 한다. 소위 ‘회식 포비아(phobia)’라고 불리는 이 현상은, 거리 제한이 지속되면서 음주 문화가 변한 데다 술 자체를 마시지 않은 직장인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기존의 회식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큰 이유일 것이다. 연차가 짧은 직장인들은 권위적인 술자리로 인식한다. 대부분 부서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단합을 위한 모임을 강요로 받아들인다. 여기에 업무 이야기까지 더해지면 분위기는 암담한 지경으로 치닫는다.

회식의 입장에서 본다면 참으로 억울한 일일 것이다. 부서 화합을 이끌고 조직의 윤활유 역할을 해왔는데, 이렇게까지 체면을 구긴 적이 없었다. 다시 명예를 회복하려면 진화의 과정을 겪어야 한다. 우선 주연과 조연의 자리를 바꿀 필요가 있다. 간부 직원들이 조연을 자처하고 평직원들이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모임 자체를 젊은 층이 주도하고 윗사람들은 따라가는 방식이다. 상사는 술을 강요하지 않고 말수를 줄인다. 상석을 고집하고, 2차까지 합석하는 건 민폐일 수 있다. “이렇게까지 회식해야 하나”라는 푸념도 있겠지만, 변화를 위한 진통이라고 여겨야 할 것 같다. 회식이 온전히 명예를 회복한다면, 평직원들이 먼저 모임을 만들지도 모른다. “부장님, 오늘 부서 회식인데 꼭 참석하셔야 합니다.” 이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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