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산책] 함께 피는 봄이 여름을 만든다

최승룡 2022. 5. 20.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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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니 좋다.

황량한 겨울을 지나고 파릇하게 돋아나는 새싹을 보라는 마음에서 '봄'이라고 했을까.

함께 피는 봄이 여름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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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 공정하며 결과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가야
그 출발점 '균등한 기회' 아니라
'가능성의 평등'이어야 한다
교육복지 무엇보다 중요
최승룡 강원도교육연수원장

봄이 오니 좋다. 그렇다고 겨울이 싫은 건 아니다. 겨울은 코끝을 시리게 하는 서늘한 기운과 눈 내리는 낭만이 있다.

꽃들을 바라보니 노랑, 빨강 색깔이 산과 들을 물들이고 내 마음에도 입혀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우스꽝스러운 생각도. 개나리, 진달래, 민들레가 이름으로 속상해하거나 다독여 주고 대견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라는.

개나리는 “왜 하필 내 이름에 ‘개’를 붙였어. 그냥 나리라고 하면 좋을 텐데.” 진달래는 “요즘은 ‘개’가 정말, 무척, 최고일 때 붙이는 말이야. 개나리는 나리 중에서 최고라는 뜻이야. 내 이름 진달래에 있는 ‘진’과 같은 거야.” 옆에 있던 민들레도 “진달래 말이 맞아. 요즘은 정말 좋거나 기쁠 때 그냥 ‘좋아’라고 하지 않아. ‘개’를 앞에 붙이는 거 너도 들은 적 있지. 나도 내 이름이 너희 이름처럼 예뻐. 내 이름에 ‘민’이라는 글자가 있잖아. 그래서인지 시민, 서민을 대표해야 꽃이라는 생각이 들어. 게다가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길가에 피고, 아스팔트 콘크리트를 비집고 피어나는 생명력만 봐도 그렇지 않니?”

엉뚱한 스토리텔링을 꾸미다가 봄꽃 삼총사인 개나리, 진달래, 민들레가 어우러져 피기에 봄이 따뜻하고 부드럽다는 쪽으로 생각이 이어졌다. 봄이란 이름이 ‘보다’라는 말에서 나왔다는데 옛사람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보라고 ‘봄’이라고 붙였을까. 황량한 겨울을 지나고 파릇하게 돋아나는 새싹을 보라는 마음에서 ‘봄’이라고 했을까. 으쓱대기보다는 친구를 달래주는 진달래를 보아주고, 속상해하는 개나리도 보아주고, 너무 낮은 곳에 피어서 눈에 잘 띄지 않은 개나리도 보아야 한다는 건 아닐까.

학교에도 여러 아이가 함께 보낸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도 있고, 부모와 같이 사는 아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도 있다. 부모 모두 한국인인 아이도 있지만 외국인 부모를 둔 아이도 있고, 경제적으로 풍족한 아이가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도 있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도 있고, 몸이 건강한 아이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도 있다. 이 아이들 모두 소외 받지 않고 함께 어우러져 피어야 우리 사회가 열매를 잘 맺지 않을까.

그럼 우리는 무엇을, 무엇부터 만들어가야 할까.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 출발점은 ‘균등한 기회’가 아니라 ‘가능성의 평등’이어야 한다. 그렇기에 가능성의 평등을 위한 ‘교육복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가능성의 평등’을 비웃듯 온갖 ‘찬스’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내각 지명자들의 면면을 보면서 피터 페팃 교수의 공화주의 사상을 알리려 노력하는 곽준혁 교수의 말이 가슴 깊이 다가온다. “공정사회의 회복을 ‘기회의 균등’에서만 찾는 것은 ‘개인의 선택’과 ‘절차적 합리성’에 초점을 두는 자유주의의 이념적 경계와 언어적 관행에 지나치게 집착한 느낌을 준다.”

날이 더워진다. 열매 맺는다는 뜻을 담은 여름의 기운이 하루가 다르게 느껴진다. 여름이 오기 전에 누가 지위와 경제력을 내세워 이런저런 ‘찬스’를 써왔고 쓰고 있는지, 그로 인해 누가 희생자가 되었는지, 누가 공정 사회를 만들어가려 하고 누가 불공정 사회를 움켜쥐고 있는지, 누가 소외받고 있고 누가 이득을 보고 있는지, 누가 ‘문명사회’를 꿈꾸고 누가 비문명 사회를 부추기는지 보아야 한다.

진달래 하나만 피는 봄은 봄이 아니다. 개나리, 민들레도 어우러져 피어야 한다. 함께 피는 봄이 여름을 만든다. 햇살 가득 풍성한 열매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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