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발열환자 200만명 "1000만명 넘을 수도"..중국식 정책·방역정보 우려

서동준 기자 2022. 5. 20. 00: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덴탈마스크를 두겹으로 착용하고 평양시 안의 약국들을 찾아 의약품 공급실태를 직접 요해(파악)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감염자로 추정되는 발열환자 수가 200만명에 육박했다. 북한 당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의 방역 정책을 참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전문가들은 자칫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개인 방역지침으로 강조한 이중 마스크 착용도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하나만 착용하는 것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확산 속도가 지금처럼 지속한다면 한두 달 안에 전 주민이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 통계에 따르면 이달 17일 오후 6시부터 18일 오후 6시까지 전국적으로 26만2270여명의 발열 환자가 새로 발생하고, 21만3280여명이 완쾌됐다. 신규 사망자는 1명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부터 전날 오후 6시까지 발생한 발열 환자 수는 전국적으로 197만8230여명으로 200만명에 육박했다. 통신은 이 중 123만8천여명은 완쾌했고 74만160여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누적 사망자 수는 63명이다.

북한의 하루 감염자는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한 이후 12일 1만8000명, 13일 17만4440명, 14일 29만6180명, 15일 39만2920여명, 16일 26만9510여명으로, 17일 23만2880여명, 18일 26만2270여명으로 사흘째 20만명대에서 정체된 상태다.

북한 당국은 이를 염두한 듯 코로나19 유행이 ‘호전 추이’를 보이고 있다며 유행 완화를 자신했다.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의 열악한 검사 체계와 제한된 정보전달을 이유로 실제 감염자가 훨씬 많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북한이 검사 장비 부족으로 '확진자' 대신 '유열자'(발열환자)라는 용어로 환자를 집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발표된 집계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보 당국은 북한의 실제 누적 사망자 수가 공개된 통계치보다 5∼6배가량 더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외 안팎에서는 북한이 중국을 따라 유행을 완화하기 위한 방역조치로 전면봉쇄를 택한 것과 관련해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12일 열린 정치국 협의회를 주재하면서 "중국 당과 인민이 거둔 선진적이며 풍부한 방역성과와 경험을 적극 따라 배우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지난 12일 국가비상방역사령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전국의 모든 도·시·군에서 자기 지역을 봉쇄하고 주민 편의를 최대로 보장하면서 사업·생산·거주단위별 격폐 조치를 취하는 사업이 중요하다”며 “주동적으로 지역들을 봉쇄하고 유열자(발열자)들을 격리 조처하며 치료를 책임적으로 해 전파 공간을 차단하는 게 급선무”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중국의 방역 정책이 도시 단위의 엄격한 봉쇄와 대규모 코로나19 검사가 특징이지만 북한이 모방하기에는 실질적인 제한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봉쇄 조치는 코로나19 초기 유행을 막는 가장 강한 조치지만 산업·경제적 활동이 중단돼 매우 큰 경제적 손실을 일으킨다는 문제가 있다. 북한이 모범 국가로 꼽은 중국도 올해 초부터 선전, 광저우, 상하이 등 주요 도시를 봉쇄하면서 상당한 재정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일본 은행 노무라는 중국의 봉쇄 조치로 45개 도시 3억7300만명의 발이 묶였으며 이를 연간 국내총생산(GDP)으로 환산하면 7조2000억달러(약 9244조8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이달 10일 “중국의 이 같은 전략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식량난을 겪는 북한이 중국처럼 대규모 단위로 봉쇄할 경우 경제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식량 등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 주민들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 배급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이후 식량 등 생필품을 주로 장마당에서 구하는데, 방역 과정에서 이동을 통제하면 다시 배급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한편에선 북한 방역 당국이 아직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방역정보를 제공해 자칫 주민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신문은 우황청심환 복용이나 버드나무잎을 우려먹는 걸 추천하는 등 민간요법을 소개했다. 조선중앙TV는 "밖에 나갈 때는 무조건 마스크를 착용하라"며 "이중 마스크를 착용하고 얼굴에 완전히 부착되게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스크 두 개를 겹쳐 착용하는 것은 실제로는 하나만 착용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의대 플로리다주립대 연구팀은 마스크 두 개를 겹쳐 착용하는 것과 하나만 착용하는 것이 공기 흐름을 차단하는 효과에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유체물리학’ 이달 3일자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남성 100명과 여성 100명을 대상으로 면 마스크 착용 시 얼굴 주변 공기 흐름을 유체역학 수치시뮬레이션으로 분석했다. 얼굴에 밀착하지 못한 마스크는 두 겹을 착용해도 마스크 효과가 크게 높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섣부른 이중 마스크 착용 권고는 잘못된 위생 의식을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매체는 코안의 면역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소금물로 코를 씻어내는 '코함수'의 효과를 강조하고, 노인과 기저질환자 등은 "남새(채소)를 많이 먹어 대변이 잘 나가게 하고 위장 부담을 줄여 감염률을 낮춰야 한다"며 각종 지침도 전파했다. 

한편에선 확산세가 지금처럼 지속하면 한두 달 안에 전 주민이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김신곤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 겸 고려대 의대 교수는 이날 '북한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국제적 협력방안' 주제로 개최한 긴급현안 토론회에서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증상이 없는 사람이 전체의 25%였고 유증상자 중에서도 발열 환자는 30%였다"며 "북한이 밝힌 발열 환자 대부분이 오미크론 감염자라고 했을 때 전체 확진자 규모는 이보다 4∼5배는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약 1000만명에 이르는 감염자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일단 북한은 코로나19 진단장비가 부족해 확진자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김 교수는 "실제로 북한에는 현재 1000만명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황일 수 있고 이런 추세라면 한 달 안에 전인구가 감염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최근 북한 매체가 주민들에게 자가치료 권고를 할 때 수인성 전염병의 주요 증상인 설사에 대한 언급은 없고 호흡기 감염 위주"라며 "전체 유증상자의 40%가 평양에서 발생했는데 평양은 상수도가 비교적 잘 갖춰졌다"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할 수 있는 모든 통로와 방법을 동원해 급한 불을 꺼야 한다"며 "콜드체인이 필요 없는 노바백스 등 백신과 치료제인 팍스로비드, 중환자용 의료장비 등이 패키지로 지원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북한은 한국 통일부의 코로나19 방역 협력을 위한 실무접촉 제안에 응답하지 않고 있으며, 글로벌 백신공급 프로젝트인 코백스의 백신 지원도 거절한 적이 있다.

[서동준 기자 bios@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