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중립 의무' 팽개친 국회의장 후보들
공정성·의회 민주주의 퇴보 우려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국회는 갈등 조정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 증폭의 장소로 전락했다. 국회가 정치의 중심이 되지 못하고 정당이 국회를 지배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국회에서 정치로 풀어야 할 일을 정치로 풀지 못하고 헌법재판소에 위헌소송,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 ‘정치의 사법화’ 현상이 일상화되고 있다. 절대 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은 대선 패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문재인 전 대통령 퇴임 전에 특정 정치인의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해 졸속으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누더기 법안을 강행처리했다. 그 과정에서 국회선진화법에 규정된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자당 소속 법사위 의원을 무소속으로 위장 탈당시켰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선출을 위한 경선에 돌입했다. 그런데 우려스러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경선에 출마한 의원들이 “민주당이 지향하는 가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돕겠다” “국회의장이 되더라도 저는 민주당의 일원임을 잊지 않을 것이다” “대여 투쟁을 강화하겠다” 등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에 반하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법에는 “의원이 의장으로 당선된 때에는 당선된 다음 날부터 의장으로 재직하는 동안은 당적을 가질 수 없다”(제20조의2)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게 의장에게 당적 보유를 금지한 것은 특정 정당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국회를 공정하게 운영해 ‘국민의 국회’로 만들라는 책무 때문이다.
하버드대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 교수는 “규범이 무너질 때 민주주의도 함께 허물어진다”면서 민주주의를 지키는 건 헌법과 같은 제도가 아니라 ‘제도적 자제’와 ‘상호관용’이라고 강조한다. ‘제도적 자제’란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도 무리하게 힘을 사용하지 않는 정치적 신중함을 말한다. ‘상호관용’이란 정치적 상대를 공존의 대상, 즉 ‘사회를 통치할 동등한 권리를 갖는 집단’으로 간주하는 태도이다. 그들은 이런 규범들이 민주주의가 궤도에서 탈선하지 않게 하는 ‘가드레일’이라고 지목한다. 만약 거대 의석을 갖고 있는 다수당이 이런 규범들을 파괴하면서 소수당의 권리를 무시하면 의회민주주의는 반드시 무너진다.
국회의장의 최대 임무는 리더십을 발휘해 이런 규범 파괴를 막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국민들의 대표인 의원들이 헌법과 국회법에 규정된 자신의 소신과 양심에 따라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극 돕는 것이다. 헌법(제46조 2항)에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국회법 제114조의2(자유투표)에서는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않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신임 의장이 이런 규범과 규정들을 무시하고 친정 정당 편만 들면 바른 자세가 아니다. 또 다른 최악의 의장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전 국회 운영 제도개선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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