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모의창의적글쓰기] 기억의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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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자이자 신경학자인 매리언 울프의 책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기억이 소중한 가치를 대변하던 시절이 있었다.
좋아하는 시를 암송하고, 귀중한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즐겨 부르는 노래의 가사를 외웠다.
이와 반대로 지금과는 달리 삶과 역사가 오로지 머릿속 기억 속에서만 보존되던 시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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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기억이 소중한 가치를 대변하던 시절이 있었다. 좋아하는 시를 암송하고, 귀중한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즐겨 부르는 노래의 가사를 외웠다. 누구나 자신의 애창곡 가사쯤은 외우고 다녔다. 이제는 주위를 보면 이런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시는 인터넷이, 전화번호는 휴대폰이, 노래가사는 노래방 기계가 대신해 준다. 혹시 여러분이 강제수용소에 가게 된다면 휴대폰은 꼭 가져가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의 기억이 모두 그 속에 있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지금과는 달리 삶과 역사가 오로지 머릿속 기억 속에서만 보존되던 시대도 있었다. 그리스 사회가 그런 사회였다. 당시에도 문자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보다 기억을 통해 선조들의 삶과 역사를 보존하려고 했다. 아이들은 친숙한 어휘와 독특한 운율을 사용해 선조들의 삶을 노래로 부르고 어른들은 긴 서사시를 낭송했다.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곡 ‘구름’을 보면 교장 선생님은 수금을 타고 학생들은 낭송을 하는 수업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이렇게 기억과 낭독을 통해 집단의 역사를 세대를 거쳐 전달하고 전통과 권위를 보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다른 시대에 살고 있다. 정보를 저장하는 데 기억을 사용하는 것을 더 이상 효율적이라고 여기지 않게 되었다. 이제 정보를 기억하기보다 디지털에 저장하고 무엇을 저장했는지만 기억하면 된다. 미국의 기술 전문작가 돈 탭스콧은 구글(google)이 있는데 암기는 시간 낭비라고 말했다. 마우스만 누르면 원하는 정보가 쏟아지는데 왜 암기를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암기가 단순히 기억을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많은 사람은 알고 있다. 암기를 해야 작품의 깊이와 심오함을 알 수가 있고, 작가의 영혼과 그 숨결까지 느낄 수가 있다. 이렇게 기억하지 않다가는 언젠가 우리는 가진 모든 것을 잃게 될지 모른다.
정희모 연세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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