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수의마음치유] 사랑이 어려워요

김태훈 입력 2022. 5. 19.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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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인 내게 찾아와 "사랑이 어렵다, 연애하고 결혼할 상대를 어떻게 해야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놓는 청년이 종종 있다.

10년, 20년 아니 그 이상 결혼생활을 해온 부부가 갈등하고, 반목하고, 매일매일 싸우면서도 같이 살고, 서로에게 죽일 듯 덤벼들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힘을 모으는 사례들을 접하다 보니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 관계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 제삼자가 이러쿵저러쿵 함부로 분석할 수 없다는 걸 체험으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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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이들 '연애와 결혼' 고민 많아
공식은 없어.. 아플 각오하고 사랑하라
정신과 의사인 내게 찾아와 “사랑이 어렵다, 연애하고 결혼할 상대를 어떻게 해야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놓는 청년이 종종 있다. “겉으로는 아닌 척하지만 결혼이 늦어져서 불안하다. 이십대 때는 혼자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미혼으로 마흔이 된다고 생각하니 불안하다”는 하소연도 드물지 않게 듣는다.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 하나요? 결혼은 꼭 해야만 하는 걸까요?”라고 물어 오는 이도 있었다.

사람이 만나서 인연을 맺고 결혼에 이르는 것은 별똥별의 충돌 같은 사건이다. 궤도를 예측할 수 없고, 간절히 원해도 끌어당길 수 없으며, 때론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다. “네가 좋아하는 사람이 너를 좋아해주는 것. 그게 바로 삶의 가장 큰 기적이야”라고 ‘어린 왕자’에 쓰여 있었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일 테다.

‘우리가 진정으로 사랑할 때는 왜 사랑하는지 모르고 사랑할 때다’라고 앙드레 지드도 말하지 않았나. 사랑에 이유는 없다. 누가 누구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이성적으로 설명될 수 없다. 사랑의 진정한 동기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가 그 사람을 왜 좋아하는지, 왜 사랑에 빠졌는지, 그 이유를 분석하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결혼을 하느냐 마느냐도 마찬가지. 어떤 이의 인생에서는 결혼하는 것이 정답일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아실현을 위해 혼자 사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10년, 20년 아니 그 이상 결혼생활을 해온 부부가 갈등하고, 반목하고, 매일매일 싸우면서도 같이 살고, 서로에게 죽일 듯 덤벼들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힘을 모으는 사례들을 접하다 보니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 관계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 제삼자가 이러쿵저러쿵 함부로 분석할 수 없다는 걸 체험으로 알게 되었다.

부부 치료가 어떤 기전으로 작동하는지를 분석했던 연구 결과를 보니, 상담 기술이 치료 효과에 기여하는 정도는 13%에 불과했다. 아, 이렇게 허망할 수가. 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연애 상담을 원하는 이들의 마음을 관찰해보면 그들은 사랑의 공식 같은 걸 찾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관계를 매끈하게 이어갈 수 있는, 상처받거나 거절당하지 않는 비법을 찾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애석하게도 그런 원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실패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직접 겪어 봐야만 하는 게 있다. 때로는 실패할 것이 분명한데도 뛰어들어야만 하는 일도 있다. 이런 일들이 인생사에는 정말 많다. 사랑과 연애도 그렇다. 연애 멘토의 조언을 갈구하는 건 평론만 읽고 영화를 다 본 것처럼 떠들어대거나 영화는 보지 않고 팝콘과 콜라만 잔뜩 먹어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타인과 마음을 맞추고 삶의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어려운 일이었다. 시대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애와 결혼이 어렵다고 느낀다면, 스스로에게 이 한 가지 질문만은 꼭 해봤으면 좋겠다. “나는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원하는 만큼, 마음 아플 각오도 되어 있느냐?” 하고 말이다. 열렬히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 때문에 많이 울어야만 한다는 또 다른 표현이다. 아프지 않은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김병수 정신건강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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