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 성지 찾은 조계종 순례단..'보리수 아래' 차별은 없었다(종합)
참배객 몰리는 '마하보디 사원' 보리수 아래..승려는 기도, 개는 '낮잠'
(사르나트·부다가야<인도>=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붓다는 전법(傳法)을 결심한다. 한때 스승이었던 두 수행자를 떠올리지만, 이들이 세상을 떠난 것을 뒤늦게 알고서는 크게 탄식했다고 한다.
이에 붓다는 과거 함께 수행했던 이들을 찾아 부다가야에서 약 10㎞ 떨어진 사르나트로 걸음을 옮겼고, 이곳에서 만난 다섯 수행자에게 설법을 편다.
처음으로 법의 바퀴를 굴렸다는 초전법륜(初轉法輪)이다.
붓다에게서 중도(中道)와 사성제(四聖諦), 팔정도(八正道)의 가르침을 받은 이들은 붓다의 뒤를 따라 제자가 된다. 출가자인 비구의 탄생이다.
불교에서는 붓다의 초전법륜으로 불·법·승 '삼보(三寶)'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 부처와 그의 가르침에 더해 이를 따르는 승가가 처음 등장한 것이다.
녹야원(鹿野苑)으로 불리는 사르나트가 불교에서 가지는 의미는 그만큼 크다.
붓다의 탄생지인 룸비니, 그가 깨달음을 얻은 부다가야, 열반에 든 쿠시나가라와 함께 4대 성지로 꼽힌다.
붓다는 제자들에게 4대 성지를 순례하는 것만으로 삼악도(지옥·축생·아귀도를 의미)에 태어나는 것을 면할 수 있다며 큰 의미를 뒀다.
18일 사르나트를 찾은 조계종 성지순례단은 '다메크 탑(Dhamekh Stupa)' 앞에서 참배를 올리며 초전법륜의 의미를 돌아봤다.
다메크탑은 기원전 249년 아소카왕이 붓다를 기리고자 지었고, 서기 500년에는 현재 모습으로 중창됐다. 기단 직경은 28m, 높이가 43m에 달한다. 탑 가까이에 서면 형상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크다.
스님과 불자 등 약 150명의 순례단은 다메크 탑 주변에서 약식 법회를 열어 반야심경을 봉독한 뒤 탑 주위를 도는 탑돌이를 했다.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1988년 사르나트를 방문했던 일을 회고하며 "당시 티베트 가사를 입은 승려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더니 라다크에서 왔다고 하더라"며 "라다크는 여기서 엄청나게 멀고, 해발 3천m에 겨울에는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곳으로, 티베트인들이 그런 신심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녹야원에서 사부대중이 예불을 올렸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특히 부다가야에 (한국 첫 전통 사찰인) 분황사 준공에 큰 도움 주신 설매·연취 보살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녹야원 인근 사르나트 고고학박물관에도 붓다의 초전법륜을 상징하는 여러 미술품이 참배객들을 맞았다.
먼저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2.15m 높이의 '4 사자상'이 눈에 들어온다. 아소카왕석주에 사자 4마리를 조각해놓은 것이다. 원래 이들 사자 위에는 지름 80㎝가 넘는 큰 법륜이 놓여 있었으나, 현재는 분리된 상태로 별도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장 내에는 결가부좌 자세로 법을 설하는 붓다의 모습을 형상화한 전법륜상도 볼 수 있다. 깨달음의 세계에 접어든 붓다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불법의 바퀴를 굴리는 듯한 모습이 퍽 인상적이다.
순례단은 19일 붓다가 깨달음을 얻은 부다가야의 성도지를 찾았다.
6년간의 고행 끝에도 깨달음을 얻지 못한 고타마 싯다르타는 수자타의 우유죽 공양을 받은 뒤 이곳 보리수 아래에서 선정에 들었다.
올바른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면 결가부좌를 풀지 않겠다는 각오로 좌선에 들어간 싯다르타. 새벽이 밝아올 무렵 그는 정각(正覺)에 이른다.
싯다르타가 깨달은 자로 거듭난 보리수는 마하보디 사원 안에 있다. 50m가 넘는 마하보디 대탑의 뒤편에 자리 잡은 보리수 아래로는 수많은 참배객이 연중 때를 가리지 않고서 몰려든다고 한다.
이날도 사방으로 뻗은 가지에 풍성하게 매달린 보리수 잎 아래로 참배객들이 쉼 없이 들어왔다가 머물고, 고요히 기도를 올리는 모습이 이어졌다.
한더위에도 기도를 올리는 남방 승려 옆으로 개가 낮잠을 자듯 웅크리고 있었다. 또 그 옆으로 참배객이 삼배를 올리고 벽에 이마를 댄 채 기도를 하기도 했다.
붓다가 정각을 이룬 이곳에서만큼은 그 어떤 차별도 없는듯했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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