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로또 경기'..당첨자는 또 SSG

안승호 선임기자 2022. 5. 19.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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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두산 안재석(가운데)과 SSG 선수들이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맞대결에서 11회말 1사 만루에서 두산 조수행이 친 안타가 더블아웃으로 무산되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산, 연장 11회 만루 끝내기 안타
다이빙캐치로 오판한 1·2루 주자
우왕좌왕하다 ‘어이없는 병살’
LG는 작년 ‘술래잡기 귀신 소동’
SSG, 2년 연속 거짓말 같은 ‘행운’

야구는 비교적 복잡한 규칙 속에 진행되는 종목이다. 그러나 선수들은 복잡할 것이 따로 없다. 공의 움직임마다 거의 반사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선수들은 상황별 학습으로 행동이 습관화돼 있다. 가령 1사에 2루주자로 있다가 안타 여부가 불확실한 타구가 나오면 2루와 3루 사이의 적정 지점에 머물다 결과를 확인하고 움직이지만, 2사 이후라면 뒤도 볼 것 없이 베이스러닝을 하게 된다.

지난 18일 잠실 SSG-두산전에서는 타구 하나에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은 물론, 심판과 벤치의 코칭스태프까지 예외 없이 무슨 상황인지 확신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해하는 장면이 나왔다.

두산은 2-2이던 연장 11회말 1사 만루에서 사실상 끝내기 안타가 나온 상황에서 오히려 병살로 공격 기회를 내줬다. 12회로 접어들며 충격을 극복하지 못하고 2-5로 졌다.

조수행이 때린 좌전안타에 3루주자 김재호는 이미 끝내기 득점을 하고 환호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2루주자 정수빈과 1루주자 안재석이 머뭇거렸다. SSG 오태곤이 조수행의 타구를 바로 잡기 위해 몸을 던지던 중 아주 짧은 바운드로 글러브에 넣었는데, 이를 직접 잡은 것으로 오판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뒤늦게 상황을 인식한 SSG 유격수 박성한이 3루로 가지 못한 정수빈을 태그아웃시키고 2루를 밟아 1루주자 안재석까지 잡아내며 조수행의 ‘좌전안타’는 순식간에 ‘좌익수 앞 땅볼 병살타’로 바뀌고 말았다.

거짓말 같은 상황 변화로 패장에서 승장이 된 김원형 SSG 감독 또한 하늘에서 1승을 선물받은 느낌이 아닐 수 없었다. 경기 뒤 “야구를 하면서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고 했다. 다만 “모든 사람이 졌다고 생각하고 어리둥절해하던 중에도 선수들이 마지막까지 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따라온 행운”이라며 사령탑 시각에서의 의미부여는 잊지 않았다.

누구라도 평생 한 번도 보기 힘든 경기를, SSG는 2년째 5월만 되면 하고 있다. 또 2년째 승리했다.

지난해 5월21일 열린 문학 LG-SSG전. LG 포수 유강남이 이미 포스아웃 된 2루주자 한유섬을 쫓아가는 사이 3루주자 추신수가 홈으로 들어가고 있다. SPOTV 중계화면 캡처

2021년 5월21일 문학 LG-SSG전, 5-5로 맞서던 9회말 1사 만루에서 SSG 이재원이 때린 땅볼 타구가 LG 3루수 문보경 앞으로 굴렀다. 문보경이 3루를 먼저 밟아 2루주자 한유섬을 먼저 아웃시키고 포수 유강남에게 공을 던져 3루주자 추신수를 런다운으로 몰았는데 이 과정에서 LG 야수들이 착각을 했다. 유강남이 추신수를 3루로 몰아가는 상황에서 3루에서 주자들이 겹치자 갑자기 이미 아웃된 2루주자 한유섬을 쫓기 시작한 것이다. 그사이 3루주자 추신수가 산책하듯 홈을 밟았다. 일명 ‘술래잡기 귀신 소동’으로 불린 이 장면은 MLB닷컴에도 소개됐다.

SSG는 2년 연속 비슷한 시기에 로또복권 당첨되듯 승리를 잡았다. 그러나 이 장면들이 우연만은 아닐 수도 있다.

SSG 관계자에 따르면 18일 두산전 연장 11회 상황에서도 숨은 영웅이 있었다. 김민재 수석코치와 조원우 벤치코치가 “경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득점이 인정되지 않는다. 끝까지 하라”고 그라운드를 향해 외치면서 내야수들이 움직였다고 한다. 어쩌면 극도의 침착함이 만든 1승이었다.

안승호 선임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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