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빛 본 엄원상 "나는 태환·청용이 형 작품"

울산 | 황민국 기자 2022. 5. 19.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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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롤모델 이청용의 제안받고 이적
같이 뛰며 배우니 금세 실력 늘어
고교 선배 김태환은 팀 적응 챙겨
13경기 6골 4도움 핵심선수로 쑥쑥

올해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현대의 선두 독주에선 그를 빼놓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개막 직전 광주FC를 떠나 울산에 입단한 새내기가 불과 13경기 만에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6골·4도움)를 쏟아낸 터. 빠른 발이 전부인 줄 알았던 그가 섬세한 인사이드 공략까지 보여줄 땐 축구 전문가들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K리그의 새로운 별로 떠오른 엄원상(23)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일 울산의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엄원상은 “솔직히 저도 이런 활약까지는 기대하지 않았기에 신기하고 얼떨떨할 뿐”이라면서 “형님들을 졸졸 따라다니면서 배우다보니 이렇게 됐다”며 웃었다.

엄원상이 자신의 발전 비결을 “형님들의 덕”이라 외친 것은 농담이 아닌 진심이었다. 그가 프로에 데뷔한 지 4년 만에 첫 이적을 결심한 것부터 롤모델이자 우상인 이청용(34)의 존재가 큰 영향을 미쳤다. 엄원상은 “원래 에이전시가 같은 (기)성용형과 통화하면서 FC서울로 마음을 굳혔다가 울산으로 행선지를 바꾼 것”이라며 “동계훈련 기간 연습경기에서 부딪친 (이)청용형이 직접 ‘같이 뛰자’고 해주시니 마음이 바뀌더라. 축구를 처음 시작할 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볼턴 원더러스에서 뛰던 형님과 같이 뛸 수 있다는데 고민할 게 없었다”고 떠올렸다.

존경하는 형님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하니 실력도 늘었다. 자신과 포지션이 같은 이청용이 EPL에서 보여줬던 플레이를 직접 설명해주고, 몸으로 보여주니 배우는 게 남달랐다는 게 엄원상의 설명이다. 엄원상은 “공을 갖고 있을 때와 없을 때까지 세세히 구분해서 알려주시는데, 그게 몸에 순식간에 익었다”며 “사실 골을 넣을 때나 도움을 기록하는 장면을 보면 광주 시절과 다르다. 그 모든 부분이 청용형의 작품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청용은 “오랜 기간을 같이 지낸 게 아니라 민망하다”면서도 “경기를 뛰면 뛸수록 성장하고 있는 후배”라고 칭찬했다.

엄원상이 빠르게 울산에 뿌리를 내린 것에는 금호고 선배 김태환(33)이 큰 도움이 됐다. 클럽하우스 생활부터 구단의 운영 방침 등 사소한 부분까지 가르쳐주고 도와주는 형님이었다. 엄원상은 “(김)태환형을 만나보지 않은 분은 까칠하고 강한 사람이라는 선입견이 있을 수도 있다”며 “만나보면 후배를 잘 챙기는 좋은 형님”이라고 말했다.

후배를 직접 챙기는 김태환의 남다른 면모는 지난 18일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 잘 드러났다. 엄원상이 제주 정우재와 경합하는 상황에서 얼굴에 상처를 입혔는데, 경기가 끝나자마자 김태환이 직접 달려가 사과하면서 사태를 정리한 것이다. 엄원상은 “태환형이 ‘원래 나쁜 애가 아니다. 미안하다’고 말해주신 덕에 사과하면서 풀 수 있었다. 이런 것들이 태환형의 진짜 모습”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엄원상은 형님들의 배려에 보답하는 길은 올해 남은 25경기에서도 지금과 같은 활약상을 이어가는 것이라 믿는다. 엄원상은 “지금과 같은 흐름이면 공격 포인트가 30개에 가까워질 테니 불가능에 가깝다”면서도 “내가 그 활약을 이어간다면 형님들에게 우승컵을 선물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울산은 2005년 정상에 오른 이래 아직 K리그1 우승과는 인연이 없다. 지난 몇년간 우승 문턱에서 미끄러지는 일이 반복되기도 했다. 엄원상은 “울산이 2위 제주에 승점 8점차로 앞선 선두를 달리는데도 형님들은 ‘방심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면서 “올해는 시즌이 끝날 때 형님들과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웃고 싶다”고 했다.

울산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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