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884년·평균 300년..서울을 지켜온 나무들

김보미 기자 입력 2022. 5. 19.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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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최고령 방학동 은행나무 등
서울시 보호수 총 204그루
7월까지 정밀진단하기로

서울의 첫 보호수는 1968년 지정된 도봉구 방학동에 있는 은행나무다. 884년을 살아 보호수 중 나이도 가장 많다. 서울시 제공

서울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나무는 884년을 살고 있다. 서울시 보호수로 지정된 200여그루의 평균 수명은 300년이 넘는다.

서울의 첫 보호수는 도봉구 방학동에 있는 은행나무다. 884년을 살아 보호수 중 나이도 가장 많아서 2013년 서울시 기념물(33호)로 지정됐다.

지상 1.5m에서 4개의 큰 가지로, 중상층부에서 다시 여러 개의 가지로 갈라져 웅장한 수형을 이루고 있다.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 오래전부터 파평 윤씨(坡平尹氏)가 주축이 돼 정월대보름이 되면 제를 지냈는데, 2012년부터는 도봉구 마을 청년회가 이를 이어받았다.

방학동 은행나무 한편에는 연산군과 그의 부인 신씨의 묘가 있다. 폐위된 후 강화도로 보내졌던 연산군이 숨을 거두자 신씨가 간절하게 요청해 중종이 은행나무가 있는 이곳 언덕으로 이장을 시켜줬다고 한다.

‘학자수’라 불리며 선비의 절개와 높은 학문을 상징했던 길상목(吉祥木)인 중구 정동길의 회화나무는 875년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무 앞에는 1950년대 하남호텔이 지어져 1970년대 말까지 외국인들이 많이 드나드는 사교장으로 유명했는데 시설이 낙후돼 1995년 철거됐다. 이후 캐나다 대사관이 건물을 새로 짓고 이전했다. 당시 회화나무가 다치지 않도록 건물이 나무에서 한발 뒤로 물러난 형태로 설계했고, 나무의 동면 주기에 맞춰 터를 닦는 굴착 시기도 겨울에 진행했다고 한다.

송파구 문정동에는 할아버지·할머니 느티나무가 있다. 584년이 된 나무들이다. 문정동 로데오거리 인근에 번화한 도로를 사이로 양옆에 서 있는데, 서로 손을 잡은 듯 다정한 모습이다. 과거에 할머니 느티나무에 불이 붙으니 할아버지 느티나무가 갑자기 가지로 바람을 일으켜 불을 껐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서울시는 긴 세월 자리를 지키는 나무들의 역사적 보존 가치를 이어나가기 위해 오는 7월까지 보호수에 대한 정밀진단을 시행한다고 19일 밝혔다.

지정 보호수들의 나이가 더 늘어난 데다 대기오염, 이상기후 등의 환경 변화로 수세가 약화돼 기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다.

그동안 생육 상태나 토양의 산도나 습도, 병의 징후 등을 살펴 병해충 방제, 영양 공급, 수형 조절 등의 유지 관리에 초점을 뒀지만 이번 진단에서는 비파괴 단층촬영 등으로 내부 부식, 균열 등을 조사한다.

1968년 처음으로 44주를 보호수로 지정한 이후 서울시 지정보호수는 총 204주로 늘었다. 이번에 실시하는 정밀진단은 이들 전부가 대상이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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