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 큐레이터 "예술 문턱 낮춰, 작품 쇼핑도 믿고 편하게"
[경향신문]
‘백화점 갤러리’ 한 우물 판 베테랑
업계 최초로 아트 마케팅 도입도
‘소장 넘어 재산’ 아트테크 걸맞게
“상반기 NFT 프로젝트 선보일 것”
올해 국내 미술 시장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예술(아트)과 재테크의 합성어인 ‘아트테크(Art-Tech)’가 20~30대 사이에서 화제다. 미술관에서 단지 바라만 보던 예술품을 직접 소장하는 것도 매력적이지만, 이를 통해 재산까지 불릴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19일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만난 윤준 신세계갤러리 미술관팀 팀장(52)은 “BTS(방탄소년단) 멤버가 미술품을 구입했다는 소식이 젊은이들에게 큰 화제가 되는 시대”라며 “신세계갤러리에서도 1000만원 이상 작품을 신용카드로 구매하는 고객 중 30대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윤 팀장은 백화점 갤러리에서만 경력을 쌓은 큐레이터다. 서울 홍익대학교에서 예술학을 전공하고 1995년 신세계에 입사한 이후 쭉 한 우물만 팠다. 윤 팀장은 “국공립 미술관이나 서울 인사동 갤러리 등과 다른 백화점이라는 공간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1962년 백화점 업계 최초로 갤러리를 도입할 만큼 예술 사업에 관심이 높았다. 지금은 서울 소공동 본점을 비롯한 5개 점포에서 갤러리를 운영 중이다. 윤 팀장은 “예술문화 불모지였던 시기부터 유명 작가의 작품뿐 아니라 사진·공예·서예·고미술 등에서 신세계가 수준 높은 전시회를 열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백화점 갤러리는 규모는 작지만 전 세계 예술 트렌드를 보다 빠르게 접할 수 있고 전시 일정이 짧아 다양한 장르를 섭렵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의 문턱을 낮추고 대중들과 소통하는 것만큼 뿌듯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팀장은 입사한 1995년 광주 신세계 갤러리에서 마르크 샤갈전을 개최하는 데 힘을 보탰다. 2009년 부산 센텀시티점에서는 백화점 업계 최초로 아트 마케팅을 도입했다. 고객 사은품을 휴지와 냄비가 아닌 유명 작품이 담긴 달력과 쇼핑백, 컵 등으로 바꿨다. 백화점 고객들에게도 예술적 관심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을 포착해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2020년 서울 강남점에서는 ‘백화점 업계에 없던’ 마케팅을 시도했다. 3층 매장 통로 곳곳에 회화와 오브제, 조각 등 250여점을 모조품이 아닌 진품으로 상설 전시했고 이를 판매했다. 쇼핑을 하러 왔다가 전시회를 둘러본 고객은 바로 예술 작품을 구입하기도 했다. 여기에 힘입어 지난 4월에는 서울 강남점 안에 독립된 공간으로 5번째 ‘신세계갤러리’를 열었다.
윤 팀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회로 2011년 본점에서 세계적인 작가 제프 쿤스와 함께한 ‘아트 컬래버레이션’을 꼽았다. 그는 “백화점 중 유일하게 큐레이터가 상주하는 갤러리 전문 조직을 갖춘 것이 신세계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신세계의 첫 디지털 전시회도 성공적으로 마친 윤 팀장은 “올해 상반기 중에 NFT(대체 불가능 토큰) 프로젝트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실물이 아닌 디지털 파일로 된 예술 작품을 NFT로 사고파는 신개념 거래 방식으로 아직 시장 규모는 작지만 희소성이 있어 젊은이들에게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윤 팀장은 “예술관의 문턱을 더 낮추고, 예술 작품을 편하게 믿고 구입할 수 있는 백화점을 만드는 것이 삶의 목표”라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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