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동부, 신비로 가득 찬 역사와 신화의 보물창고
[프레시안 알림]
혹자는 말합니다. 터키 문명은 “3중의 시루떡과 같다”고. 그리스문명·기독교문명·이슬람문명이 켜켜이 쌓인 구조로, 가는 곳마다 이야기와 유적들로 넘쳐나지요. 그만큼 터키의 문명은 복잡하고 역사는 깊습니다.
유재원 교수(한국외대 명예교수)는 얘기합니다.
“터키는 그리스와 불가리아, 흑해 건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아르메니아, 이라크, 이란, 시리아, 그리고 지중해 건너 키프로스와 국경을 접하는 복잡한 나라, 아시아와 유럽, 동서양이 교차하는 나라로 문명과 역사 역시 깊고 복잡합니다. 이렇게 복잡한 나라를 글로만 이해하겠다는 것은 어리석다 못해 무모한 일이겠죠. 터키는 그 깊은 문명의 한가운데로 가 보아야만 합니다.”
2010년 유재원 교수는 <터키, 1만 년의 시간여행> 1, 2권을 펴냈습니다. 30여 년 터키 현장을 발로 뛰며 거둔 성과를 담은 노작이며, 분량도 ‘목침’만 한 대작입니다. 지금 이 책은 터키를 여행할 사람, 터키 여행을 한 사람, 터키 여행을 꿈꾸는 사람, 나아가 터키 현지의 여행가이드들에게까지 거의 필독서가 돼있습니다. 유 교수는 최고의 그리스 전문가이자 최고의 터키 전문가입니다. 더하여 이 시대가 낳은 뛰어난 여행 안내자이자 길 위의 에듀테이너입니다.
유 교수와의 여행에는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길 위에서 펼쳐지는 명강의는 동서고금을 통달한 깊이 있는 내용뿐만 아니라 재미로도 정평이 나 있으며, 여행이 단지 관광으로 끝나지 않고 새롭고도 깊은 인문학을 만나는 설렘을 선사합니다.
2022년 9월 [유재원 교수의 문명답사 제9탄]은 터키 동부의 역사와 신화의 현장으로 떠납니다. 9월 14(수)-24(토)일, 11일 일정입니다. 터키 동부는 서부에 비해 그동안 여행 여건이 안 좋아 약간은 숨어있는 채로 많이 안 알려진 터키 문명의 보물창고입니다. 유 교수가 오랜만에 직접 안내, 현장 강의 합니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아직 우리에게는 신비로 가득 찬 이 지역을 둘러보려 합니다. 비록 짧은 여정이지만 이 지역의 역사와 문명을 이해할 수 있는 중심부는 하나도 빠뜨리지 않은 알찬 일정을 준비했습니다. 오지이면서도 놀라울 만큼 세련된 문화를 보여주는 이곳의 매력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터키 동부 문명답사를 준비하는 유 교수로부터 간단한 답사지 설명을 들어봅니다.
여행단은 제1일, 9월 14일(토), 인천공항을 떠나 제2일, 이스탄불에 도착 후 아다나로 날아갑니다. 이곳에서 가까운 타르소스(Tarsus)는 사도 바올로의 고향인데, 그의 생가가 아직도 보존되어 있어 수많은 성지 순례자들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에는 이집트의 여자 파라오 클레오파트라와 로마의 장군이자 정치인인 안토니우스 마르크스가 만났다는 아름다운 강 키드노스가 있습니다.
제3일 잇소스 전투 현장과 안티오키아(Antiochia, 하타이)
기원전 333년 11월 페르시아 원정을 떠난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페르시아의 다레이오스 3세와 운명의 일전을 벌인 잇소스 강의 전투 현장을 방문한 뒤 셀레우코스 제국의 수도였던 안티오키아로 갑니다. 현재의 도심지는 프랑스가 이 지역을 지배하던 시기에 형성된 것으로, 오르테스강 주변은 파리의 센느 강을 모방해 마치 파리에 온 듯한 착각에 잠깐 빠지기도 합니다. 안티오키아의 모자이크박물관에서는 헬레니즘과 로마시대의 찬란한 모자이크를 볼 수 있습니다. 도심에서 머지않은 곳에 상도 베드로가 만들었다는 동굴교회가 있습니다.
제4일 하란(Haran)
터키에서 가장 넓은, 터키 최대 곡창지대인 하란 평원의 유적지에는 아브라함이 살았다는 집터와 세계 최초의 이슬람대학 자리가 있고, 페르시아인들이 들어오기 전부터 지역 주민들이 믿었다는 달의 여신 신(Sin)의 신전이 있습니다. 하란은 시리아와의 국경지대라서 이슬람공화국(ISIS)가 한창 세력을 떨치던 2014년부터 2018년까지는 여행이 금지되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하란의 서쪽에는 야곱의 샘이 있습니다. 야곱은 형 에서에게서 장자권을 산 뒤 이곳으로 와서 아내 라헬을 만나기 위해 장장 14년 동안 장인의 머슴살이를 했다고 합니다. 또 근처에는 1144년 제1차 십자군이 대패했던 성채가 남아 있습니다.
산르우르파(Sanrurfa)
이 도시의 역사는 아주 오래되어 이미 구약 성경에 자주 나타납니다. 아브라함이 야훼의 명령에 따라 고향 우르를 떠나 이곳에 와서 살았는데 이곳의 왕이 그를 장작더미에 올려 놓고 화형을 시키려는 순간 하늘에서 비가 내려 장작이 쌓였던 곳은 연못이 되고 장작은 물고기가 되었다는 전설이 내려옵니다. 실제로 오늘날에도 도심 곳곳에 연못과 운하가 있고 그 안에는 물고기가 가득합니다. 이 물고기들은 성스러운 존재로 여겨져 잡아먹으면 눈이 멀게 된다는 저주가 내려져 있다고 합니다.
이 도시의 옛 이름은 에데사로서, 이곳 주민들은 유대인이 아닌 이방인으로서 최초로 그리스도교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런 까닭에 1143년 제1차 십자군이 첫 점령지로 에데사를 함락했을 때 서유럽의 그리스도교인들의 기쁨은 말할 수 없이 컸습니다. 게다가 이곳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이 찍힌 수건을 발견함으로써 그들의 기쁨은 최고조에 달했습니다. 지금 그 수건의 행방은 묘연합니다.
제5일 괴베클리테페(Göbeklitepe)
최근에 독일의 고고학자들이 발굴한 산르우르파 북동쪽으로 12킬로미터 떨어진 지점에 위치한 쾨베클리테페는 기원전 10,000년에서 8,000년 사이에 세워진, 인류의 도시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입니다. 이 도시의 용도는 아직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러 부족이 공동으로 종교적 제사를 지내기 위해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아직 정착한 주민은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제6일 넴루트 다으(Nemrut Dağı)
해발 2,134미터 높이의 산 넴루드 다으 정상에 있는 아티오코스1세의 무덤은 세계 8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서 많은 사람들의 놀라움을 자아냅니다. 약소국으로서 로마제국과 페르시아제국 사이에서 독립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던 콤마게네 왕국의 생존 투쟁과 최후의 몰락을 생각하면 더더욱 이 유적의 신비스러움이 느껴집니다. 넴루드 다으의 진정한 모습을 보려면 여명이 밝기 전에 출발해야 합니다. 산정의 매서운 추위에 떨며 기다리다가 떠오르는 햇빛을 받으며 서서히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조각들을 목격한 사람들은 평생 그 광경을 잊을 수 없습니다.
제7일 디아르바크르(Diyarbakır)
터키의 대표적인 소수민족 쿠르드족의 비공식 수도인 디아르바크르는 수박과 중국 만리장성 다음으로 길다는 5.5킬로미터의 성으로 유명합니다. 이 성 위에서는 ‘두 강 사이’라는 의미를 가진 메소포타미아를 둘러싸는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을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또 시내 한가운데 자리잡은 카라반사라이 호텔의 운치는 우리를 중세로 데려가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제8일 도우바야지트(Doğubayazıt)와 아라라트산(노아의 방주)
성서의 두 봉우리를 배경으로 하는 도시 도우바야지트에서 지프를 타고 19세기에 지어진 이삭 파샤의 궁전을 보고 노아의 방주 화석이 남아 있다는 투루푸나르 산으로 오르는 길은 황량한 아름다움의 극치입니다. 투루푸나르 산에서 노아의 방주가 도착했다는 전설을 지닌 아라라트 산을 바라보며 다시 도우바야지트로 돌아오는 길 역시 아르메니아 산악 지역의 참맛을 마음껏 느끼게 합니다.
반(Van)
반 도시는 구약 창세기에서 언급한 네 개의 강이 흘러나가는 곳에 자리 잡았기에 흔히 에덴의 동산이 이곳이 아닌가 하는 논란을 일으키는 곳입니다. 높은 평원에 위치하기에 여름에는 시원하고 차가운 북풍을 막아주는 아라라트 산 덕분에 겨울에도 춥지 않습니다. 그러나 1915년 아르메니아인의 대학살이 일어난 슬픈 도시이기도 합니다.
반의 중심부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는 페르시아제국 시대 이전부터 존재했었다는 반 칼레시 성이 우뚝 솟아 있습니다. 그 위에서 악다마르 반 호수로 빠지는 저녁 해를 보면 저절로 숙연해지며 기도하는 마음이 됩니다.
제9일 악다마르(Aktamar)교회
알칼리성 소금물로 유명한 반 호수의 악다마르 섬에는 아르메니아정교회의 대성당이었던 교회가 있습니다. 이 교회의 가장 큰 볼거리는 붉은 돌로 지어진 외벽에 조각된 성화들입니다. 또 이루어지지 못한 남녀의 애틋한 전설 역시 악다마르 섬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제10일 이스탄불(Istanbul)
아시아와 유럽에 걸쳐져 있는 유일한 도시 이스탄불은 기원후 330년에 콘스탄티노스 대왕이 동로마제국의 수도로 건설한 후로 오늘날까지 1700여 년 동안 그 영광과 위엄을 잃지 않고 있습니다. 인간이 만든 건물 가운데 가장 훌륭하다는 명성을 가진 아기아 소피아 성당과 그 앞의 술탄 아흐메드 모스크, 500년 이상 오스만 터키의 왕궁이었던 토카프 궁전, 비잔티온 시대 때에 만들었다는 지하 조수조 예레바탄, 올드 이스탄불의 중심에 자리잡은 히포드롬, 칼라타 다리와 갈라타 탑,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사냥 장면이 그려진 아름다운 대리석 석관이 전시된 고고학박물관 등, 볼거리와 역사적 유물로 가득한 도시일 뿐 아니라 터키의 제1도시로 활기찬 모습을 보여줍니다. 언제 가도, 또 여러 번 다시 가도 지루하지 않고 항상 새로운 영원한 세계의 수도로서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이날 밤 이스탄불공항을 출발하여 제11일, 이스탄불을 거쳐 인천으로 향합니다(상기 일정은 항공 및 현지 사정에 의해 일부 변경될 수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 카페에서 ‘인문학습원’을 검색하여 [유재원 교수의 문명답사 제9탄] 기사(9월)를 확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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