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펄로 총격이 불붙인 소셜미디어 '혐오표현' 규제 논쟁
[경향신문]
범행 과정 영상 송출하는 등
폭력·증오 확대 창구로 이용
콘텐츠 관리 필요성 제기돼
‘트위터 인수’ 머스크 등 일각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 가치”
백인우월주의를 신봉하는 10대 남성이 미국 뉴욕주 버펄로의 흑인 밀집지역에서 저지른 총기 난사 사건을 계기로 소셜미디어상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했다. 트위터 인수 절차를 밟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사실상 전면적인 콘텐츠 규제 완화를 공언한 것도 논쟁에 불을 지폈다. 소셜미디어에 올린 콘텐츠가 삭제당한 경우 기업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한 텍사스주의 법률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판단도 조만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버펄로의 한 슈퍼마켓에서 흑인을 겨냥한 총기 난사로 10명을 살해한 페이턴 젠드런(18)은 범죄 현장을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에서 생중계했다. 트위치는 2분 만에 영상 송출을 중단했지만 범인이 방탄 헬멧에 단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은 이미 페이스북, 트위터 등 다른 플랫폼으로 퍼져나간 뒤였다. 젠드런은 범행 전에 유색인 이민자가 급증하면 백인 문명이 파괴될 것이라는 ‘거대 대체 이론’에 바탕을 둔 범행 동기와 계획 등을 담은 180쪽짜리 ‘선언문’을 극우 음모론 웹사이트에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젠드런이 범행 전 과정에서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폭력과 증오를 부추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콘텐츠 관리 문제가 새삼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그가 2019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 총격사건 이후 폭력적인 콘텐츠에 대한 차단·삭제를 강화한 페이스북 등을 의도적으로 피해서 트위치에 범행 영상을 올렸다는 관측도 나온 상태다.
미국은 수정헌법 1조에 근거해 표현의 자유를 매우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불법은 아니어도 혐오나 폭력을 조장하거나 소수자를 모욕하는 콘텐츠에 대해선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돼왔다. 워싱턴포스트는 18일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은 이미 이용자들의 피드에 공격적이거나 자극적인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뜨게 되면 도덕적 문제는 물론 결국 이용자들을 잃게 된다는 점을 깨닫고 포르노그래피나 사기성 정보, 과도한 폭력 콘텐츠를 걸러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들 기업이 주로 보수 성향 콘텐츠를 차단·삭제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위터 인수를 추진 중인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정지한 결정을 비판하며 현행 콘텐츠 검열체계를 ‘좌파 편향’이라고까지 규정했다. 머스크는 자신을 표현의 자유에 관한 한 ‘절대주의자’라며 트위터 인수 시 실정 법률을 위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떤 트윗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공화당 우세 지역인 텍사스주에선 월 이용자 5000만명이 넘는 소셜미디어가 콘텐츠를 삭제한 경우 이용자들의 소송 제기를 허용하는 법률안까지 나왔다. 이에 법이 시행되면 줄소송 위험을 우려한 기업들이 콘텐츠 감시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고, 트위터 등 기업들은 연방대법원에 법안 효력정지 신청을 냈다. 폴리티코는 연방대법원이 이르면 이번주 이에 대한 결론을 낼 것이라고 전했다. 테크기업들의 변호를 맡은 크리스 마르체스는 폴리티코에 텍사스주 법안에 따르면 버펄로 총기 난사 용의자가 작성한 선언문이 “악랄하고 극단주의적이며 역겨운 내용이지만 법률이 보호하도록 한 ‘관점’을 서면으로 작성한 견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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