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 검사 선상님 오셨당게" 어르신들이 경로당에 모였다

박용근 기자 2022. 5. 19.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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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보건소 치매안심센터 방문 검진 인기

[경향신문]

노인들이 경로당에서 치매검사를 받고 있는 모습. 완주군 제공

“아~시끄러 죽겄네, 조용히 좀 혀 봐요. 우리 선상님 말씀이 안 들린당게.”

18일 오후 2시 전북 완주군 봉동읍 봉동주공 2차 아파트 경로당. 20여명의 어르신들이 귀를 쫑긋 세우고 완주군보건소 직원의 말을 새겨듣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우리 마을 기억력 검사하는 날’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보건소 치매안심센터 조기검진팀 직원들은 치매예방 관리 교육을 마친 뒤 치매 조기 검진 수행절차 중 1단계인 인지선별검사(CIST)를 시작했다. 4개 조로 나뉘어 줄을 세우자 어르신들이 약간 긴장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어머니, 제가 불러드리는 숫자를 그대로 따라 해 주세요. 6~9~7~3.”

검사는 오늘 날짜와 현재 장소 등을 올바로 인식하는지 알아보는 지남력(指南力) 검사로 시작됐다. 문장 외우기와 기억 회상 등 기억력 테스트, 숫자 바로 따라 말하기 등 주의력 질문 등의 순으로 이어졌다.

점을 연결하여 그림을 그리는 시공간 기능 테스트, 시각과 언로를 추론하는 집행기능, 사물 이름 말하기와 이해력의 언어기능 테스트 등 뇌기능의 6가지 영역을 검사하는 데 1인당 약 20분씩 걸렸다.

어르신들에게 이 검진이 선풍적 인기를 끄는 것은 ‘시골 노령층에게 가장 무서운 질병은 치매’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불안감을 마을 경로당에서 한 번의 검사로 떨쳐낼 수 있으니 환영받고 있는 것이다.

70세의 한 어르신은 “하루하루 기억력이 떨어져 늘 불안한 마음으로 살고 있었다. 치매검사를 한번 받아봐야겠다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보건소에서 나와주니 얼마나 감사하고 반가운지 모르겠다”면서 “치매가 아니라는 결과를 듣고 나니 마음이 놓인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만 60세 이상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억력 검사하는 날’은 치매를 조기에 발견해 완치하거나 중증 상태로 진행되는 것을 억제하고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매주 수요일 오후 2시 직접 마을 경로당으로 찾아가 시행하는 사업이다.

완주군보건소 치매안심센터는 1단계 인지선별검사에서 인지 저하로 검진된 어르신을 2단계 진단검사를 할 수 있도록 협약병원으로 안내하고 있다. 또 경도인지장애나 치매 진단이 내려진 어르신에 대해서는 치매 원인 규명을 위한 3단계 감별검사를 지원하고 있다.

완주군에서는 지난해 1568명의 인지선별검사에서 17%에 해당하는 269명이 ‘인지 저하’ 판정을 받았다. 이 중 2단계 진단검사를 통해 약 120명이 ‘경도인지장애’를, 92명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 또 90명은 3단계의 감별검사에서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치매안심센터가 추정하는 완주군의 치매 인구수는 60세 이상 고령 인구 3만명의 약 8.8% 수준인 2600여명에 이른다. 완주군이 인력을 총동원해 물품 지원과 주기적 교육, 1대1 맞춤형 사례관리 등 치매 인구의 98%가량을 관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연정 완주군보건소 건강증진과장은 “치매는 조기에 발견해 진행을 억제하고 증상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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