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 키즈 존(YES KIDS ZONE) [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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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아침을 먹기 위해 맥도날드로 향한다.
'신메뉴를 먹을까? 팬케이크를 먹을까?' 고민하며 들어가려는 찰나 문에 크게 적힌 낯선 문구를 보고 말았다.
한 손에는 주문한 커피를 쥐고, 다른 한 손은 핸드폰을 보며 앉을 자리를 찾다가, 커피를 쥐고 있던 손에서 커피를 놓치고 만다.
아침 시간 밀려드는 주문에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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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아침을 먹기 위해 맥도날드로 향한다. '신메뉴를 먹을까? 팬케이크를 먹을까?' 고민하며 들어가려는 찰나 문에 크게 적힌 낯선 문구를 보고 말았다.
'YES KIDS ZONE 온 세상 어린이 대환영'
'잠깐, 어린이가 입장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만으로도 마케팅이 될 수 있다고?'
늘어나는 어린이 제한 구역 세상 속에서 아이를 환영하는 예스키즈존이 있어서 다행이다 생각해야 하는 건가? 누군가를 환영한다는 건 굉장히 기쁜 일임에도 영 찝찝한 마음이 들어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맥도날드 광고를 검색하니, 이미 유튜브에 업로드된 영상 조회수는 160만 회가 넘었고, 맥도날드 광고를 칭찬하는 기사와 글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딱 그만큼 불편함을 표현하는 댓글도 많았다. 영업의 자유를 위해 어린이 제한 구역으로 운영하는 이의 마음, 어린이의 성숙하지 못한 공공 생활 예절과 이를 방관하고 민폐를 끼치는 부모의 책임을 말하며 어린이 제한 구역을 옹호하는 손님의 마음. 영상을 조회한 160만 개의 세계와 기사에 댓글로 달린 4,700개의 세계는 충돌하고 있었다.
30대, 비장애인, 미혼, 여성의 세계에 사는 나는 대부분의 공간에서 환영받는다. 주로 혼자 때로는 성인 여성, 성인 남성 그리고 비장애인 친구와 함께 다니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나와 일행을 거부하지 않는다. 어디서든 뛰어다니지 않고, 크게 소리 지르지 않을 거로 생각하기 때문일까? 위험한 행동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그것을 예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을 거라 짐작해서일까?
하지만 나를 환영해준 이들의 예상은 틀리고 만다.
한 손에는 주문한 커피를 쥐고, 다른 한 손은 핸드폰을 보며 앉을 자리를 찾다가, 커피를 쥐고 있던 손에서 커피를 놓치고 만다. 카페 바닥은 아메리카노로 흥건해졌다. 맙소사!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다. 아침 시간 밀려드는 주문에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급하게 휴지를 구해 바닥을 닦으려 하자, 괜찮다며 대걸레로 닦으면 된다고 한다. 되레 큰일 아니라며 웃으며 커피는 새로 내어주겠다고 했다.
그뿐인가? 최근에는 머그잔도 깼다. 카페 테이블에서 책을 보다가, 옆에 있던 친구를 부르기 위해 자세를 돌린다는 게 그만 팔꿈치로 머그잔을 치고 말았던 것.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근처에 있던 손님들에게 놀라게 해드려 죄송하다 말했지만, 모두 괜찮다며 크게 개의치 않았다. 멀리 있던 손님들도 머그잔 깨지는 소리에 '무슨 일이지?' 하며 상황을 확인했을 뿐 누구도 내게 눈치를 주거나 짜증을 내지 않았다. 모두 각자 다시 제 할 일을 했다. 유리 조각을 치우느라 잠시 통행에 불편이 있었음에도. 감사하게도 카페는 어른을 제한하는 규칙을 만들지 않았고, 당시 손님들은 인터넷 어딘가에 내 민폐를 혐오하는 이야기를 남기지 않았다. 나는 운이 좋았던 걸까?
운이 좋은 어른의 역할은 주어진 지면에 실수하지 않는 어른은 없다는 걸 알리는 것이다. 나아가 어린아이의 실수든 어른의 실수든 우리는 혐오하고 거부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보태는 것. 어른이 돼서도 타인의 관용에 기대어 산다. 실수 많은 어른을 이해해주는 귀한 마음이 나뿐만 아니라 온 세상 어린이들과 나아가 비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환대로 전해지길 꿈꾼다.
김경희 오키로북스 전문경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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