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은 한덕수 연계 카드?..윤 대통령 '침묵의 수읽기'
[경향신문]
한 총리 후보자 인준 표결 앞두고 정 후보자 거취 결론 안 내
‘부결’ 때 정 후보자 임명 가능성 높지만 지방선거 부담도 커
윤석열 대통령이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국회 표결 하루 전인 19일까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사진) 거취를 결론내지 않았다. 한 후보자 인준 투표 결과를 일단 지켜본 뒤 정 후보자 문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이 한 후보자를 낙마시킬 경우 정 후보자 임명 강행으로 대응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6·1 지방선거 등을 감안하면 부담이 작지 않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한 후보자 인준과 관련, 야당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상식에 따라 잘 처리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정 후보자 거취 관련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이날까지 정 후보자 거취를 결론내지 않은 것은 민주당에 공을 넘기며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 후보자 인준과 연계해 정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민주당에 역공을 편 셈이다. 정 후보자 낙마를 선제적으로 결단한다 하더라도 한 후보자 인준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 또한 깔린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주당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를 보는 것이 순서”라며 “설혹 여야 간 물밑 교섭 결과가 나온다 해도 그것이 표결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를 두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사이 온도차도 감지된다. 대통령실 내부에선 정 후보자 임명 강행 기류가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인사청문회에서 위법 사항이 나오지 않았는데, 야당의 여론전에 등 떠밀리듯 움직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반면 여당 안에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 후보자에 부정적인 여론 등 우려가 작지 않다. 지방선거 공동선대위원장인 김기현 의원이 용산 청사를 방문해 윤 대통령과 면담한 것을 두고 정 후보자 거취에 대한 당내 우려를 전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김 의원은 통화에서 “차 한잔 마시는 자리였고, 인사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며 “나는 그런 이야기를 할 자리도 권한도 없다”고 했다.
민주당이 한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킬 경우 윤 대통령이 정 후보자 임명으로 맞불을 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아직 속단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대통령실 다른 관계자는 “한 후보자가 가결이든 부결이든 정 후보자 임명 여부는 별개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총리와 장관 후보자 인사를 놓고 야당과 ‘거래’하는 것에 부정적 입장으로 전해진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제일 바람직하지 않은 시나리오가 상호 교환 카드”라며 “(여론이 좋지 않은) 정 후보자 임명 강행을 유도하는 게 민주당 입장에서 선거 앞두고 좋은 거 아니냐”고 말했다. 한 후보자 인준안 부결에 정 후보자 임명으로 맞서는 것은 민주당의 노림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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