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 앞두고 군복 입은 목회자, 주한미군 군목 된다

김태훈 2022. 5. 19.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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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경험(6·25전쟁)을 통해 저는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올여름 한국 부임을 앞둔 미 육군의 군종장교(목사) 마틴 조(58) 중령이 밝힌 소감이다.

미국의 안보를 지키는 것이 곧 미국의 동맹인 한국을 보호하고 또 한·미관계를 더욱 굳건히 하는 일이란 판단 아래 조 중령은 미 육군의 군목이 되는 길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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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태어나 군복무 마치고 미국 이민
목사로 일하던 2001년 9·11 테러에 충격
"미국, 한국 그리고 자유를 지키자" 입대
미 육군의 군종장교(목사)인 마틴 조 중령. 한국계 이민자인 그는 올여름 주한미군 군목으로 부임한다. 미 육군 홈페이지
“아버지의 경험(6·25전쟁)을 통해 저는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올여름 한국 부임을 앞둔 미 육군의 군종장교(목사) 마틴 조(58) 중령이 밝힌 소감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그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까지 3대(代)가 모두 목사인 집안 출신으로 1990년대 미국으로 이민했다. 미 육군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을 앞둔 19일 조 중령의 인생사를 소개하는 장문의 글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조 중령의 삶은 종교와 불가분의 관계다. 그의 할아버지는 약 110년 전 한국에서 활동한 미국의 저명한 선교사이자 연세대 창립자인 호러스 언더우드(1859∼1916) 목사한테 성경책을 선물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원두우’란 한국 이름을 가졌을 만큼 한국을 사랑한 언더우드 목사는 구한말 및 일제강점기 초반 한국을 위해 애쓴 공로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건국훈장 대통령장이 추서됐다.

6·25전쟁의 상흔이 아직 남아 있던 1964년 출생한 조 중령은 청년으로 성장한 뒤 육군에 입대해 강원도 최전방 비무장지대(DMZ) 부근에서 복무했다. ‘특공대’로 불리는 이 부대는 최정예 요원들로 구성됐다. 동료 대원과 마찬가지로 조 중령도 약 20㎏ 무게의 군장을 메고 40㎞ 이상을 걷는 고된 행군 훈련을 묵묵히 견뎌냈다. 당시만 해도 냉전이 치열했고 DMZ는 자유세계와 공산진영 간에 언제 충돌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가득했다.

전역 후 1990년대 초 미국으로 이민한 조 중령은 한인들이 많이 사는 하와이주(州), 그리고 캘리포니아주 등에서 목사로 일했다. 그냥 종교인으로 살아갈 뻔했던 조 중령의 인생이 전기를 맞은 것은 그가 37세이던 2001년 터진 9·11 테러였다. 당시 한국계 미국인이 여럿 목숨을 잃기도 했지만 조 중령은 미국, 그리고 미국으로 대표되는 자유세계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안보를 지키는 것이 곧 미국의 동맹인 한국을 보호하고 또 한·미관계를 더욱 굳건히 하는 일이란 판단 아래 조 중령은 미 육군의 군목이 되는 길을 택했다. 이미 한 차례 군복무를 경험했기에 낯설진 않았으나 불혹 나이에 다시 군복을 입는다는 건 어려운 결정이었다.

“6·25전쟁 당시 한반도의 자유를 위해 수많은 미군 장병이 목숨을 바쳤습니다. 그분들 중에는 하나님의 말씀을 장병들과 나누기 위해 전쟁터로 간 군목도 있죠. 제가 태어난 한국을 지키다가 먼저 떠나신 분들의 희생을 기리며 군에서 복무할 동기를 부여받았습니다.”(조 중령)

어느덧 20년가량 군생활을 했고 한국으로 치면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계급은 중령까지 올라갔다. 올여름 그는 경기도 평택에 있는 주한미군 사령부에서 군목으로 일하기 위해 한국으로 간다. 미 육군 홈페이지는 “한국으로 돌아갈 것”(will return to South Korea)이란 표현을 통해 조 중령이 사실상 ‘고향’에 귀환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그가 밝힌 포부는 의외로 간단했다.

“우리는 독실한 믿음과 성실한 군복무를 통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조 중령)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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