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n번방 TF 집단사의, 디지털성범죄 단죄 후퇴 안 돼

2022. 5. 1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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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불거진 디지털성범죄를 엄단하기 위해 활동해온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대응TF(태스크포스)가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팀장인 서지현 검사가 지난 16일 검찰 인사로 수원지검 성남지청 복귀를 통보받은 데 따른 후폭풍 때문이다. 서 검사가 항의의 뜻으로 사표를 내자, TF 소속 전문·자문위원 22명 중 17명이 18일 집단 사의를 표했다. 법무부가 TF를 해체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대응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자문위원들은 “서 검사에 대한 갑작스러운 인사조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직전 쳐내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장관이 취임한 다음날인 지난 18일 ‘윤석열 사단’의 검사들이 주요 보직에 전진배치됐는데, 그 직전에 서 검사가 파견 해제된 것이 의도적인 좌천성 인사가 아니냐는 뜻이다. 서 검사는 2020년 2월 이후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과 디지털성범죄 TF팀장으로 일했다. 상관에 의한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함으로써 미투 운동을 촉발, 여성 인권을 높였다는 게 발탁된 이유였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하루아침에 그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2020년 대검 범죄분석 결과 4대 강력범죄 중 성범죄 비율은 91.3%이고 이 중 디지털성범죄가 약 2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성범죄는 계속 음성화·다양화되고 있어 엄정하면서도 전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대응TF는 그동안 성범죄 대응체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제시해왔다. 일부가 성범죄피해자 통합지원시스템이 구축되는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활동한 지 1년밖에 안 되는 팀의 팀장 파견을 갑자기 해제하고 그로 인해 팀이 와해된다면 대응 능력에 손상이 올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여성가족부 폐지와 성범죄 무고죄 조항 신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성범죄 처벌 강화라는 사회적 요구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 차에 담당팀의 힘까지 뺀다면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단죄 의지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한 법무장관은 취임사에서 “밤길 다니기 겁나는 사회, 서민들이 피해를 당하고도 그냥 참고 넘어가기를 선택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약속을 지키고자 한다면 법무부가 대응TF의 기능을 더욱 확대·강화하고 성범죄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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