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중앙박물관과 한·미 정상 만찬
[경향신문]
세계 어느 나라에나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박물관·미술관이 있다. 프랑스의 루브르, 영국의 브리티시, 러시아의 에르미타주,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바티칸의 바티칸 뮤지엄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박물관·미술관은 국민의 자랑이자 외국인들도 그 나라에 가면 꼭 한번은 들러야 하는 곳으로 돼 있다. 우리에게는 국립중앙박물관이 그런 곳이다. 우리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40만여점의 문화유산을 보존·연구·전시하는 한국의 얼굴이다.
그 중앙박물관이 윤석열 정부의 첫 한·미 정상회담 공식만찬 장소로 확정됐다. 대통령실 결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중앙박물관은 만찬이 열리는 21일을 임시 휴관(기획전시실은 관람시간 축소)한다고 18일 공지했다. 그런데 이 결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갑작스러운 통보에 관람 예약자들은 불만을 제기하고, 일부는 대통령 집무실의 무리한 용산 이전까지 거론했다. 국민의 문화향유권을 침해한다는 의견과 함께 음식물 반입이 금지되는 박물관에서 만찬이 웬 말이냐는 비판도 나왔다. 대통령실이 나서 설득하는 과정이 없어 불통 행태라는 지적도 있다. 그런가 하면 한쪽에선 우리 역사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리는 좋은 기회라는 찬성론도 있다. 박물관 역할을 확장하면서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박물관·미술관들이 외교 행사는 물론 기부금 모금 파티 등 각종 행사를 연다는 해외 사례도 지지의 근거다.
중앙박물관에서의 만찬 논란은 이전에도 있었다. 2010년 G20 정상회의 환영만찬과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정상 배우자 만찬 때도 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특히 배우자 만찬은 시민은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 찬반 논쟁이 뜨거웠다. 2005년 문화재청 허가로 창경궁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세계철강협회 주최 만찬, 2004년 국제검사대회 참가 검사들의 경복궁 만찬도 논쟁이 벌어졌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찬반 논리에 달라진 것이 없다. 문화유산 보존, 시민 불편 최소화 속에 박물관·미술관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은 국제적인 흐름이다. 생산적 논쟁을 통해 우리 얼굴의 활용성을 높이는 사회적 합의가 마련되면 좋겠다.
도재기 논설위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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