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 위해 잠시 멈춘 우상혁, 7월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겨냥 (종합)
[인천국제공항=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지난 14일(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개막전에서 가장 높이 날아오른 우상혁(국군체육부대)이 금의환향했다.
우상혁은 19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지난해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에서 4위를 차지하며 혜성같이 세계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우상혁은 올해 초부터 예사롭지 않은 행보를 보였다. 지난 2월 6일 체코 후스토페체 실내 대회(2m36), 2월 16일 슬로바키아 반스카 비스트라차 실내 대회(2m35), 3월 20일 베오그라드 세계실내육상선수권(2m34)에서 연달아 정상에 서며 한국 높이뛰기의 역사를 새로 썼다.
이후 국내로 돌아온 우상혁은 4월 19일 대구 종별육상선수권(2m30)과 지난 3일 나주 실업육상선수권(2m32) 등 실외 경기를 치르며 다이아몬드리그 개막전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11일 결전의 장소인 도하로 떠난 우상혁은 마침내 14일 진행된 결승전에서 2m33을 넘어 도쿄올림픽 공동 금메달 리스트인 무타즈 에사 바심(카타르·2m30)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가 다이아몬드리그 정상에 우뚝 선 것은 우상혁이 처음이다.
귀국 후 만난 우상혁은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실 줄 몰랐다. 적응이 되지 않는다. 목표한 대로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쁜 마음으로 들어왔다. 생애 처음으로 다이아몬드리그에 출전했다. 긴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뛰다 보니 긴장이 됐다. 그래서 초반에 흔들리긴 했지만 침착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하니 편안해졌다. 편안해진 상태에서 다시 뛰었더니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경기 전 선수들끼리 컨디션을 공유한다. 나는 충분히 준비가 돼 있었다. 환경이 좋지 않아도 자신이 있었다.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이걸 넘지 못하면 바보'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올 시즌 랭킹은 제가 1위 아니었나. 자신감이 있었다"고 당차게 말했다.
그에게도 위기는 있었다. 2m24에서 1, 2차 시기를 모두 실패한 것. 우상혁은 이에 대해 "처음 뛰니까 긴장감이 있었다. 가볍게 본 것도 있었다"며 "세계적인 리그고 침착하게 하려고 했다. 후회하는 경기를 하고 가지 말자고 생각했다. 몇 번 남은 시기를 생각하며 뛰니 침착해졌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도쿄올림픽에서 공동 우승을 차지했던 바심과 장마르코 탬베리(이탈리아)는 이번 대회에서 우상혁을 견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상혁의 달라진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우상혁은 "내가 2m30 이상을 계속 뛰니 놀라는 것 같았다. 견제하는 눈빛을 받았다. '내가 이제 세계적 선수들과 견줄 만한 선수가 됐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했다"고 밝혔다.
당초 우상혁은 21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리는 다이아몬드리그 2차 대회까지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7월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진행되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집중하기 위해 귀국을 선택했다. 올 시즌 빠듯한 일정으로 피로가 쌓였을 뿐 몸 상태에 이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상혁 측 관계자는 "몸 상태에 문제는 전혀 없다. 그랬으면 (다이아몬드리그 개막전) 대회 참가를 안 했을 것이다. 단지 (시즌 초반) 여러 대회에 참여해 피로가 쌓였다"고 전했다.
강력한 경쟁자의 불참도 우상혁의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다이아몬드리그 개막전에서 우상혁에 이어 2위에 올랐던 바심은 2차 대회에 나서지 않는다.
우상혁은 "(바심, 탬베리와의) 3파전을 하지 않는 2차 대회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서 코치님과 일정을 조율했다"며 "도하에서 우승을 했기 때문에 세계선수권에서 다시 만나도 또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우상혁의 시선은 이제 7월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미국 오리건주 유진을 향해 있다. 유진은 우상혁이 2014년 세계주니어선수권에서 3위를 차지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는 "(대회에서 우승한) 좋은 기분을 유지하며 부족한 컨디션을 다시 끌어올릴 것이다. 훈련을 통해 컨디션과 자신감을 끌어올리면 충분히 더 잘할 수 있다. 도쿄 올림픽 때도 내가 가진 기록보다 4cm를 더 뛰었다. 2m40을 못 넘으란 법도 없다. (세계주니어선수권 동메달을 따낸 것을) 당연히 기억한다. 그래서 더 자신감이 있다. 여기서 많은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좋은 기록을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스포츠투데이 이한주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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